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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법적 전위정당 사상은 단순히 비공개 조직 사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볼셰비키는 비합법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의회기구, 노동조합 등 다양한 합법영역을 능동적으로 활용했다. 비합 전위 정당 노선은 조직의 존재양식과 정치노선의 결합이다. 전위 정당 사상을 옹호하면서도 피티독재 사상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전위정당 사상의 본질을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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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에 의한 지도가 없이 거대하게 조직된 자본주의 국가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투쟁의 방향과 전망을 제대로 제시하며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전복하고 노동자계급이 지배계급으로 올라설 수는 없다. 이렇게 전위가 대중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중에 대한 지도는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조합 내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선전이나 교육이 진행되지 않는가? 전위에 의한 대중의 지도에 대해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 또한 노동조합주의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에 대한 배타주의, 반연대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종적 태도 등 노동자들에게 팽배해 있는 조합주의 의식을 지도가 없이, 계급의식을 높이지 않고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가? 사회주의 의식은 단순히 자본에 대한 비판의식을 넘어 자본주의의 모든 현상에 대해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럴 때 진정한 계급의식이 형성된다.


대중의 계급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전위정당에 의한 지도는 왜 반대하는가? 이는 전위와 대중의 관계, 지도와 피지도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다. 전위는 대중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면서 대중들을 가르친다. 배우지 않고 어떻게 가르칠 수 있으며 가르치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가르침을 지속할 수 있을까?


배우면서 가르친다(학강), 가르치면서 배운다(강학)는 원리는 한 때 야학에서 그 원리가 적용됐다. 혁명적 인텔리인 야학강사는 자신이 습득한 사상과 철학을 가르치면서 노동으로 단련된 노동자들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고 이 배움 속에서 자신의 혁명적 삶의 전망을 세웠다. 반면 노동자들은 야학강사로부터 자신이 겪는 노동과정에서의 모순이 어디서 오는지 배우면서 노동하는 삶에 대해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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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정당은 지도를 통해 대중들의 정치의식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노력한다. 지도는 관료적, 수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설득과 상호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대중들을 지도해서 전위의 위치로 끌어올려서 노동자 대중들이 지배계급으로 올라서게 하는 것이 전위적 지도의 목표다.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된다. 전위가 중위가 되고 후위가 될 수 있다. 대신에 대중이 전위의 자리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


사회주의 사회는 엘리트 정치가 아니라 대중권력에 대중의 직접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사회주의 소련에서는 노동자계급의 교육수준, 문화적 수준이 지금 우리사회에 비해 낮았기 때문에 전문 관료에 대한 양보가 불가피했다. 레닌은 ‘국가와 혁명’에서 사회주의에서는 국가운영이 단순해지기 때문에 대중들이 직접 국가를 운영하기에 쉬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사회주의 국가를 운영하면서는 후진적인 노동자계급의 현실에 절망했다.


‘닥터 지바고’에서는 혁명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민중이 “이제 레닌이 새로운 황제가 되는 거야”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전위의 의식은 높았지만 문학작품에서는 이처럼 당시 러시아 사회 대중들의 전반적인 상태가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당시 후진적인 러시아에 비해 우리 사회 노동자계급의 교육수준, 지적수준, 기술수준은 대단히 높다. 당시 러시아 혁명가들이 부딪쳐야 하는 조건에 비해 사회주의의 물적토대는 훨씬 더 앞서 있다. 대중의 전반적 지적, 정치적, 문화적 의식이 드높게 물결치고 공산주의 원리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원리로 작동할 때 국가는 소멸될 것이고 당도 현저하게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소멸될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차이가 없어지고 대중들의 의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전위와 대중의 구별이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이다.  



- 노정협, <레닌주의 전위정당에 대한 옹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