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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노사정 합의, 현장에선 이렇게 ‘적용’됐다
자본가들은 꽤 인상적인 법령으로 회자된 한시적인 해고금지 조치마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올해 초의 여러 투쟁과 협약을 거친 결과, 페스키에라 보로메오 물류창고에서 5년간 일해 온 티엔티/페덱스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규직 채용이 예정된 5월 1일이 되자, 사측은 합의를 지키는 대신 66명의 계약직 노동자를 해고해버렸다.
회사의 입장은 간명했다. 기존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66명의 계약직 노동자는 또다시 파업을 해야 했다. 물류창고에서 같이 일해온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 해고에 반대하면서 공동으로 점거파업을 했다.
이들과 같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있는 투린, 로마, 나폴리, 볼로냐 등 다른 도시의 물류창고 노동자들도 연대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해고반대와 더불어 일시적으로 휴직하는 노동자에게 임금이 온전하게 지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급휴직이나 작업장 안전보장에 관한 ‘노사정 합의’가 없어서 문제였나?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협약은 이미 체결돼 있었다. 이탈리아의 사회보장보험으로도 12개월에서 최대 36개월까지 해고 대신 일시적인 휴직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되 임금은 80% 수준으로 낮춰 지급하는 조항이 있다.
이탈리아 자본가들은 이 모든 제도와 협약을 무시할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류창고 점거파업이 이어지자 여러 대의 버스로 경찰이 투입됐고, 이들은 파업 노동자들을 방패로 밀쳐냈다. 파업이 계속되자 사측은 아예 물류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다.
노동자들은 당장 물류 폐쇄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일단 5월 11일자로 현장에 복귀했지만, 그 뒤에 다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티엔티/페덱스 노동자들은 경찰의 곤봉에 맞고 발로 걷어차이며 손가락이 부러지거나 실신하기도 하는 등 이 파업을 깨려는 경찰의 폭력적인 탄압에 맞서고 있다. 노사정 대화와 사회적 합의를 체결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이탈리아노총은 이 투쟁을 엄호하고 확산하며 현장에서 퍼져나가는 자본가들의 진짜 공격을 받아치는 데에는 그다지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도 딱히 다를게 있나, 명분은 지금 당장 굶어 죽는 노동자를 위한다지만 현실은 당근같아보이는 그림만 보여주고 채찍질인데.
노사정 합의 반대가 비현실적이라 주장하려면 적어도 그 한다고 하는 합의 내용이 이탈리아 사례처럼 못어기게 명시적이어야 되지 않겠나?
이러면 뭐하러 합의함?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