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노동대중은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달리하는 여러 계층으로 분화되어 있다.
누구보다 공산사회를 열망해야할 단순 노동자 계층은 오히려 우파 포퓰리즘에 매력을 느끼는 듯하고,
경제적으로 낮은 분위에 속하는 영세 상공인들도 생계 수단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공산주의를 혐오한다.
오히려 공산주의에 가장 열려있는 계층은 적당한 고등교육을 수료한 샐러리맨과 하급 공무원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보다 더 나은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을 갖춘 중산층까지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의사/법조인 등의 고급 전문직이나 고위 관료, 기업 임원에까지 이르면 다시 공산주의를 적대하는 일이 많겠지.
과거에는 이러한 괴리를 계몽활동을 통해 민중을 포섭하는 것으로 극복하였으나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대중사이에 지식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오늘날
혁명론은 더이상 실행을 논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산주의의 새로운 형태는 AI와 생산력의 발달이 야기할 대규모 실업사태로부터 비롯될 것이라 본다.
국가가 노동에서 추방된 자들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 기본급을 지급할 것이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거의 모든 인간이 노동에서 추방될 것이다.
결국 모두가 필요에 따라 분배받되, 노동의 의무도 지지 않는 형태의 공산사회가 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 생활에서 노동이 제거되고나면 인간은 그 시간을 철학과 예술, 정치에 소비하지 않을까?
고대 아테네의 민주정이 노예와 식민지가 AI와 기계로 대체된 모습으로 재현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기본소득 유토피아는 유토피아가 아닌 인간의 사육으로 이어질 것
대부분의 사람에게 실존보다는 생존이 문제인데, 벌써부터 사육을 걱정해야 할까?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니, 항산으로 항심을 길러 극복해야할 문제인 것.
지금 시대를 보면 차라리 인간 사육의 결말 역시 다들 불만족스럽지만 최악의 결론은 아니라고 하면서 다들 받아드릴거 같음.
국가는 기본적으로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뭐 때문에 로봇으로 인해 필요 없는 노동력 말고 제공 할게 없어서 사회에서 추방된 무산자 계급에게 기본급을 지급함?
기본소득정책은 세계 모처에서 이미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인데, 벌써 시행중인 정책을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힘써 추진한다면 국가전복은 못할지언정 기본소득 정도는 실현해낼 수 있을 것. AI로 인한 대규모 실직사태는 그 규모에 있어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텐데, 국가가 아무리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할지라도 자기보존의 의지가 있다면 이를 무시해버리지는 못할 것.
핀란드가 실험하다가 대충 채산성 안맞는다고 때려친걸 생각하면... 자기보존의 의지는 있겠지만, 그게 굳이 기본 소득으로 연결될 이유가 없음. 좀 더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쓰면 되지. 당장 기본소득 실험에 비해, 빈민들을 대상으로 한 우민화와 폭력은 더 많이 '실험' 되었고 '검증' 되었으며 '실현'되고 있지.
그리고 만약에 기본 소득을 실행한다면 자본가들도 그 반대급부 댓가를 요구할텐데 뭐를 요구할까? 역사적 전례인 로마를 살펴보면... 최종적으로는 일부 정치가들이 곡물을 퍼주고(=기본소득) 그 댓가로 자신의 독재를 지지하라는 것으로 귀결되었지.
혁명론을 부정한 주제에 이런 말 하기 좀 머쓱하긴 하지만, 기본소득의 실현을 위한 민주적 시도가 그런식으로 좌절된다면 폭력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할 것. 그래도 나는 민주적 실현이 가능하고 혁명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데, 이미 무인화와 정보/자동화로 점차 전쟁에서 인민/시민이 배제되어가고 있는 상황인지라... 과거에 이 문제 가지고 공산주의자들이 논쟁 한 적도 있긴 한데, 그 시대에는 그래도 총력전을 위해 광범위한 대중 동원(=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핵 때문에 강대국간 총력전이 일어날지도 솔직히 의문스럽고, 가능하다고 해도 지금 시대 총력전에 광범위한 대중 동원이 필요할까?
