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바투타가 모로코에서 출발해 여행을 떠난 이후로 언젠가 소말리아 해안에서 배를 타고 메카로 돌아갈때, 그만 풍랑에 휩쓸려 어느 섬에 표류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이븐 바투타는 자신이 파도에 밀려 모래사장에 반쯤 침식된 자신을 발견했다.
'아직 죽지는 않았군. 알라께서 날 지켜준게 분명해.'
이븐 바투타는 혼자 중얼거리며 거적대기가 된 로브에 들어간 모래를 털고 주의를 두리번거렸다.
방금 전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생존을 음미하던 모로코인 여행자는 순간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백사장엔 갈매기 소리를 행진곡삼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모두 한 손에 이상한 발광체를 들고 그것을 지켜보며, 그자들은 간혹 그걸 툭툭 손가락으로 치기도 하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모래에 처박힌 여행자를 구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이건.. 말도 안돼. 사람이 널브러져 있으면 한두명쯤은 도와줄 법도 한데, 이곳은 쿠란과 하디스를 읽는 자가 없는 건가?' 이븐 바투타는 입을 떡 벌린 채 횡설수설했다. 모래사장에 부딫치는 파도소리는 이 불쌍한 모로코인을 엿먹이는 듯 했다.
불현듯 이븐 바투타는 어떤 사람이 그를 쳐다보고 있음을 알아챘다. 백사장에 도도히 서있는 야자수 아래,어떤 남자가 허름한 옷을 입고 누워있었다.
'만나서 반갑소 형제여. 외람된 말일수도 있겠지만. 왜 아무도 날 구해주지 않았던 것인가?' 이븐 바투타가 남자에게 말했다.
'당신이 일어날라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남자가 말했다.
'풍랑에 휩쓸려 파도에 떠밀린 인간이 어찌 멀쩡히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네. 프랑크인들의 왕국에서도, 맘루크의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선지자의 도시인 메카와 메디나에서도.' 이븐 바투타는 눈이 사슴처럼 동그래졌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공정치 않으니까요." 남자는 무심한 듯 말했다.
'공정치 않다니?'
'전 여기 계속 누워있으면서 간간히 이 곳으로 정신을 잃은 채 표류하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피부가 검은 자들도 봤고, 여자와 남자들도, 어린이와 늙은이들도 봤죠. 하지만 당신 이전에 온 그들은 자립하여 성과를 이룰 기회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그들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죠.'
'그럼 필시 표류자가 죽는 경우도 있었을 텐데. 그럼 당신과 여기 사는 행인들은 표류자들을 그저 세상을 떠나게 내버려 두었나?' 이븐 바투타는 침착하게 생각을 가다듬고 한 마디 던졌다.
'개인이 실패한 거죠.'
이븐 바투다는 정신을 거의 잃어버릴 것 같았다. 세상에 어떤 선지자나 철학자,연장자,교수들이 이런 사고를 가르친단 말인가? 그는 알라의 이름으로 다시는 이 거렁뱅이와 말을 나누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어쩌면 이 남자는 혹시 전설에나 나오는 귀신인 '진'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모로코인 여행자는 정나미가 떨어진 야자수의 남자를 뒤로 하고 서둘러 발을 움직였다.
이븐 바투타는 섬을 조사하여, 메카로 돌아갈 길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역시 평등론자들은 답이 없어. 무식해서 할 말이 없으니 결국 도망치는군' 야자수 아래의 남자가 속보로 남자를 내버려 두고 길을 떠나는 이븐 바투타를 보며 뱀처럼 쉿쉿거리며 말을 뱉었다.
문학추
아랍권 하면 그 야설밖에 안 떠오르노...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