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좌파 유저들의 놀이터로 가볍게 출발한 로자룩셈부르크 갤러리는, 어느새 진지한 논쟁과 이론과 실천이 오고 가는 진보좌파들의 아고라가 되었습니다. 소위 ‘방구석’으로 표현되는 동지들뿐아니라, 현실 운동에 몸담고 있는 ‘운동권’ 동지들까지 유입되며 갤러리는 번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노선과 이념을 가진 동지들간에 크고 작은 대립이 있었고, 때때로 그 대립은 갤러리의 원만한 운영을 방해할 정도로 거세지곤 했습니다. 마치 과거 학생사회와 진보정당에서의 갈등이 재현되는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일단 논쟁이 시작되면,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세계보다 머릿속 세계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고, 적보다 생각이 다른 동지가 더 사악하게 보이곤 했습니다. 조선과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개량과 혁명 중 무엇이 옳은가, 남한은 식민지인가 중심부인가, 민족해방이 먼저냐 계급해방이 먼저냐, 페미니즘과 신좌파 운동은 민중의 벗인가 적인가와같은 토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토론은 갤러리의 수준을 드높이는 유익한 효과도 가져다주었지만, 상호비방으로 동지들의 마음이 상처를 주었고, 논쟁을 위한 논쟁만 반복되었으며, 특정 의제에 밀려 새로운 의제가 논의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도 안겨다주었습니다.

물론 이론과 논쟁과 토론은 중요합니다. 올바른 이론 없이 올바른 실천 없고 올바른 전망을 확립해야 더 많은 동지들을 우리의 전선으로 데려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뼈와 살을 깎아가며 논쟁에만 집중하기에 우리의 힘은 너무나 약합니다. 노조 조직률은 여전히 10% 남짓이고, 진보정당의 대부인 정의당의 지지율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지역 조직이 튼튼한 민중당(현 진보당)은 총선에서 원외로 밀려났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여러 ‘선명한’ 세력들은 ‘정치 동아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국공 정규직화 사태에서 보듯 국민 상당수는 진보적(리버럴이 아닌) 의제에 부정적이며, 각자도생에 익숙해져있습니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은 미국과 재벌에 매달리며 반민중적인 정책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그 기세가 많이 꺾이기는 했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반공 수구세력이 여전히 제1야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이론놀음이 아닌 실천이요, 분열이 아닌 단결입니다. 그것도 ‘통 큰 단결’입니다. 우리가 가진 사소한 차이는, 적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온갖 어려운 언어들을 사용해가며 서로의 결점을 꼬집는 대신, 힘을 모아 민중속으로 들어가 민중과 함께하며 민중을 우리의 편으로 끌어당겨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힘 있는 자 힘으로, 돈 있는 자 돈으로, 지식있는 자 지식으로”라는 말처럼, 각자가 처한 상황과 일상에서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진보운동에 복무하면 되는 것입니다.

동지들, 얼마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와 미국의 흑인 항쟁은,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병폐 그리고 미국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그것은 시장경제가 절대선이 아니며 미국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람직한 사회 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또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은 민주당이 일부 개혁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결국 민족과 민중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입니다.

소련 붕괴 이후 ‘역사의 종언’으로 명명된 구체제에는 금이 가고 있습니다. 그 균열 사이로 튀어나오는 온갖 정제되지 않은 불만과 분노를, 우리가 한데 모아 조직화하고, 정치적으로 표현하며, 우리가 바라는 바를 관철해야합니다. 이를 위해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통 큰 단결을 해야합니다. 정견과 이념의 사소한 차이는 전선에서 그렇게 중요치 않습니다. 이 불평등한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 미국의 허락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예속된 민족의 운명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압박받는 노동자 민중이 세계의 주인이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모두 한 편입니다.







통 큰 단결로 각계각층의 민중을 우리편으로 묶어세우고, 해방과 평등, 통일의 세상을 건설합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