베른슈타인이 '진화적'이라는 말을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사회주의로의 전진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자연에서 일어나는 진화의 과정이란 전혀 평화적이지도, 그 대상의 관점에서 점진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진화란 것은 환경에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한 한 생물집단 전체의 절멸과 다른 유전자를 지닌 생물집단으로의 대체를 뜻한다. 물론 한 생물종의 시점에서 진화란 매우 점진적인 일이다. 그러나 자연의 피비린내나는 발톱, 즉 자연선택에 직접 쓸려나가는 한 생물의 시점에서는 어떤가? 사실 인류 역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한 인간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더 큰 시점, 우주의 시점까지 나아갈 필요도 없이 인류사의 시점에서만 봐도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으로 일어난 변화란 점진적이고 사소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