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래디컬 페미니스트는 여자도 얼마든지 부도덕해질 수 있으며, 남자만큼 혹은 남자보다 더 잔인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빼앗긴 파이를 되찾자고 주장한다. 4비운동(비연애, 비섹스, 비결혼, 비출산)과 탈코르셋 운동을 통해 아낀 돈과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여 전문가로 성공하자고 독려하기도 한다.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지상의 과제인 이들에게는 신자유주의적 경쟁의 틀을 바꾼다든지 다른 소수자들의 형편을 살피는 것은 사치로 여겨진다. 모든 사회적 소수자를 지지하면서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백인 중산층 여성의 환상’이라고 비판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경력단절을 통해 경제적 위기감을 느껴 보지 못한 사람들의 ‘도덕적 훈계’일 뿐이다.
이들의 불안하고 다급한 목소리는 분명 고위직에 오른 특권층 전문가 집단이나 유명인을 중심으로 부상하는 미국 신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음조와는 다르다. 그러나 이 페미니스트들이 가부장 자본주의와 희생양의 논리를 뒤흔드는 ‘나쁜’ 페미니스트인지, 가부장 체제 안에서 개인의 성공에 매진하는 길들여진 신자유주의 주체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불법촬영과 엔(n)번방을 규탄할 때 이들은 ‘우리 여성’을 위해 가부장을 뒤흔드는 나쁜 페미니스트 같지만, 여성의 생존과 노동자, 이민자, 트랜스젠더, 장애인 등의 여타 다른 소수자의 생존을 대립시킨 채 후자를 ‘적극적’으로 배제할 때는 과연 ‘우리 여성’을 위한 새로운 체제를 고민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개인적으로 열심히 자기계발을 해서 전문가가 되자는 다짐을 주고받을 때는 그냥 신자유주의의 희생양 논리에 길들여진 나쁜 여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우리의 페미니즘 어디로 가는가? 나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성공한 ‘나쁜 여자’가 아니라 세상에 도전하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길 바란다.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8198.html#csidx683b0508dda1e299dbc519728bf1185
인터넷 상의 애들 말고도
사상적인 래디컬 페미니즘을 제대로 비판한 명문이다.
우리가 배격해야 할 건 래디컬이며
우리가 동행해야 할 건 사회주의다
래디컬은 정치적 올바름과 반대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