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에게 있고 우리에게 지금 없는 것

버니 샌더스 할배의 경선 흥행을 보면 참 인상 깊은 것이 '민주사회주의'를 컨추리송 좋아하고 카우보이 모자 쓰고 다니는 토착(?) 미국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버전으로 만들어놓은 점이다.

아프면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도 보장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슈퍼부자들의 권력을 제한하고 고율의 과세를 해야 한다는 당위를 호소할 수 있다.

허나 버니의 정치적 발언에 실리는 파토스는 '우리 정직하게 일하는 위대한 미국사람들은 남부럽잖은 복지를 누릴 자격이 있다'에 있다. 어디 가서 레드넥 행세할 거 같은 수염 긴 백인 아저씨들이 그의 연설을 듣고 왈칵 눈물 쏟는 게 가능한 건 아마 그런 파토스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정직한 일하는 미국인'이라는 표상은 고학력 먹물 진보주의자들이 호소하길 쑥쓰러워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반면에 버니 할배는 미국인들이 중시하는 민주주의와 '1인1표'라는 직관적인 원칙에서 출발해 거액의 선거자금 후원을 받는 민주당 정치인을 비판한다. 즉 상대 후보들이 벌이는 돈선거는 사실상의 표 매수행위이며 미국이 오랫동안 고수한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것 외에도 애국심,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 개인의 독립성과 같은 익숙한 가치들에 호소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한국의 진보정치 담론은 어떨까. 거기에는 한마디로 대중들이 자신과 '동일시할' 지점이 없다. 하나 같이 자의식 과잉의 서사이고 고학력 진보주의자들의 피곤한 인정투쟁만 난무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용기를 북돋게 할 말보다는 보통 사람들 안에 있는 '차별주의자'를 찾아내고 고발하기에 바쁘다. 자신은 얼마나 선량한지 자랑하기에 바쁘다. 나는 이런 진보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이들이 멀리서는 버니 샌더스 돌풍 가까이서는 노회찬 정신을 언급하는 건 비극이자 희극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세미나에서 '대중이 공정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능력주의를 넘어서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발언을 듣고 맥이 빠졌다. (이런 주장이 왜 하나마나한 이야기인지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적어도 학술적 진보담론에서 새로운 걸 기대할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절감했다. 오늘도 대구 유권자를 싸잡아 탓한 전우용 같은 분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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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의 티끌은 그만 찾아내고 제 눈의 들보를 직시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