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1)

1.
앞으로 다가올 세 번의 투표는 주요 후보들의 운명을 결정 지을 수 있다.

먼저 오는 토요일(2/22)에 열리는 네바다 코커스에서는 버니 샌더스가 승리를 거둘 것이 확실해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25%, 바이든 18%, 워런 13%, 톰 스타이어 11%, 부테제지와 클로버샤가 각각 10%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2월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얻는 대의원 숫자보다 기대치에서 얼마나 벗어나느냐가 중요하다.

부테제지가 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 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에 그 영향을 이어서 워런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한다면 계속해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생긴다. 바이든의 경우 예상되는 2위에서 3위로 내려서기만 하면 언론은 일제히 바이든은 끝났다고 보도할 것이고 일주일 뒤에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 승리전략에 큰 차질을 줄 것이다.

2.
2월 마지막 토요일(2/29)에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의 관심사는 무조건 바이든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에서 현재 28%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든이 현재 20%로 2위인 샌더스에게 따라잡히면 바이든은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전에도 언급한 것 처럼 바이든은 흑인 유권자들로 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이고, 흑인 인구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그걸 증명해줘야 한다.

미국 언론에서는 “왜 흑인 유권자들은 바이든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답은 첫째, 그들은 오바마를 좋아하는데, 오바마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에게 그 인기가 옮아 간 것. 둘째, 트럼프를 상대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 문제는 첫번째 이유는 변하지 않겠지만, 두번째 이유는 바이든의 경선 성적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바이든은 아이오와, 뉴햄프셔의 성적이 저조한 것으로 밝혀진 후 무려 9%나 떨어졌다. 반대로 두 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샌더스는 6%가 상승했다. 앞으로 남은 2주, 특히 네바다의 성적이 바이든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3.
그런데 사우스캐롤라이나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그 주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는 마이클 블룸버그가 6%로 7위를 한 것이다. 바이든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사우스캐롤라이나 유권자들이 표에 이름도 없는 블룸버그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앞서 바이든을 지지하는 두 번째 이유가 그의 당선 가능성이었는데, 그 가능성이 흔들리자 중도후보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는 다른 후보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온건후보를 지지하는 표는 “떨어져도 샌더스”인 그의 지지자들과 달리 “제일 잘 하는 사람”에게 가는 표이기 때문에 아직 “up for grab”이다.

시장을 지냈던 뉴욕 외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블룸버그, 특히 유색인종이면 무조건 불러세워서 소지품조사를 하는 stop and frisk 정책으로 흑인들에게 큰 미움을 받은 블룸버그에게 흑인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 흑인 유권자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를 이길 수만 있다면 (과거에 했던 일이나, 그가 억만장자라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니다.”

4.
블룸버그는 어떻게 이 일을 단기간에 해낼 수 있었을까? 돈이다. 이 질문에 다르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궁금한 것은 첫째, 다른 후보들도 기부금이 많은데 왜 블룸버그의 돈이 효력을 냈느냐는 것. 그리고 둘째,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길래 이렇게 강력한 효과를 내고 있느냐는 것일 거다.

먼저, 그가 쓰는 돈은 다른 후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경선에 뛰어든 후 블룸버그가 쓴 돈은 4억 달러가 훌쩍 넘는다. 우리돈으로 거의 5천 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난 석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퍼부은 것이다. 이는 샌더스가 출마한 이후로 이제까지 사용한 돈과 남아있는 돈을 모두 합한 액수의 10배에 달하는 가공할 액수다.

지난 12월 부터 사용한 돈이 그만큼이라는 얘기고, 앞으로 쓸 돈을 합하면 10억 달러를 사용할 예정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선거가 아무리 금권선거라고 1조 2천 억원의 선거자금은 들어본 적이 없는 액수다. 그것도 외부 모금 없이 자신의 돈으로 그렇게 쓸 계획이다.

