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아나스타스 미코얀(1895~1978)에 대해 들어봤을 것임.
스탈린과 많이 가까운 사이였기에 러시아 내전 시기의 불분명한 행적에도 불구하고 대숙청을 무사히 넘겼고, 흐루쇼프 시기에도 줄을 잘 선 덕분인지 말렌코프 등 이때 밀려났던 당내 주요 인사들과 달리 자리를 계속 지킨 사람임.

북한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인데, 1956년 8월 종파사건 당시 북한에 파견된 소련 대표단의 단장으로 파견되었음.
이 사람이 1917년 러시아 혁명 때부터 공을 많이 세웠었던 거물 인사였었기에, 북한은 소련과 중국에 찍 소리도 못해보고 소련파와 연안파 인사들의 숙청을 되돌리는 모션을 보여주기식으로라도 했어야 됐음.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소분쟁으로 인해 다시 확실한 숙청이 전개되었지만.

아무튼 이 사람은 소련사에서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인물인데, 바로 소련의 식문화 개편을 주도했던 사람이었기 때문.
미코얀은 요리를 정말 좋아했고 매우 잘했다고 하는데, 그의 이러한 면모는 미코얀이 동료들을 초대했을 때 잘 알려졌다고 함.
당시 소련은 식품 가공 산업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바로 미코얀이었음.
미코얀은 1930년대에 무역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미국, 독일 등 여러 국가들을 방문했었는데, 이때 외국에서 식품 가공 기술과 식품 생산 기계들을 많이 도입했음.

1936년 미국 소비재 산업을 시찰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미코얀은 햄버거, 미국 아이스크림 등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음식들을 괜찮게 느꼈는지 소련으로 돌아온 이후에 시리얼, 햄버거, 아이스크림 등 미국 음식들의 생산을 지시했지.
덕분에 소련에서 이전까지는 생소했었던 음식인 햄버거, 도넛, 시리얼, 팝콘, 토마토 주스 등이 이때 소련에 도입되며 생산을 시작했고, 아이스크림도 대량생산 시설을 도입하면서 널리 보급시켰음.
하여튼 미코얀이 이때 미국 아이스크림에 푹 빠지게 되었고, 소련 인민들도 아이스크림에 마음을 사로잡혔다고 하던데, 아이스크림이 확실히 맛있는 음식이기는 함. ㅋㅋ

햄버거도 이때 미국에서 정식으로 계약해서 햄버거의 제조 기술과 설비를 도입했고, 덕분에 1936년 소련에서 햄버거가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햄버거는 미코얀의 이름을 따서 '미코얀 커틀릿'으로 불렸음.
비록 2차 대전으로 인해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본격적인 도입은 소련이 무너질 때 들어온 맥도날드 등 미국 프랜차이즈 업체를 통해서 이뤄지지만.

심지어 급식 시스템도 확립시켰고 직접 요리책도 냈는데, 이 급식 시스템과 요리책은 1980년대까지 소련에 영향을 끼쳤고, 소련 붕괴 이후에도 지금까지 러시아 요리에는 미코얀의 유산이 많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음.
오죽하면 '2차 대전만 아니었으면 맥도날드 이전에 미코얀 버거가 소련에서 체인점으로 나왔을 것'이라는 농담이 나왔고, 심지어 스탈린도 미코얀에게 '당신은 공산주의보다 아이스크림에 관심이 더 많다'는 농담까지 했으니, 식문화에서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