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이란 인간의 삶과 사회현실을 주관적·추상적 관점에서 인식하고 형상화하는 아이디얼리즘에 대립하여 객관적 현실을 구체적 형상화를 통해, 환언하면 현상을 통해 본질을 드러내고 본질로써 현상을 개괄하는 변증법적 과정으로 인식하고 형상화하고자하는 인식태도이며 창작방법이다. 나아가 리얼리즘론은 현실문제의 현실적 극복을 위한 예술의 역할, 계급투쟁에서 예술이 수행하는 기능에 일차적 관심을 기울이며, 예술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해명이며 또한 특정한 기준을 만들어 내어 부단히 가치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규범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그 규범들은 지배관계의 맹목적 산물이 아니라 지배관계의 해체를 이룩한다는 전제로부터 일정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리얼리즘이란 결국 당대의 일상적인 현실과 관계를 맺으면서 이 현실적 삶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해, 더 나아가 역사발전법칙에 대한 내재적 논리를 부여하고 현실변혁과 계급타파를 완성하는 하나의 문예이론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리얼리즘은 부르주아 리얼리즘 혹은 비판적 리얼리즘에 해당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문예사조의 흐름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게 대두한다. 1934년 8월, 제1차 소비에트 작가회의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예술가들에게 혁명적으로 발전하는 현실에 대한 진지할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구체적인 재현의 요구와 사회주의 정신 하에서 노동자의 이데올로기적 변신과 교육에 기여하는" 문학이념으로서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세계관을 가진 것으로 정의되었다. 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네 개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지는데 "이른바 '대중성'(narodnost) '전형성'(tipichnost) '이상주의'(ideinost) '당성'(partiinest)"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예술작품 속에서 '사회주의 당성'이 어떻게 리얼리즘이라는 표현형식으로 옮겨질 수 있는가에 있으며, 리얼리즘이라는 용어가 정당성을 얻게 되는 것은 오직 사회주의가 실현되는 구체적 조건들이 표현될 때뿐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사회적 본질로서의 인간의 단순한 관념적인 자기해방이 아니라 현실적 자기해방이며 세계의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현실적인 투쟁방법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미학적 도덕적 정치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명석하고 애매하지 않은 미의 기준을 제공한다. 또한 한편으로는 계급의 적으로부터, 한편으로는 관료제와 둔감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사회악에 대한 증오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모든 악들은 '자본주의가 잔존하는 것'이며 정체를 밝혀 처벌되어야"하는 것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모든 원저들은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역사의 발전이해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또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러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 공산당의 역할이다. 당파성의 원리를 통하여 사실상 예술가들은 당의 지혜를 인정하고, 당의 정책에 충성할 것을 명하는 당의 권리를 승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당의 실제적인 존재유무와 상관없이 당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중요한 언급을 하나만 살펴보자.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자유로운 문학일 것이다. 왜냐하면 탐욕이나 출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과 근로인민에의 공감(Sympathy)은 그 성원들에게 새로운 힘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유로운 문학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몇몇 배부른 여주인공이나 비만증으로 고생하는 '만 명의 상류계층'(upper ten thousand)이 아니라 나라의 꽃이고 힘이며 미래인 수백만 수천만 근로인민에게 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주의적 프롤레타리아트의 경험과 살아있는 작업으로써 인류의 혁명사상의 결론을 풍부하게 하고 과거의 경험(원시적이고 공상적인 형태로부터의 사회주의 발전의 완성인 과학적 사회주의)과 현재의 경험(노동자동지들의 현재의 투쟁)사이의 영원한 상호작용을 야기 시키는 자유로운 문학일 것이다.”
인용문에서 명료하게 드러나듯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현실의 발전과정을 마르크스주의의 세계관으로 그려내고 형상화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노동자를 사회주의정신으로 사상적으로 개조하고 교육시켜야하는 혁명적 과제를 떠맡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지나치게 예술이론을 교조화 하거나 또는 리얼리즘이론의 다양한 폭을 고정화시킨다는 비판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언급할 때 언제나 동반되는 것이 비판적 리얼리즘이다. 80년대 후반, 국내 문단에서도 사회주의 리얼리즘과의 관계설정을 놓고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비판적 리얼리즘은 고리끼가 만들어낸 용어로 주로 19세기 봉건제도와 자본주의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사실적으로 비판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합리적 현실인식을 강화시키는 방법론이다.
