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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인류학을 서술할 때 사람들은 흔히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주장을 내놓는다. 하나는 소련이 “인종 자체를 부정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소련이 인종차별만 부정했을 뿐 “전통적인“ 인종분류는 끝까지 유지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소비에트 백과사전에서 Белая раса(백인) 항목을 중심으로 스탈린기와 브레즈네프기의 서술을 비교해 보면, 두 주장 모두 타당하며, 단지 소련 인류학의 입장이 시기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는 결론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탈린기 백과사전은, “백인”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더 이상 과학적 의미가 없다고 판정한다. 반면 브레즈네프기 백과사전은 “백인”을 “유럽인종”으로 재정의한다.

스탈린기 BSE(대소비에트 백과사전) 1판(1926년-1947년)의 Белая раса 항목은 다음과 같다.

«БЕЛАЯ РАСА, термин, предложенный в 1885 Топинаром для обозначения всех народов, обладающих светлой кол-сей; Топинар на основании этого признака объединял под термином Б. р. все народы, населяющие Европу, Переднюю Азию и С. Африки. Катрфалс в 1889 значительно расширил понятие Б. р., отнеся к ней, кроме европейцев, семитов и финнов, такяда индусов, айнов, полинезийцев и др. Термин никогда не пользовался общим признанием и был распространен почти исключительно у франц. антропологов. В настоящее время научного значения не имеет.»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백인”은 1885년 토피나르가 밝은 피부색을 지닌 모든 민족들을 가리키기 위해 제안한 용어이다. 토피나르는 이 특징에 근거하여 유럽, 서아시아, 북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모든 민족을 이 범주 아래 묶었다. 1889년 카트르파주는 이 개념을 크게 확장하여, 유럽인들뿐 아니라 셈족, 핀인들, 힌두인, 아이누인, 폴리네시아인 등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이 용어는 결코 일반적인 승인을 얻지 못했으며, 거의 프랑스 인류학자들 사이에서만 쓰였다. 현재 이 용어는 과학적 의의를 지니지 않는다.»

이 서술의 요점은 분명하다. 스탈린기 백과사전은 백인의 개념을 진지한 개념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백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19세기 인류학자들이 만든 특정 역사적 용어로 설명한 뒤, 결국 그것이 일반적인 승인을 얻지 못했고 ”현재 과학적 의의가 없다”라는 최종 판결을 내린다. 스탈린기 백과사전의 핵심은, “백인을 더 정확한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라는 것이 아니라, “백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더 이상 과학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탈린기 BSE 1판에서 백인의 개념은 사실상 폐기의 대상이다.  

이제 브레즈네프기 BSE(대소비에트 백과사전) 3판(1969년-1978년)의 Белая раса 항목을 살펴보자.

«Белая раса — неточное и устаревшее название европеоидной расы.»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백인”은 “유럽인종”의 부정확하고 낡은 명칭이다.»

보다시피 항목의 초점이 스탈린기와 다르다. 브레즈네프기 백과사전은 백인의 계보를 길게 설명하지도 않고, 그것이 왜 승인받지 못했는지를 따로 논증하지도 않는다. 백인이라는 말은 낡고 부정확하며, 그에 대응하는 표준적인 분류어는 유럽인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인 개념이 과학적으로 무효화되지는 않았고, 백인 = 유럽인종이라는 식의 치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후기 소련 백과사전의 Расы 항목은 이 점을 더 분명히 보여 준다. 이 항목은 인종을 “공통된 유전적 형태·생리적 특징을 지닌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구집단들”로 정의하면서, 동시에 현대 인류를 негроидная(네그로인종), европеоидная(유럽인종), монголоидная(몽골인종)의 세 큰 집단으로 구분한다.

물론 브레즈네프기 백과사전이 “고등 인종”과 “하등 인종”이라는 반동적 관념을 비판하며, 인종주의적 위계론을 부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브레즈네프기의 백과사전은 스탈린기와 달리 인종분류의 틀 자체를 유지한다. 즉, 스탈린기에는 “백인”이 과학적 의미를 갖지 않는 개념으로 부정되고, 브레즈네프기에는 “백인”이 곧 “유럽인종”을 가리키는 낡은 명칭으로 재정의되었을 뿐, 어쨌든 의미를 가진 개념으로 취급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스탈린기에는 백인이라는 범주가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폐기되었다. 브레즈네프기에는 백인이라는 범주가 “유럽인종(европеоидная)”이라는 다른 분류어로 대체되었을 뿐, 그 분류 자체가 폐기되지는 않았다.

참조문헌:
https://ru.wikisource.org/wiki/БСЭ1/Белая_раса
https://gufo.me/dict/bse/Белая_раса
https://gufo.me/dict/bse/Рас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