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서 '노동조합' 을 따올리면 어떤 생각부터 드는지 물었을 때 나오는 반응들은 다음과 같다.


무분별한 파업, 귀족노조, 빨갱이, 종북, 공산주의, 반국가주의, 경제성장의 적 등등.


각종 부정적 딱지들이 노동조합들에 붙어있으며, 이는 엄연한 대한민국의 현실이자 다수의 사람들이 은연중에 공감하는 의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은 헌법으로 노동3권을 보장하는 나라이며, 헌법상으로는 되려 노동자의 권리를 매우 중시한다는 면이 보인다. 성문헌법을 가진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들의 헌법이 국가정신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았을 때, 한국의 노조에 대한 처참한 인식수준은 괴리감이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은 노조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생각하며, 어느 정권이 들어서던 간에 사사건건 반대만 하며, 심지어 노조 자체의 존재가 불필요하다 생각한다. 이 괴리감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것은 다 노조의 탓일까? 단언컨데,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에서 노조는 단 한번도 제대로 된 권력을 정치에서 잡아본 적이 없다. 제도권 정치세력 중 주류세력에는 노동자를 위한 정치세력이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매우 강력해보이지만 정작 가입된 노동자의 숫자는 한국 노동자 전체의 10%에도 미달한다. 한국노총까지 합치면 겨우 10%대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생각해보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연대하여 선거에서 지지한 후보가 비노동계열, 반노동계열 후보에게 패배하는 경우는 매우 많이 있었다. 한국에서 노조의 힘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주류세력화되지 목하며, 목소리를 제대로 정치권에 전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치인들은 노조를 좌우를 막론하고 선거용으로 사용하고 내팽겨치며, 노조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언제나와 같이 '알면서도' 속는다.


파업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에서의 이해와 시선은 처참하다. 철도노조, 택시노조, 버스노조가 파업을 실시할 때 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말한다.


'국민을 볼모로 파업하는 놈들은 다 나가 죽어야...'

'허구한 날 파업이나 하고...'

'정당하지 못한 파업...'

등등.


그런데 생각해보자. 파업을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용인에게 타격을 주고, 고용인이 협상에 임하거나 요구사항을 들어주게끔 하기 위함이다. 철도노조나 택시노조, 버스노조의 경우에도 당연히 자신들이 일하는 일터의 '자본 생산수단' 의 작동을 중지시킴으로서 고용인에게 맞설 수 밖에 없고, 그 방법 이외에는 고용인에게 타격을 줄 방법이 없다.


그러나 국가주의적 사고관이 강력한 한국에서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용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야 어떻든 철도와 대중교통을 마비시킨 노조는 쓰레기가 된다. 파업 정당성 여부는 따져보지도 않으며, 불편이 늘어나고 국가에 해악이 되는 이유로 순식간에 파업은 해서는 안되는 행위가 된다.


자연스럽게 부르주아와 국가권력은 '국민의 지지' 아래에 노조와 노동자에게서 승리를 거두며, 이를 자양분삼아 프로파간다로서 노동자들의 노조가입 및 노조의 쇄신 가능성을 더더욱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악순환은 반복된다.


아, 정말로 노동조합이 강력한 나라답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