엥겔스의 '전형적 상황에서의 전형적 인물의 진실한 재현'이라는 리얼리즘 명제를 계승한 비판적 리얼리즘이 발생해서 발전하게 된 역사적 조건은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으로 상징되는 근대사회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산업혁명은 그 자체로는 생산력의 급속한 신장을 의미하지만 분업체계를 전체 사회에 파급시키고 대규모 공장을 가능하게 했으며 공장주위에 도시를 형성하게 한 점에서 여러가지 사회변화의 진원이었다. 또 프랑스혁명은 정치 경제 사회제도를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개혁하는 일을 지향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성립을 촉진시켰다.
두 혁명을 중심으로 일대변혁을 이룬 근대사회는 사회구성이나 사람들의 신분 역할 관계 등이 상대적으로 명확했던 봉건제 사회와는 달리 사람들의 관계가 한층 다양해지고 다변화됐다. 특히 자본주의적 생산에 의한 상품의 거대한 움직임으로 특징 지워지는 이 사회는 사람들의 관계가 그 물질운동의 이면에 숨겨짐으로써 사회관계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사회는 이제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굴러가는 미약하고 고립된 존재가 되었다.
비판적 리얼리즘은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의 물화현상 속에서 소외된 개인과 사회현실의 변증법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문학예술의 방법으로 채택한 현실인식과 형상화의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리얼리즘의 특성을 고리끼는 합리주의와 비판주의, 반봉건적 태도와 반자본주의적 태도, 역사주의적 원칙이란 세 가지로 요약했다. 그러면서 고리끼는 비판적 리얼리즘이 기술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부르주아계급의 발전과 와해를 설명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사상이 인도주의에 머물렀고 새로운 사회의 지평을 열어줄 노동자계급을 정확히 그릴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파악했다.
또한 이토 쓰토무(伊東勉)에 따르면 비판적 리얼리즘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브르조아지는 지금까지 솔직한 외경으로 보아왔던 모든 활동으로부터 배경을 빼앗았다. 의사 법률가 승려 시인 과학자 등을 브르조아지로부터 급료를 받는 임금노동자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확실히 예술가를 포함한 인텔리켄챠는 브르조아지의 지배체제에 봉사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인텔리켄챠는 부르조아 사회의 잔혹과 부패에 분개를 품고 그것을 비판한다. 이렇게 하여 자본주의 사회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예술가가 비판적 리얼리스트이다.
또 다른 평론가인 무라카미 요시타카(村上嘉隆)는 비판적 리얼리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① 비판적 리얼리즘은 부르조아사회의 결점을 비판하는 리얼리즘이다.
② 그것은 지적으로 뛰어난 개인의 판단에 의해 진행된다.
③ 그 개인은 부르조아사회로부터 필요없는 자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④ 그러나 비판적 리얼리즘에 의한 비판은 개인적인 비판으로 그치는 것이며 현재 사회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운동을 지향하지는 못한다.
⑤ 비판적 리얼리즘은 사회적 투쟁에 참여하는 길을 발견하지 못하고 따라서 예리하게 비판하면서도 자신이라는 개인이 도대체 어떤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면 좋은가 하는 문제에 답하지 못하며, 생활에 목적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이다.
⑥ 그 결과 비판적 리얼리즘은 악을 부정할 뿐 무엇을 바람직한 것으로 긍정해야 하는가 하는 분명한 출구를 제시할 수 없었다.
이상의 논의들을 볼 때 비판적 리얼리즘은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대비됨으로써 보다 뚜렷한 특징을 드러낸다. 비판적 리얼리즘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폭로하고 비판한다는 점에서 사실묘사를 위주로 하는 자연주의보다 한 걸음 전진한 게 사실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사회주의적 인간상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데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보다 한 단계 뒤쳐진 논리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 "비판적 리얼리즘은 사회주의 운동의 체험 및 전망과 결합되지 못한 단계의 리얼리즘"인 셈이다.
오 개인적으로 궁금하던 주제였는데 ㄱㅅ
더 관심이 있다면 <소설이란 무엇인가> (조정래, 나병철) 괜찮다. 살 필요는 없고 도서관에 있으면 읽어볼 만 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