5.
그 돈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우선 미국 전역, 특히 수퍼화요일 경선 주에서는 TV, 라디오, 소셜미디어 등에서 블룸버그의 광고가 쏟아지기 때문에 도저히 피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광고시간을 사는 것도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블룸버그가 너무나 많은 매체 광고를 사고 있어서 이 지역들에서 광고 단가가 오르고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와 경쟁하는 후보들은 자금에서 밀릴 뿐 아니라, 같은 돈을 가지고 내보낼 수 있는 매체 광고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선거운동도 사람들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능력이 뛰어난 일꾼은 무한하게 많은 게 아니다. 그런데 2월 경선 주 네 곳을 건너뛴 블룸버그는 3월 이후의 경선 주에서 선거운동 직원들을 닥치는대로 채용하고 있다. 벌써 블룸버그 캠프에서 일하는 유급직원이 2천~2천 4백 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경선후보들이 채용하는 규모가 아니라, 후보공천을 받은 후보가 본선을 준비할 때 가지는 규모다. 본선 수준의 인원을 경선에 투입한다면, 본선에서는 얼마나 많이 투입할 것인가?

게다가 직원들에게 주는 급여도 다른 캠프에 비해 75~100% 많은 월 6천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다른 후보 보다 많은 돈을 주고 많이 뽑는다는 것은 (광고비용과 마찬가지로) 결국 제로섬 게임에서 이기겠다는 것.

6.
블룸버그가 쓴 돈은 지난 석 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뉴욕시장에서 물러난 2013년 이후로 우리 돈으로 수 조 원의 돈을 민주당과 진보세력의 어젠다에 공급해왔다.

가령 몇 년 전부터 미국의 석탄 산지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석탄회사가 있는 중소도시를 찾아와 끈질기게 소송을 벌여서 문을 닫게 하는 대도시 변호사들이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알고보니 그 변호사들의 비용을 댄 사람이 블룸버그였다. 지구를 해칠 뿐 아니라 망해가는 산업이지만 로비를 통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니 결국 돈(=변호사)으로 죽여야 한다는 논리였고, 덕분에 미국의 선탄산업은 회생이 힘든 수준이 되었다. (적어도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블룸버그는 또한 미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총기규제안을 지역별로 통과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대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 공화당을 불문하고 총기규제에 찬성하는 후보가 있으면 선거자금을 지원해왔고, 지난 2018년 중간선거 때는 민주당 의원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21명의 후보를 골라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중 15명이 당선되는 성과를 냈다.

7.
얼마 전 블룸버그는 (대선후보 자격으로) 의회를 방문했다.

기자에 따르면 그렇게 후보가 의회를 방문하면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블룸버그는 달랐다고 한다. 그가 있는 방으로 의원들이 몰려와서 앉아있는 블룸버그에게 줄줄이 다가와 악수를 하면서 감사인사를 했다는 것. 블룸버그의 정치적 파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민주당은 이미 그의 돈의 힘에 크게 의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민주사회주의자 샌더스가 민주당의 주류인 온건파로 부터 주도권을 빼앗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블룸버그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미국시간으로 2월 19일 밤) 토요일 네바다 코커스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토론회가 열린다. 이번 토론회에 블룸버그가 처음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왜냐하면 경선후보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은 주요 여론조사 기관 네 곳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전국적으로 일정 퍼센티지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일정 숫자 이상의 유권자들로 부터 기부금을 받아야 하는 식이었는데, 네바다 토론회에서는 기부금 규정을 없애고 전국조사에서 10%이상, 네바다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12% 이상이 후보면 된다고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물론 매 토론회마다 룰이 변하기는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블룸버그를 배려한 변화다. 어제 조사에서 블룸버그는 전국에서 14%의 지지율로, 샌더스(17%), 바이든(15%)에 이은 3위를 달리고 있다. 경선 한 번 참여하지 않고 광고를 쏟아부어 만들어낸 지지율로 토론회에 끼어든 것.

8.
잠시 후 토론회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샌더스와 워런은 물론이고 같은 온건파로 경쟁해야 하는 바이든, 부테제지로 일제히 블룸버그를 공격할 것이다. 그는 이제 처음으로 토론 실력의 검증대에 오른 것이다. 그가 과연 트럼프를 상대할 만한 실력이 있음을 보여줄까?

2016년 대선에서 샌더스를 누르고 온건파 힐러리를 지명하기 위해 애썼던 사실이 드러나 큰 비판을 받은 민주당이 이번에는 블룸버그를 동원해서 샌더스를 누르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블룸버그는 정말로 자신의 돈으로 후보지명과 대선 당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무슨 근거로? 이 질문들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블룸버그 (2)’에서 계속…)





블룸버그 (2)

9.
지난 수요일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후보 토론회는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재미있었다. 2016년, 2020년 대선을 통틀어서 이렇게 흥미진진한 토론회는 아마 없었던 것 같고, 이는 대부분의 언론도 동의했다.

