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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이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비하는 엄청난 일인 양을 떠들면서 전 세계적인 연대를 부르짖으며 바그다드 한복판에 온갖 전력을 쏟아 부었던 일이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라는 산뜻한 발표로 한순간에 웃지 못 할 쇼가 되고 말았다. 미국은 왜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할 수 없는 이라크를 공격했는가? 그리고 왜 미국은 명분 없는 전쟁이 되버린 지금까지도 철군을 뭉그적거리며 미루고 있나?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이 <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에 있다.
이 책은 노엄 촘스키가 2002년 부터 2007년까지 [뉴욕타임즈] 신기케이트에 기고한 44개의 칼럼을 모은 것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과 군사 행위, 그리고 국내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그러한 행위가 가져다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실랄하게 폭로하는 책이다. 대부분의 칼럼이 씌어졌던 시기를 고려한다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물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9-11 테러가 그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촘스키는 9-11 테러 직후의 살벌했던 미국의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대테러 전쟁을 반대했으며, 정부의 전쟁 의지에 침묵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지식인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워싱턴을 테러 집단이라 규정한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이 '테러 행위'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한 '정의', 즉 미국이 적들에게 적용하는 테러의 '정의'에 따르면 미국 정부 역시 콜롬비아, 파나마, 수단, 터키 등에 테러를 가한 꼴이 된다. (34p)
촘스키는 미국이 적들에게 적용하는 테러의 '정의'에 따르면 미국 역시 테러를 가한 꼴이 된다고 말한다. 미국은 보편성의 원칙에서 자신들만 유일하게 예외를 인정 받는다고 선포하며 그런 예외를 자신들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은 끊임없이 그렇게 해왔고 지금도 하루거 멀다 하고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예로는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1988년 할바랴에서 독가스로 쿠르드족을 학살하고, 알 안팔에서는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극악한 잔혹행위를 저질렀지만 부시 1세는 사담을 동맹관계이자 무역 파트너로 인정했으며, 1899년에 필리핀에서 일어난 민족주의 반란은 필리핀인 수십만 명이 살해되고 진압되었다.
이라크에서 부시 행정부는 '제국주의적 야망'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제국주의적 야망을 보고 무척 놀랐다. 미국은 국제 불량배로 전락해버렸다. 그들도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듯이 미국의 대외정책은 세계의 어떤 나라도 감히 도전할 수 없도록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 있다. (50p)
촘스키는 여기서 미국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선제공격'이 아닌 '예방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촘스키는 '예방전쟁'을 어떤 식으로 정당화한다 해도 예방전쟁은 억지로 만들어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선제공격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으로 중동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새로운 미국의 적이 생겨났으며 이것은 빈 라덴이 바라던 바가 아닐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부시 행정부의 선전팀은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이라크에 심으려고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알맹이는 빠진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말이다. 워싱턴은 이라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가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시아파가 이슬람 지도층에 압력을 가해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시로서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워싱턴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목소리를 허락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들은 연방 구조 내에서 자치권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이는 터키가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일이다. (56p)
미국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라크에 괴뢰정권을 심으려고 안달이며, 부시 행정부가 두 나라를 공격하려면 이라크에 강력한 군사기지를 마련해야만 한다. 세계 유수의 에너지 자원국 심장부에 군사지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그 자원을 확실히 지배하고, 그 자원에서 비롯된 전략적 힘과 물질적 부까지 한꺼번에 거머쥐겠다는 것이라고 촘스키는 말한다. 그런데 만약 중동 지역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목표가 흔들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이 이라크에 의미있는 민주주의를 허락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라크 침략은 '본보기'였다. 다시 말해 부시 행정부가 먼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잠재적인 어떤 도전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무력을 멋대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전세계에 증명해보인 행위였다. 많은 나라가 이 교훈을 가볍게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폭력은 강력한 지배 수단이다. 하지만 지배의 딜레마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82p)
