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점거하고 무상급식·영화상영.. 시애틀은 지금 '자치지구' 실험 중
경향신문 | 김윤나영 | 2020.06.14. 16:53
경찰 없는 자치정부는 가능할까.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경찰서 인근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13일(현지시간)로 닷새째 ‘자치구역’을 선포했다. 빈 경찰서를 점령한 이들은 노숙인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가 하면, 인근 공원에서 수백명씩 텐트를 치면서 매일 밤 영화 상영, 음악 공연, 토론 등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진압을 예고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법개혁 등 수십가지 요구사항을 내놓고 버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8일부터 시애틀 캐피톨 힐에 있는 동부경찰서를 점거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 문제로 속앓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에 “국내 테러리스트들이 시애틀을 점령했다”며 “추악한 무정부주의자들을 저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제이 인즐리 워싱턴 주지사와 제니 더컨 시애틀 시장을 향해서도 “당장 도시를 되찾아라. 당신이 안 하면 내가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더컨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벙커에나 돌아가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밤 시위대를 피해 지하벙커로 피신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무력 진압을 거부한 것이다.
사건은 지난 8일 밤 동부경찰서가 시위대와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서를 비운 사이에 벌어졌다.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살해로 촉발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는 빈 경찰서 건물을 포함한 인근 6개 블록을 점령했다. 시위대는 ‘경찰 본부’라는 현판의 글귀를 지우고 ‘민중 본부’로 바꿔놓은 뒤 이곳을 ‘캐피털 힐 자치구역(CHAZ)’으로 선포했다.
바리케이트를 쳐놓은 이 구역에는 시위대 약 500명이 상주하며 텐트를 치고 숙식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근처 공원에 토마토와 허브 등을 심어놓으며 정원 가꾸기에 돌입하는가 하면, 노숙인 등을 위한 무료 급식소도 차렸다. 자치구역 입구에는 “당신은 지금 경찰 없는 언덕에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인근 도로에는 예술가들이 모여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는 문구를 페인트로 색칠했다. 빈 경찰서 주변에서는 드럼 연주자들이 모여 공연을 시작했다. 자치구역에서는 매일 밤 미국의 형사사법제도의 문제점 다룬 영화 상영, 음악 공연, 토론 등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일 “경찰 없는 삶이라는 실험은 거리 축제와 공동체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시위대는 사법, 교육, 경제, 보건의료 분야 등에서 ‘제도적 인종차별’을 종식하기 위한 30여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들은 동부경찰서와 소년원을 폐지하고, 경찰의 가혹행위를 재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에게 대학을 개방하고, 정규 교육 과정에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를 더 많이 가르치라고 요구했다. 보건 분야에서는 흑인 의료진 충원을, 경제분야에서는 더 많은 공공주택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더컨 시애틀 시장과 카르멘 베스트 시애틀 경찰서장에게 사퇴도 요구했지만, 시장은 대화를 통해 경찰서를 돌려받을 계획이라며 시위대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실험이 얼마나 갈지는 미 언론도 회의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시위대 내외부적으로 누가 책임자인지 명확하지 않고, 자치지구 거주자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지, 30개에 달하는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충족돼야 물러날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신문은 “시위대가 경찰의 잔혹성에 초점을 맞출지, 아니면 시애틀을 몇년간 괴롭혀온 주택, 의료, 교육 등과 관련한 시스템적 불평등에 대한 광범위한 항의를 포함할지 명확한 그림이 없다”고 지적했다.
https://news.v.daum.net/v/20200614165335721
월가 점령처럼 머지않아 풀어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