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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주의자들은 200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자본주의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협동조합의 역사를 강조하며 협동조합운동이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200년 동안이나 협동조합이 끈질기게 살아남은 건 인식하고 있지만 협동조합이 200년 동안이나 자본주의 모순을 전혀 극복하지 못했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00년 동안이나 지속되어 왔고 그것도 모자라 확산되는 지독한 환상이다. 

대부분 협동조합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협동조합은 파산한다. 협동조합 내에서 기업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이기도 한 협동조합 직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해고당하지 않는다. 대신에 자본주의 내에서 독점자본과의 경쟁, 비독점자본과의 경쟁, 소자본 자체와의 경쟁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소부르주아 기업이 파산하는 것처럼, 절대 다수 협동조합은 파산하고 있다. 이 파산을 면하기 위해 협동조합 기업 내부에서는 자발적으로 임금삭감, 퇴직금 삭감을 하기도 한다.

협동조합에 대해서 자본주의 내에서 반자본주의 기업이라고 하든, 이행의 수단이라고 하든, 변혁의 전초기지라고 하든, 그람씨의 말을 빌려 ‘진지전의 참호’ 라고 하든, 시장경제를 대신하는 사회적 경제라고 하든, 새로운 모델이라고 하든 상관없이 그 역시 자본주의 내에서의 기업에 불과하다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내에서 다른 ‘자본주의적 기업’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 자체적으로는 반자본주의 기업일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기업, 그것도 거대한 독점기업에 철저하게 포위된 기업에 불과하다.

협동조합의 근본적 한계를 주장하면, 협동조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에 대한 결정적인 반박으로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성공한 거대 협동조합인 몬드라곤 사례를 들이댄다. 실제 몬드라곤 ‘성공’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들도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몬드라곤을 직접 방문해서 체험하는 경우도 많다. 몬드라곤은 직원이 10만 명이나 되고 122개의 생산기업과 6개의 금융조직, 14개의 소매상, 7개 연구 센터와 1개의 대학, 14개 보험회사를 가지고 있다. 2009년 총 매출액만 20조가 넘는 초거대 협동조합 기업이다.(Mondragon as a Bridge to a New Socialism, 새로운 사회주의로 가는 교량인 몬드라곤) http://www.solidarityeconomy.net/2011/03/16/mondragon-as-a-bridge-to-a-new-socialism/

몬드라곤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룬 책은 극히 드문데, 쉐린 카스미어(Sharryn Kasmir)의 <몬드라곤 신화(The Myth of Mondragon)>가 대표적인 저작이다. 이 책에 대해 비평을 한 글(louisproyect, The Myth of Mondragon, December 6, 2009) http://louisproyect.org/2009/12/page/3/ 을 보면 심지어 몬드라곤 창설자인 아리스멘디(Arizmendi) 신부는 스페인 프랑코 파시스트 정권 당시인 1965년에 공로훈장을 받았다. 한편 이탈리아에서 무쏠리니 파시스트 정권은 처음에는 협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사회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숙청에 협동조합 운동가들이 찬성한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허가를 했다. 무쏠리니는 협동조합이 노사협조주의의 사례라면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카스미어는 “노동자 참가는 노동자와 경영자 사이를 비적대적으로 하고 계급의식을 사라지게 한다.”는 무쏠리니의 말을 인용했다.

몬드라곤 기업 내부에서도 1970년대 파업이 일어날 정도로 노동자들 사이에 불만이 있다. 물론 그 파업은 협동조합 소유자들인 동료 노동자들에 의해 진압당하고 파업 주동자들은 해고당한 사례도 있다. 카스미어 책에서는 몬드라곤 기업(Mayc) 내에서 75%의 육체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몬드라곤 기업 내에서 비숙련 노동자들은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더 높았고 반대로 숙련 노동자들이나 경영자 모두는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몬드라곤 내에서 경영자와 노동자,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증가하면서 기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몬드라곤은 해외 외주 기업에서는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그곳에서 제국주의 국가의 기업처럼 행세를 하고 있다.

몬드라곤 사례가 협동조합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찬사 일색이어서 부정적인 측면이 덜 부각되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몬드라곤 기업이 비록 일개 기업으로서는 성공했다 할지라도 스페인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는 해방구(liberated territory)로서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자본주의는 극심한 공황에 직면하여 실업률이 25%에 달하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50% 이상이다. 스페인 자본주의는 부채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몬드라곤 같은 개별 기업의 특수한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자본주의의 모순은 전혀 손대지 못하고 있다. 몬드라곤은 여전히 스페인 자본주의, 세계 자본주의에 포위돼 있는 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몬드라곤 그룹 내 개별기업에서도 파산이 늘어나고 있으며, 자본주의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몬드라곤 기업내에서 아직 전면적인 해고는 없었으나 이러한 외부 기업과의 경쟁으로 인해 기업 내부적으로 임금을 자발적으로 삭감하고 퇴직금을 반납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독점자본들은 이미 거대한 자본력을 가지고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건설, 유통, 금융, 방송, 언론 등 자본주의 전 산업을 장악해 들어가고 있다. 사유화를 통해 공공부문 전 산업에 대한 진출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 재벌은 빵집, 떡볶이, 피자, 순대 같은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몬드라곤 같은 특수 사례를 제외하면 협동조합 기업은 이른바 ‘틈새기업’ 이라고 해서 독점자본이 진출하지 않는 유통이나 소생산 부문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 같은 독점자본의 지배력 강화로 인해 절대 다수 협동조합 소기업들은 사업 영역은 점점 더 왜소해지고 있고 거대 자본에 포위되어 생존 자체가 위태한 실정이다.

생산의 집적과 집중은 독점을 낳는다. 생산을 독점한 독점자본은 생산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체 사회를 지배한다. 이것이 독점자본주의 체제다. 국가 역시 독점자본에 종속되어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이것이 국가독점자본주의다. 결국 이러한 독점자본주의 경제법칙을 협동조합으로 극복한다고 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는 파산한 기업을 노동자들이 인수해서 운영하는 노동자 소유기업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자협동조합이 마치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자,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변혁하지 않고 점진적인 확대로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부여하는 것이다. 주관적으로 협동조합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든 그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부여하고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흐리게 한다. 국가가 나서서 협동조합법을 제정하고 재벌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하략)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협동조합 운동, 200년 동안 지속된 지독한 환상>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