촘스키의 표현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확실히 과시적이고 위협적인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그토록 맹목적이었고, 엄청난 재정을 기꺼이 감당한 걸지도 모른다. 한편 침공의 또 다른 측면도 관과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략에 대한 온갖 구실을 나열하면서 아랍세계에서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세계 최대 에너지 자원지의 심장부에 확실한 군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이라크 침략의 가장 큰 이유이다. (110p)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자 교토 의정서에 내용을 전혀 따르지 않는 미국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안정적인 에너지망 확충에 심열을 기울일 것이다. 이라크 침공에는 이러한 미국의 새카맣고 알 수 없는 속내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들의 본심을 관철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국민들을 비롯한 전 세계 시민들이 보다 열성적으로 반전을 외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의 무고한 시민들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을 망정 반전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침략전쟁은 전체를 상대로 악행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전쟁 범죄와는 차원이 다른 최악의 국제 범죄"라고 선포했다. 팔루자와 아부 그라이브에서 저지른 미국의 만행은 전쟁범죄가 아닐 수 없다. 침략 이후 자행한 온갖 잔혹행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라크 아동들의 심각한 영양실조를 유발한 책임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이라크 아동의 영양실조 상태는 아이티나 우간다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150p)
2004년 봄, 미국 법무부 법률가들이 대통령에게 고문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은 후, 해럴드 고 하강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고문을 허용하는 헌법적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대통령이 대량학살을 범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갖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정말로 그런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어렵지 않게 말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는 오히려 제2의 '강력한 세력'이 대통령에게 그러한 권리의 행사를 허락한다면 대통령이 그런 권리를 갖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박했다.
핵확산금지조약 제6조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핵확산금지조약은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협약이다. 그러나 그 어떤 핵보유국도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6조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4년 11월, 유엔 군축위원회는 '확인 가능한 핵물질생산금지조약'을 투표로 통과시켰다. 투표 결과는 147 대 1이었다. 미국만이 실질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170p)
이 것은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인류의 생존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만 문제 삼고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줄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미국의 힘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은 불량국가라고 불리게 된다. 겉으로는 다른 나라를 불량국가라고 열심히 공격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것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를 모욕하려는 계산된 행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147개국과 한 나라(미국)으로 분열되었다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국가들 중에 워싱턴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베네수엘라다. 미국이 석유 수입량의 15퍼센트가 가량을베네수엘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대통령에 당선된 우고 차베스는 자주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차베스의 절친한 친구, 피델 카스트로에게 그랬듯이 차베스의 이런 태도를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싱턴은 2002년, 부시 대통령의 민주주의 비전을 포용하면서 차베스 정부를 아주 잠깐 동안 전복시켰던 군부를 지원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격렬한 비난이 쏟아지자 부시 행정부는 슬그머니 발을 뺄 수밖에 없었고, 민중 봉기로 쿠데타 세력은 쫓겨나고 말았다. 워싱턴의 걱정을 비웃듯이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관계는 매우 긴밀해지고 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협력관계는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10p)
석유로 인해 수십 년 동안 적잖은 억만장자를 배출해낸 베네수엘라지만 단지 국민의 20퍼센트 정도만이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가난에 빠졌던 다수가 실질적으로 의료혜택을 받기 시작했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 차베스가 정권을 잡은 이후 국민 다수에게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던 건강과 복지 분야가 바뀌기 시작했다.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가 대통력직에 오르고 각국이 서로 연대하여 경제발전을 도모하며 함께 위기를 헤쳐나감으로써 라틴아메리카에 안정과 번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세계 민중들은 테러 이면에 감춰진 진실, 제도권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알려주지 않는 감춰진 진실에 목말라 했다. 바로 그 갈증을 촘스키가 적셔주었다. 촘스키는 언론들과 연쇄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원인 제공을 했으므로 테러의 근본적인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으며, 만약 미국 정부가 국제법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테러 응징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이야말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희생시키려는 테러집단" 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촘스키가 아니면 감히 어느 누구도 발설할 수 없는 진실의 메세지였다. 이러한 촘스키의 인터뷰는 "미국이 테러리스트의 역할을 멈추지 않는 한 더 큰 피의 악순환이 일어날 것" 이라는 경고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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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서평 잘 읽었습니다. 미제국주의의 본질이 아주 잘 드러나는군요. 그리고 이 구절이 정말 맘에 듭니다. 석유로 인해 수십 년 동안 적잖은 억만장자를 배출해낸 베네수엘라지만 단지 국민의 20퍼센트 정도만이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가난에 빠졌던 다수가 실질적으로 의료혜택을 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