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짤은 '좌파에게 일침'따위의 제목으로 우익 커뮤에서 돌고 있고, 아래 짤은 종부세때문에 시끌시끌할때 "문재인은 레닌주의자다!"라는 극우들이 근거로 내세우던 짤이었음. 로자갤이나 진정갤에서 몇번 얘기 나왔던걸로 기억함. 그런데 이 짤들처럼 레닌과 레몽 아롱이 실제로 저 말을 한게 맞을까?
우선 레몽 아롱 짤부터 알아보겠음. 일단 이 짤은 만든 사람의 지능에 의심이 들 정도로 허술하게 만들어졌음. 굳이 아래쪽에 작게 불어 원문을 써놨는데, 신빙성을 높이려고 한거 같은데 정작 전혀 다른 내용을 써놨음.
Le choix en politique n'est pas entre le bien et le mal, mais entre le préférable et le détestable 를 파파고 돌려보면
정치에서의 선택은 선과 악 사이의 것이 아니라, 선과 증오 사이의 것이다.
짤에 있는 문장과 전혀 맞지 않지. 얼마나 어이가 없으면 심지어 이남자 공정무새의 아성인 오르비에서조차 까일 정도. https://orbi.kr/00029531651
이렇게 간단히 논파될 줄 알았는데, 얼마전 레닌갤과 호자갤에 침공온 분탕이 이 짤을 올리면서 '일침'을 놨는데, 위의 내용으로 반박하니까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18091281011 이 한경 링크를 걸며 맞는데? 맞는데? 에베벱 하더라고.
이 기사는 일단 레몽 아롱의 책인 '지식인의 아편'에 대한 서평인데, 짤에 나온 문장은 첫 문단부터 대문짝만하게 써져있음. 그리고 “‘능력에 따라 일하고, 욕망에 따라 배분받는다’는 선전은 허공의 유토피아에 불과하다. 인간의 열망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허구에 몰입할수록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가난한 세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좌파들은 어설픈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역사의 진실을 어지럽혀선 안 된다.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의견을 용인하지 못하는 폐쇄성은 전체주의로 귀결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선동적인 ‘진보팔이’로 젊은이들을 호도하는 것은 문명의 퇴보를 재촉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발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인류 진보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같은 한경스러운 주장들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쓰여져있어.
레몽 아롱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자세히는 설명 못하지만 일단 사르트르와 대척점에 있는 반공주의자였으니 실제 저런말을 할법도 하긴 함. 그래서 구글에 raymond aron quote 이렇게 쳐서 다 찾아봤는데 저런식의 말은 전혀 찾을 수 없었음. 아마 한경이 자기들 생각을 레몽 아롱의 입을 빌려 말한 저 기사가 짤로 만들어지며 와전된것으로 추정됨. 그러므로 확신은 못하지만 일단 사실무근인걸로. 혹시나 이 책을 실제로 읽은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길 바람.
이제 두번째 레닌짤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레닌은 저런말을 한 적이 아예 한적이 없다는걸 먼저 알리고 저 괴담의 출처는 불명이지만 엠팍의 http://mlbpark.donga.com/mp/b.php?m=user&p=1&b=bullpen&id=202008020045766046&select=&query=&user=545788368&site=kakao.com&reply=&source=&sig=hgj9SY2gihTRKfX2hgj9RY-Y6hlq 이 글을 보면 좌파들에게 악명높은 반공학자 로버트 서비스의 레닌 평전을 인용하고 있는데, 정작 서비스의 책에서도 저런 내용은 나온 바가 전혀 없어.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issue&page=1&divpage=54&search_type=name&keyword=eoss&no=285890 뽐뿌의 한 유저가 실제로 번역자에게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번역자는 레닌은 그런 말 한적 없고 책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하네.
가짜 어록에 대해 다룬 이 글(영어)을 보면 레닌 어록 괴담은 해외에서도 퍼지고 있는것으로 보여. 아니 어쩌면 양웹에서 한국으로 퍼진걸 수도 있고. 양웹에는
“The way to crush the bourgeoisie is to grind them down between the millstones of taxation and inflation.”
— Vladimir Ilyich Lenin
이런 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르주아를 중산층으로 번역한 엉터리 번역실력으로 보이지만 이건 좀있다 설명할게. 흥미로운건 이 거짓 어록도 나름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임. 저 사이트에 따르면 레닌이 한 말이라고 주장한건 1974년 레이건이 주지사시절 연설에서 "확실히 알아두세요. 인플레이션은 우연이 아닌 세금입니다. 레닌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통해 정부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시민들의 번영을 몰수할 수 있다'"라고 한게 처음이고, 1986년 books and bookman이라는 잡지에서는 "레닌은 중산층을 세금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맷돌로 갈아버리겠다고 위협했고, 로이드 조지도 그렇게 했다"라고 레이건과는 조금 다르게 주장했음. 그리고 1988년 The Bulletin이라는 호주 잡지에선 앞서 말한 거짓 어록에서 부르주아를 중산층 (미들클래스)로 바꿔서 인용했는데, 의도한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한국에 알려진 내용과 같음. 양웹에는 중산층이 부르주아로 바뀐채 퍼진거 같고. 덤으로 1974년 The Advocate라는 잡지는 레닌대신 맑스가 한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음.
기원은 알았으니, 이제 왜 이 어록이 거짓인지 알아보자. 엉뚱하게도 케인즈가 소환되는데, 케인즈는 뉴욕 타임즈가 기고한 글에서 "레닌은 자본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의 과정에 의해, 정부는 시민들의 재산의 중요한 부분인 몰수, 은밀히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을 할 수 있다. …레닌은 확실히 옳았다.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만큼 사회의 현존하는 기반을 뒤엎는 더 미묘하고 확실한 수단도 없다. 그 과정은 모든 경제법칙의 숨겨진 힘을 파괴의 측면에 결부시키고, 백만 명 중 단 한 사람도 진단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한다." 이렇게 말했고, 이게 언론과 레이건을 통해서 레닌이 한 말로(맷돌과 중산층/부르주아라는 양념까지 더해져)와전된거지. 그게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거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를 통해서 보는걸 권함.
결론은 둘다 음모론 혹은 가짜뉴스고, 그래도 저짤 들이밀면서 "좌파가 한심한 이유" "문재인 정부가 레닌주의자인 이유" 이딴식으로 나온다면
사르트르의 띵언으로 응수하자
문재인이 레닌주의 아 ㅋㅋ
보리수 ㅋㅋㅋㅋ
네 다음 김일성 마오쩌둥 남근 빨아제끼던 사르트르 주둥이 빠는 오나홀
이젠 개도 디씨를 하네
이런 놈들이 부자가 된다면 말을 바꿀 것이다. 그래봤자 본성이 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