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귀찮아져서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이랑 <시장으로 가는 길> 서평이 밀리고 있어 사죄의 의미로 클래식 음악 추천하고 갑니다 동지들
인터내셔널가의 아지(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스가! 체르노비치에서 예심판사 앞에 섰을 때!로 시작하는 그거)로 잘 알려진 좌파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대본을 맡고 독일의 대표적인 근대 음악가 중 한 명인 쿠르트 바일이 작곡을 맡은 음악극 <마하고니 시의 번영과 몰락>입니다.
20세기 미국 남부를 무대로 한 이 연극은 말초적인 자극과 쾌락만을 추구하다 붕괴하는 자본주의의 양태를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연극임. 대충 내용을 풀어보면 경찰에 쫓기는 사기꾼 3인조가 차가 고장나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그 자리에 마하고니라는 도시를 세우는데, 마하고니는 '그물망 도시'라는 뜻으로 그물을 쳐 새나 고기를 잡듯이 쾌락을 제공하고 노동 없이 돈을 갈취하려 하는 사기꾼들의 속셈을 잘 드러냄. 이어 이곳에서 돈을 벌기 위해 포주와 성매수자를 찾는 성매매자가 정착하고, 이 도시에 7년간 알래스카에서 벌목공으로 일해온 주인공 빌리를 비롯한 4명이 들어오는데, 얼마 안가 빌리와 많은 방문객들이 마하고니에 실망함. 마하고니가 그들의 쾌락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해서. 빌리는 모든 것이 금지되어있다고 불평하는데, 이 와중에 태풍이 마하고니로 향한다는 예보가 들려오자 빌리는 태풍이 모든 것을 파괴하기 전에 우리가 파괴할 것을 주장하며 사기꾼의 두목인 멕빅에게 돈을 주고 마하고니의 모든 금지법을 없애게 함. 그러나 기적적으로 마하고니는 태풍을 피하고, 마하고니는 모든 것을 허용하는 쾌락의 도시로 다시 태어남.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통해 말초적인 쾌락으로 인간을 중독시키고, 돈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는 자본주의를 비판한 동시에, 이러한 쾌락에 중독되어 자신의 이해관계와 동떨어지게 체제를 옹호하고, 자신의 파멸을 추구하는 대중에게 경고를 하고자 했음. 여기에 덧씌워진 바일의 재즈풍의 음악은 당대의 환락적 분위기와 대중음악을 잘 그려내서 대본을 잘 살려냄. 이후에 음악의 프로파간다화를 비판한 바일은 예술에서의 정치적 메세지의 필요성을 주장한 브레히트와 갈라서게 돼서 이후 브레히트의 극음악은 역시 좌파 작곡가인 한스 아이슬러(동독 국가를 작곡함)가 맡게 되는데, 이사람 작품도 언제 소개해보겠음.
한국에서는 작년에 국립오페라단에서 처음 무대에 올렸는데, 직관한 내 입장에서 보면...별로. 지나치게 추상화되고 각색된 연출 탓에 브레히트의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음. 하기사 제대로 연출했으면 조중동이 가만있었겠냐? 그것도 보수언론의 평이랑 기업과 상류층의 후원에 매달린 한국 순수예술에선 더더욱.
반대로 이 글에 올린 동독 코미셰오퍼의 1977년 실황은 이와 달리 브레히트의 모국답게 그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함. 음악이나 연출적으로는 배경으로 한 20세기 초를 잘 그려낸 동시에 창작 당시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지 않았던 파시즘과 그에 수반되는 파괴적 전쟁에 대해서도 마지막 결말부의 연출(날개를 편 대머리독수리, 해설자를 잡아가는 무리와 그자리를 차지한 회색코트의 콧수염 등)을 통해 넣어서 메시지를 더욱 강화했음. 유튜브에서도 호평이 많으니 시간나면 전부 보고, 시간이 모자라면 2시간 15분 45초부터 시작되는 피날레 장면만 봐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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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거는 아이슬러 작품일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밀스러운 행진이 좋음
작사 브레히트 작곡 아이슬러 맞아요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