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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에 이어서 계속 싸지르는 잡생각.

여담이지만, (좌파나 리버럴 관점에서) 국제주의/세계시민주의
내세우며 민족주의 비판하는 주장들 보면 대체로 하나의 큰 함정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 나라를 서구 제국주의 열강과 동일한 반열로 놓고 의제를 설명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뭐, 조선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 자체는 현재 전통 제국주의 열강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제1세계 소속 경제선진국이긴 하다. 그러니 이거 자체만 두고 보면 서구의 이론을 이 나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그러나 간과하면 안 될 것이, 아무리 경제선진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은 기본적으로 제국주의 열강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당한 민족이며, 현대사 역시(냉전체제로 분단되어 각각 1세계와 2세계로 나뉘었을지언정) 근본은 제3세계 약소민족으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유럽 국가나 미국같은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서는 통하는 논리를 이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면 심각한 모순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민족주의 문제만 생각해 보더라도 서구열강의 경우엔 타 국가/민족을 침략하고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제국주의적 팽창주의나, 국가 총력전 체제에서 민중을 동원하고자 내세운 전체주의적 국수주의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 나라의 민족주의의 기반은 제국주의 식민지배에 저항하고자 일어선 약소민족의 저항적 민족주의에서 시작한다.(뭐, 그 이전에 소중화(小中華)라든가 이런 것도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민족주의만 보면 저항적 민족주의가 맞다.) 한마디로 서구의 팽창주의나 국수주의와는 결이 다른 것.

뭐, 산업화와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이 땅에도 ‘위대한 고대사의 영광’을 내세워 만주/간도 등의 고토회복을 부르짖는 환빠나 우리 것이 최고라는 국뽕 같은 서구식 민족주의와 비슷한 모습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한말의 ‘척양척왜(斥洋斥倭)’ 기치로 일어선 반외세 운동과, 일제 시기에 국내외에서 행해진 항일독립운동의 정신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 땅의 특수성을 생각해 보면, 과연 국제주의/탈민족 담론으로 이 땅의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생각을. 덧붙여서, 몇달 전 시민사회의 일제 불매와 반일 전선에 대한 비판도 어째 대중들에 대해 “민족주의와 국수주의에 놀아나는 개돼지들의 냄비근성”이라 평하는 것으로 읽히는 듯해서 영 별로얐다..(역으로 이럴 때 나오는 입장이 “우리는 이런 개돼지들과는 다른 합리적인 사람들이다!”라 선민의식/엘리트주의 쩔어주는 것으로 비춰질 위험이 더 크지 않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