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가 사람이던 때를 기억합니다.
우리의 피가 황금이었던 때를
우리의 투명한 두 눈은 하늘을 우러보고
우리의 투박한 두 발은 땅을 짚고 있던 때를
우리는 분명히 믿었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비쩍 마른 목을 적시는 것을 넘어
비루한 짐승의 몸과 뜨거운 숭엄의 불꽃을
이어주는 끈이 필히 존재하리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헐벗은 채로 폐허를 배회합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되
오직 더러워진 피를 흘리는 것만을 두려워합니다.
우리의 정신은 유리처럼 깨지고 흩어졌지만
우리는 그 것을 자유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탁한 두 눈은 재무제표를 셈하며
우리의 맨드라운 두 발은 흙을 밟기 주저합니다.
우리의 몸에는 차가운 질병이 스미어
불길을 야만의 증표로 치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억합니다.
우리가 어리석음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황금으로 된 피를 아까워 하지 않았던 때를
천박한 육신의 안에도 신성이 존재한다 굳게 믿었을 때를
그렇기에 우리는 믿습니다.
언젠가는 이 속된 폐허 속에서 자그마한 무덤을 파내어
성스러운 시원의 증거물을 찾으리라는 것을
흐르는 피로 된 개울물로 눈을 씻어내고
다시 한 번 하늘을 우러보리라는 것을.
제목은 없읍니다
가히 혁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