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우리 법은 인간이 존엄하게 일상을 영위한 최소한의 충분조건으로 ‘최저 주거 기준’이라는 것을 두고 있다. ‘14제곱미터(약 4.24평)의 면적, 부엌, 전용 화장실과 목욕 시설’은 주거기본법상 1인 가구의 최저 주거 기준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청신하고 존엄한 이 문장은 오늘날 주거 피라미드 가장 아래에 놓인 쪽방엔 닿지 않는다.
2015년 기준 비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39만3792가구.
10년 전인 2005년 5만7066가구에 비해 무려 7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가운데 81.9퍼센트는 쪽방과 고시원에 사는 이들로 추정된다.
쪽방, 벌집, 달방, 고시원 등등 온갖 변형된 방들이 생기다보니, 중앙 부처가 규모를 파악하고 정책적으로 반영할 속도를 훨씬 상회한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오늘날 쪽방은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친 결과”라며 “이런 열악한 주거를 정책 대상으로 포착하는 건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일갈했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으로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착화’하는 산업. 가뜩이나 돈 없고 오갈 데 없는 이들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해, 마땅한 노력 없이 불로소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는 행태. 세계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일본에서 도드라졌던 대표적인 불황형 경제 범죄가 2019년 한국 쪽방촌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정상 가족, 정상 주거만을 사회적 규범으로 받아들여온 세상에서 ‘쪽방’은 소위 그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드러내는 ‘빈곤 포르노’의 소재로만 쓰였을 뿐, 어찌된 연유로 쪽방에 살게 되었는지, 왜 벗어나지 못하는지, 일을 하는데도 왜 가난은 더 가난한 이들에게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지를 우리는 질문한 적이 있었나.
“261-1번지가 가장 악랄해요. 이 집은 주인이 같이 사는데, 그 사람이 실제 소유주인지 관리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그 건물에 장애인이 3명 정도 살았거든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사람들이었는데, 매달 20일인가, 그쯤 되면 통장에 또박또박 장애인 연금, 주거급여, 기초생활수급비 이런 것들이 한 달에 110만 원 정도가 들어오나보더라고요. 장애인들의 통장을 빼앗아뒀다가, 수급날만 되면 ‘돈 찾으러 가자’며 은행에 데리고 가서 그 돈을 싹 빼요. 그러고선 ‘이건 방세’ ‘이건 공과금’ ‘이건 밥값’ 이러면서 한 10만 원쯤 돌려줘요. 그런 사람이 영등포 쪽방촌에 제가 아는 것만 해도 두 명이에요.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더 악랄한 건 뭔지 알아요? 이 사람들은 장애인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더 좋아하는 거예요. 아무리 장애가 있어도 자기가 갈취당하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어요. 그래서 같은 동네 다른 쪽방으로 옮기면, 또 기막히게 알아내서 다시 데려오고 한다니까요. 완전 ‘봉’이에요. 제가 참다 참다못해 그 집에 가서 ‘이런 식으로 집 장사 해먹으려면 이 사람을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놨어요.”
영등포 쪽방촌에서도 ‘빈곤 비즈니스’는 반복되고 있었다. 한 발짝 헛디뎠다간 노숙 신세로 전락하는 극빈층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임대인(정식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표준임대차계약에 의한 임대가 아니라서 대부분 국가가 파악할 수 없는 형태로 쪽방 임대업이 이뤄지고 있다)으로서의 의무를 내팽겨쳤다. 세상에 쫓겨나는 것보다 더 큰 공포가 없는 쪽방 주민들은 법적으로 부여된 ‘주거권’을 주장하지도 못하고, 입도 벙긋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알아서 고치는 법을 택한다.
“올해만 해도 아직 4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5명이 죽었어요. 1년에 이 동네 쪽방촌에서 죽어나가는 사람이 10명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쪽방 사람들이 일도 없고 시간이 많다보니 서로 부대끼며 살 것 같지만, 친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옆방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들여다보지 않거든요. 며칠 있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면 사람이 죽어 있고. 그런 일이 다반사예요.”
쪽방촌 주민 가운데 4명 중 1명(27퍼센트)은 최근 1년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했다.14 가난하고 병들어 소비를 하고 노동할 쓸모가 없으면 구조에 부담이 되는 비용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이들이 건강한 심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안전망이 되어주는 ‘관계’라도 있으면 절망에 빠졌을 때 누군가 건져내줄 수 있으련만, 쪽방촌 주민 가운데 75.5퍼센트가 ‘가족 중 연락할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다. 지난 1년 동안 쪽방촌에 사는 자신을 방문한 가족이나 친지가 전혀 없는 비율도 61.1퍼센트에 달했다.
책 이름이 어캐 됨?
착취도시 서울
좋은 정보 꼬마워요! - dc App
책 개 많이 읽는당 부럽... - dc App
사실 읽다 말고 해서 완독을 잘못함ㅎㅎ
저거 보니까 기본소득에 구절이 생각난다 - dc App
어떤 글귀인데?
오늘 글로 써봄 대충 써재끼자면 선별적 복지가 위 장애인의 사례처럼 인간을 파편화,분리화시키고 착취를 지속캐하며, 인간에게 쓸때없는 노동을 강요하며, 정작 인간이 노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거임. - dc App
아 사족이지만 위에 못쓴 내용인데 쪽방 상당수가 불법이라 법의 적용을 못받는다함
ㅇㅎ
ㅇㅇ 위에 써져 있어서 알았음. 애당초 저렇게 장애인을 통장 보관하며 착취하는 것도 불법일것 같은데 - dc App
ㄹㅇ
근데 책에 그런 내용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