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 한 기계를 만들었다.(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보지 마라, 어자피 문과생인 당신들은 모른다.)

이 기계는 혁명적 사회주의자인 나의 지론이 담긴 기계로써 각 정파들의 우수한 유전정보를 모아 최고의 혁명가를 만들려고 한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 기계가 파쇼들의 손에 들어가, 순수인종을 찍어내는 군국주의적인 이상에 복무할수도 있으므로 학계에는 아직 알리지 않았다.

나는 수 개월간 이상적인 유전정보들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NL들의 유전정보는 찾기 쉬웠다. 숫자도 많았고, 술자리에서 머리카락을 뽑아가도 의심하지 않을정도로 품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 덕에 '이상적 혁명가'는 활달한 성격과 조직력을 갇출 것이다.

노동자 연대의 유전자를 찾는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들의 신문 한켠에 신문을 팔던 자의 머리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는 새로운 존재에게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의지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노정협 동지들에게서 유전정보를 빼오는것은 어려웠다. 그들의 동아리방에 먼저 접근하자, 이들은 경계부터 해왔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우크라이나 대기근이 허구인지에 대해 설명하자, 그들은 나에 대한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그 이후의 활동은 쉬웠다.

모멘텀의 실천력을 집어넣으려 접근한것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경계하는것은 아니었지만, 용역 깡패와 싸우는 혼란한 상황에서 머리카락을 구하는것에 애먹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어려운것은 볼셰비키그룹이었는데, 아예 그들이 어디있는지 찾을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트로츠키주의를 우리의 새 존재에게 넣을 방법은 없었나 보다.

성 인지감수성을 집어넣기 위해 혜화역에 들린 것은 실수였다. 거기에는 이제 사람도 몇명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가부장제에 반대한답시고 짧은 머리를 하고있었던 것이다. 하여튼 짧게 자른 페미니스트의 머리를 가지고 오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중성을 한숟갈 넣어야 할것같아서 참여계에도 접근했다. 대머리 50대 남성의 몇 안되는 머리칼을 빼앗아간것에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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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계는 가동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나체의 여성이 등장했다. 겹치는 염색체가 모두 X유전자라서 그랬던듯 싶다. 나는 내, 아니 노동계급의 영광을 가져다 줄 새 존재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어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녀는 어딘가 낯이 익게 생긴것 같았다. 그녀는 두리번 거리며 세상을 바라보더니, 나를 밀치고 내 자취방에서 뛰쳐나갔다. 나는 괴물을 만든것인가... 그러나 모든 정파의 열망이 다 담긴 존재였기에 틀림없이 내 손을 떠나도 가열찬 투쟁을 진행하리라 나는 믿었었다.


내가 만든 존재가
모든 이들의 영원한 당대표가 될 자.
심상정 2호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