그리고 총력전이 불가능하다 (= 전쟁에 노동력이 필요 없다) 라는 의미는 곧 폭력 혁명은 불가능하며, 이미 무기와 생산수단을 쥔 기득권의 절대적 우위에 선다는 의미임.
나는 폭력투쟁을 국가간 전면전을 염우에 두고 말한 것이 아니라 개별 국가에서 정책 실현을 놓고 국가행정력과 시민 대중이 충돌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말한 것.
민주적 실현이 더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당연히 국가와 자본계급이 유지되기 위해선 소비가 필요하기 때문임. 만약 인류 대다수가 직업을 상실햇는데 기본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공공서비스와 상품에 돈을 지불하겠느냐 이 말임.
그게 그거임. 국가 행정력이 장악한 군사력을 시민 대중이 이기려면, 결국 시민 대중의 머릿수와 그리고 규율(=노동력)로 정부 군사력을 앞서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는 의미임. 고중세에 왜 농민들이 그렇게 반란을 이르켰지만 거의 전부가 성공은 고사하고 위협조차 못한채로 다 실패했겠음? 그 시대에는 농민의 노동력보다 귀족 계급의 무력이 더 강력해서임. 그게 역전된게 바로 화약과 산업혁명인데..... 그렇게 대중들이 쥔 힘이 자동화로 인해 쇠퇴하는게 지금 현실인거임.
그 부분도 나도 약간 아리송 하긴 했는데, 유발 하라리가 너무 명쾌하게 설명하더라. 시민이 배제된 시장경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면서, 누가 철을 만들고 그 철을 사기 위해 콘크리트를 만들고, 그 콘크리트를 사기 위해 더 많은 철을 만든다고.... 당장 주식시장 돌아가는거 보면 답이 나오잖나? 소비는 역대급 부진인데 주식시장은 존나 활황이고 it기업들은 때돈 벌고 있는거
나도 원래부터 무장혁명의 가능성에는 회의적이었음. 현대 민주정 아래에서 시민이 명시적으로는 역사상 최대의 자유와 권리,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사실 기술과 무기의 발달로 지금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효율적으로 국가에 의한 제민지배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내 오랜 생각이었음. 다만 유혈투쟁이 의의를 가지는 것은 어쨌든 지배계급도 인간이고, 인간이 항상 계급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부분임. 사실 민주적 투쟁을 통해 압력을 가하는 것 만으로도 지배계급의 일부가 대중의 지지를 명분으로 헤게모니 장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봄. 유혈투쟁은 그러한 압력을 더욱 강화한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임. 그리고 현대 민주정은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분명 과거의 정치체제보다 훨씬 유리함.
유물론적 시각으로는 낭만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정책결정에 무조건 지배계급의 이익만이 관철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 내 생각임.
글쎄, 시민과 분리된 시장경제의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IT와 주식을 예로 든 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물과 유리된 경제는 결국 거품이고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라는 것은 이미 수차례 증명되지 않았나? IT도 결국 소비자와 회원과 광고주에 의해 돌아가는 실물 경제의 영역이고 말이지.
그건 맞는데 시대가 가면 갈 수록 그 괴리가 더 심해지는거 같음.... 실물에 종속된건 맞는데, 그 간격은 계속 벌어지고 있음. 저러다가 아에 실물과 경제가 완전히 따로 도는 기현상까지 터질거 같아보이기도 함.
지배계급만의 이익은 관철되지는 않지. 근데 적어도 지금보다 대중들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질거임. 근데 그런 상황에서 지금의 힘으로도 이룰 수 없는 기본 소득을 지배계급이 무턱대고 준다? 그건 진짜 낭만이라고 봐. 맞음. 니 말 따라서 대중의 힘을 통해서 권력을 획득하려는 자본가가 나올 수 있음. 근데 개들이 성공할지 둘째치고 성공하더라도 그게 이상적인 사회랑은 100만광년 멀다는 의미임. 로마 제국 때에도 그런 시도가 일어났고 마침내 귀족을 물리치고 황제정으로 전환되면서 끝났지. 근데 그 로마 사회가 공화정 시대 로마정보다 나은 사회일까?