우선 블룸버그가 처음 등장한 토론회였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 대결한 후 가지고 있는 패가 드러나기 시작한 후보들은 이제 밀리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절박함으로 사나운 공격을 사방으로 퍼부었기 때문이다.

10.
수요일 토론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엘리자베스 워런의 집요하고 효과적인 블룸버그 공격이었다. 그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월스트리트 특유의 여성 차별적 문화를 유지하고, 여성들에게 차별적인 농담/욕을 했다는 사실을 이미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었다.

하지만, 언론보도는 언론보도이고, 토론회는 토론회. 누구나 블룸버그를 공격했지만, 여성차별, 성희롱 문제를 공격하기에는 워런 만한 사람이 없다. 그동안 워런은 "unity candidate"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다른 후보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트럼프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렇지만 워런은 지난 두 번의 투표에서 사실상 패배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여성들에게 fat broads, horse-faced lesbians라고 불렀던 갑부가 선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나는 트럼프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바로 블룸버그 당신이다"라는 opening salvo(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일제 사격)에 버벅거리며 어렵게 답을 하고  넘어 가려는 블룸버그에게 "당신이 그 여성들에게 합의금을 주면서 맺은 NDA(비밀유지계약)을 풀어라" "도대체 몇 명의 여성들을 함구하는 계약을 맺게 했나" 같은 공격을 퍼부어서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이 공격 직후 30분 동안 워런의 선거운동본부에는 42만 5천 달러의 기부금이 쏟아졌다고 했다. 토론은 이렇듯 후보를 죽이기도 하고 죽어가는 후보를 살려내기도 한다).

11.
토론회가 끝나고 평론가들은 블룸버그가 그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 토론회 때 그 공격을 받을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렇게 신통치 않은 답을 버벅거리면서 했다는 건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매체가 블룸버그의 토론실력이 형편 없었고, 따라서 첫 무대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더 나아가서 그의 후보로서의 앞날을 어둡게 점치기도 했다. 블룸버그의 꼴을 보니 샌더스가 후보지명을 받을 거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첫째, 블룸버그가 두드려 맞기는 했지만 언론이 지적한 것 만큼 엉망은 아니었고, 유효타도 몇 번 날렸다. 첫 무대로서 최악은 아니었다. 둘째,  블룸버그는 토론을 무기로 경선에 참여한 게 아니다. 그게 피트 부테제지라면 끝이겠지만, 블룸버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그가 말을 잘해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미국 언론인들의 진단은 2016년에 드러난 것처럼 일반 유권자들의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다. 이 문제는 트럼프의 깜짝 당선 후에도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12.
그 사실은 다음날 여실히 드러났다.

밤늦게 끝난 토론회 직후 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언론은 워런이 얼마나 블룸버그를 효과적으로 공격했는지, 블룸버그가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후보인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가 즐겨듣는 라디오에서는 사뭇 다른 내용이 나왔다. WNYC라는, 뉴욕에 있는 공영라디오이고, 그 프로그램은 트럼프 공격에 가장 앞장서는 아주 진보적인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는 청취자들의 전화를 받아서 의견을 듣는 시간이 있다. 대개 뉴욕, 뉴저지에 사는 진보성향의 청취자들이라서 뉴욕 출신의 두 정치인(트럼프, 루디 줄리아니)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전화를 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블룸버그는 토론을 잘했다" "블룸버그를 지지한다"고 대답을 해서 진행자를 놀라게 한 것이다.

13.
지금이 2010년이라면 블룸버그의 전략을 먹히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미국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블룸버그가 후보 지명될 가망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블룸버그가 대의원을 확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2020이고, 트럼프의 시대다.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지고 2010년대 초까지 존재했던 미국의 정치의 "상식"이 사라진 세상이다. 미국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은 2016년에 그렇게 예측에 실패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 때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블룸버그가 후보지명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기자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마이클 하워드 솔 기자다. 그는 무슨 근거로 그게 가능하다고 하는 걸까? 2001년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14.
2001년은 블룸버그가 뉴욕 시장에 도전한 해다. 당시 뉴욕시민들은 그가 부자라는 것 외에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게다가 뉴욕은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들 보다 압도적으로 (5:1) 많은 도시였고, 블룸버그는 당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다. (물론 지금은 민주당 후보다. 그래서 당을 갈아탄 것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이건 트럼프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결과로 선거운동 초기에는 민주당 후보 마크 그린에게 40%나 뒤져 있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뉴욕 시장 선거 사상 들어본 적이 없는 돈을 쏟아부었다. 7천 3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881억 원을 시장 선거에 쓴 것이다. 이 금액은 미국 선거역사에서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면 사용된 적이 없는 말도 안되는 액수다. 이 돈으로 TV, 라디오, 지하철을 도배했고, 심지어 유권자들에게 선거홍보 영상이 담긴 VHS테이프 까지 배달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선거 2주 전 조사에서 16%까지 쫓아갔다.