여기까지 와서는 낙관론과 비관론, 순환사관과 발전사관의 차이인것 같은데, 나는 낙관론과 발전사관을 지지하고, 그 예로 인류사에 있어 지배계급의 범위가 계속적으로 확대된 부분, 투표권 확대의 과정, 불의 사용 이래 과학 기술 발전과 지식의 축적 등을 들고 싶음. 이상사회는 까지는 몰라도 분명 인류 사회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진보하고 있음. 과거의 사례를 드는 것은 분명 설득력 있지만 내 생각에는 그때와 지금과 앞으로는 다른 부분이 너무도 많음. 그라쿠스 형제가 로마에서는 칼맞고 뒤졌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전두환이 탱크로 광주를 한 번 밀고도 6월 항쟁은 탱크로 밀지 못했다 이거임.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대중사이에 지식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오늘날 혁명론은 더이상 실행을 논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 이거는 혁명운동이 상승기와 퇴조기를 고려하지 않고 청산주의로 빠진 결과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그리스 공산당같은 정당은 지금도 전선체, 세포조직을 중심으로 노동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고
그런 특수한 국가들에 다시 공산정권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자유진영에 소련보다 잘 맞설 수 있을까? 사회주의 운동이 소련시절 만큼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근본적인 전략전술의 문제. 의회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삼고 노동자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면서 전투적 파업을 촉진시킬 만한 역량 여부의 문제. 거기에 앞서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옹호에서 보듯 운동권 일각에서 사상적 비무장화가 적나라하게 표출된 것부터가 난점.
그리스와 같은 경우는 공산당이 내걸고 있듯 EU라는 제국주의-자본주의 동맹에서 탈피함으로써 금수조치(대러/대이란재재)에 저촉되지 않고, 자국에 없는 원자재를 싼값으로 구매할 수 있겠지. 앞길이 밝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런 식으로 자구책을 찾아갈 것
내가 보기엔 소련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유리한 조건이 보이지 않는걸.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 같은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은 혁명적인 운동을 진전시킬 수 있는 역량 여부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함. "디지털 경제"가 계급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견해가 파다한데, 기본소득으로 표현되는 저임금을 통한 생존이 공산주의로의 자연스러운 이행으로 이어지는지는 글쎄임. 임금노동은 사라지지 않고, 기술은 무정부적인 시장에 복무하지 노동 계급을 위해 복무하리라고 보지도 않음. 저임금으로서 삶을 감당하기 힘든 만큼 일을 찾아야 하고 이것이 대동세상이라고 표현하기엔 어려운 감이 없지 않나 생각.
분명 이행기에는 그런 고통스런 과정이 있을 것임.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오히려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공산사회의 도래 자체가 힘들거라고 생각함. 그러니까 생산력이 초월적으로 발전해서 한정된 재화의 분배라는 딜레마 자체가 완전히, 또는 상당부분 해소된다는 가정임. 그래서 모든 시민이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기에 부족하지 않은 풍요를 누리게 되는 것임. 만약 기술의 발전에도 한계가 있고 이미 그 한계에 거의 다다랐다면, 그래도 AI에 의한 대량 실직은 지금도 충분히 가시적인 상황이고,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기본소득제의 실현이나 AI 러다이트 운동, 실직자를 위한 안락사 부스 설치 밖에 없다고 봄.
역시 관점 차이인듯. 문제의 핵심은 어떤 생산양식을 지니고 있는가지 기술적 진보는 부차적인 수단인지라 생산량의 진보가 이뤄졌다고 하여 사회에 잠재되있는 모순 해결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함. 이전에 비해 전무후무한 풍요를 누리는 지금도 도처에서 계급갈등이 진행 중이고 소위 "역사의 종말"이라고 해도 네팔, 인도 등지에서는 해방운동은 현재진행형이라. 생산양식을 지키기 위해 정치인들이 무엇을 하는가도 충분한 고려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