15.
하지만 아무리 시장 선거라고 해도 16%를 2주 안에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기자들이 블룸버그가 패배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선거 직전 조사에서 블룸버그가 막상막하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솔 기자는 민주당 후보가 이길 거라고 굳게 믿었고, 개표가 진행 되는 중에도 계속해서 민주당 후보가 결국 이길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블랙 스완이기 때문이다. 즉, 돌이켜보면 짐작할 수 있었던 일이지만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해 보인 거다.

그런데 이 얘기는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과도 몹시 닮아있다. 대표적인 여론조사분석 사이트인 Fivethirtyeight은 개표가 절반을 넘어가는 중에도 계속 힐러리가 승리한다고 주장했었다.

16.
마이클 솔 기자는 지금도 블룸버그가 어떻게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계산해서 그는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2001년에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면, 마이클 블룸버그가 할 수 있다고 한 일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블룸버그는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그의 생각처럼 미국 유권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미 전국조사에서는 블룸버그가 샌더스에 이어 2위를 하기 시작했고 (경선, 본선 모두 직선제가 아닌 미국에서 전국조사는 그 자체로 승리 가능성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본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플로리다에서는 트럼프와의 가상대결에서 벌써부터 앞서기 시작했고, 바이든이 크게 기대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바이든의 초기 성적에 실망한 흑인 유권자들인 블룸버그에 관심을 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17.
앞서 이야기한 지난 수요일 토론회에서는 워런의 블룸버그 공격 외에도 크게 눈길을 끈 대결이 있었다. 부테제지와 클로버샤의 대결이다.

히스패닉 진행자가 클로버샤가 한 인터뷰에서 멕시코 대통령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걸 웃으며 넘기려고 "이게 퀴즈쇼는 아니지 않느냐"고 한 것을 지적하자 부테제지가 끼어들어서 약간 지나칠 정도로 바로 옆에선 클로버샤를 공격한 것이다.

질주하는 샌더스와 추락하는 바이든 사이에서 온건후보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두 사람이니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도를 넘는 바람에 클로버샤가 "Are you trying to say I'm dumb?"이라는 감정섞인 말까지 할 만큼 말싸움으로 번졌고, 사회자가 말려야 했다. (끝난 후에는 예의상 하는 악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샌더스 지지자 보다 많은) 온건파 유권자들을 잡으려고 하다가 일어난 일이지만, 이 일은 두 사람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되었다. 현재 조사로는 이번 주 네바다에서 샌더스에 이어 2위를 할 사람은 바이든이지만,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바이든은 추락을 멈추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부테제지나 클로버샤가 빠르게 끼어들지 못하면 빈공간은 블룸버그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18.
2월 경선주에 돈과 시간을 쏟아부은 후보들은 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오늘 나온 폴리티코 기사에 따르면 특히 워런과 바이든, 부테제지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사실 클로버샤는 오퍼레이션 자체가 작기 때문에 중원은 돈이 고갈된 셈이다.

이는 화수분 같은 주머니를 가진 블룸버그가 예상하고 기다리던 상황이고, 3월 3일 수퍼화요일에 투표를 하는 14개 경선주들에 아마도 그 조차도 써본 적이 없는 홍보 비용을 퍼부을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선거가 이렇게 돈으로 얼룩지는 것을 용인할까?

어느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문제에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도덕적 흠결이 많은 트럼프를 용인하고 뽑아준 이유는 그걸 감수하고도 뽑고 싶었기 때문이듯, 블룸버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금권선거의 문제를 감수할 만큼 트럼프를 내쫓고 싶어한다면, 용인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아직은 여전히 long sho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