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 69년 3월 16일부터~현재까지
곳 : 서울시내 전역
주체 : 자유와 방종……현 세대의 사회성과 기성세대의 경제관념. 그리고 현실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기성세대의 경제관념에 반항하는 청년의 몸부림.
J 주인공……23세의 청년으로 제품업에 종사하는 재단사.
B……피복공장 미상사로서 주인공의 사고력에 큰 영향을 끼친 20세의 나약한 소녀
1. 중부시장의 시끄러운 공장 소음으로 시작하여 B의 유린당하고 있는 인간 본성.
2. B의 참상을 보고 마음의 충격을 받은 J의 결심.
3. 공장 분위기와 과로, 직업병으로 인한 J의 고심과 직장을 못 다니게 된 동기.
4. 구로동 맞춤집의 고된 일과 J 부친의 사망.
5. 바보회를 조직하는 J와 친구 재단사들간의 의견 대립.
6. 창립식 이후 다시 정기총회를 개최하지 못하는 J의 심정과 바지집의 싼 공임으로 5일간 일을 하고, 임금으로 앙케이트를 인쇄하기까지.
7. J의 가정형편과 식구들의 성격상태……※.
8-1. 일반인의 생각과 현 사회실정이라는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 아래 당황하는 J.
8. 앙케이트가 기능공들의 의사표시를 대표하는 것이었으나 기업주들의 강제적인 의사통제로 3만 기능공들의 인권을 유리하는 데까지.
9. 시청 근로감독관의 무성의한 태도와 J의 감정상태.
10. 사회를 신임하고 있던 청년 J의 낙심과 사회를 신임하지 않게 된 동기.
11. 한미사 주인의 이중인격과 사회를 처음 대하던 18세 J의 실망과 기성세대의 독욕으로 인해 제물이 될 뻔한 J의 상태.
12. 협신사 주인의 비인간적인 경제관념과 기업주로서의 상대적 지위 남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능공과 J의 울분.
13. 방황. 범죄에 대한 공상과 자본을 구하기 위한 공상.
14. 오랜 공상과 J를 중심하고 억메여 있는 사회환경에 견딜 수 없는 구속감과, 본능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J의 방황.
15. 바보회 창립 당시 회원들에게 한 중요한 발언과 자기가 이 문제를 성공시키지 못함으로 인한 기능공들의 예전보다 더한 실망감과 이 문제에 대해서 더욱 더 실망적인 결과만을 남기게 된 책임감을 완수하기 위해 애절하게 몸부림치는 J.
16. 대구로 여행하여 J 마음의 고향, 육신의 고향에서 J 일생 중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이 있는 대구. 여기에서 옛 동창들을 모아놓고 파티 겸 마지막으로 쓸쓸한 사망의 길로 가려는 자기의 인상을 남기기 위한 눈물겨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된다.
17. 옛 동창 앞에서 자기선전을 한다. J 자신이 자기를 극도로 과장해서 선전하며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리라고 믿었지만 이 선전을 통해 얼마 안 있으면 곧 되는 것처럼 J 동창들에게 과장해서 자랑하며 실로 어처구니 없는 미래의 자기 위치를 설명한다. 즉, 기능공에 대한 교육기관을 건축하고 오락시설을 겸비하며 기능공에 대한 사회적 지위문제, 내일의 한국 어머니로서의 가추어야 할 인격완성 등. 이런 기능공들을 위하여 여러가지 요건을 갖추는 데 필요한 금액에 대한 출처, 금액을 마련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일동은 잠시나마 벅찬 감격을 느낀다. 자신도 자기 자신이 정말 그렇게 되는 줄로 잠시나마 생각하다가 자기만이 느끼는 사회환경에 몸서리치면서 자기의 원 계획대로 몇 개월 후의 자기 위치를 설명한다. 너무 과장해서.
18. 상경하여서 J가 피부로 느끼는 사회의 반응과 마지막을 위한 환경 정리.
19. 친구들이 J를 대구에서 기다린다. 약속 일자는 4.19일. 여기에 날아드는 유서 한 장뿐.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아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러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려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못 다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바람이 기운을 낸다. 코스모스 가늘은 허리를 꺾으려고 덤빈다. 키다리 해바라기 머리가 무거워서 오만하게 큰 키를 굽히면서 사정을 한다. 바람님 화를 거두시고 잠잠 하시라고 난쟁이 채송하는 허리 굽히면서 사정하는 해바라기 모습이 우습단다. 해바라기 밑에선 맨드라미 웃지 않으려고 애쓰다 마침내 노랗게 웃는다. 철망 옆에선 코스모스, 허리가 휠까봐 그 날씬한 허리를 심술쟁이 가시철망에다 살며시 기댄다. 심술쟁이 철망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가냘픈 허리를 정말 휘어지게 끌어안는다. 수줍어서 허리가 아파서 얼굴이 창백하다. 키다리 해바라기 정녕 목이 아파서 노오란 눈물을 한 방울 두 잎 날린다.
마루에 앉아서 울타리 꽃밭을 쳐다보면서 그 어떤 심각한 생각 속에 잠긴 JL. 철장 울타리 앞의 조그마한 꽃밭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지만 그의 생각은 멀리 시내 중부시장 그의 직장에서 어제 있었던 일을 다시 반성해 보는 것이다. 5번 미싱사의 그 가냘픈 소망을 자기에게 이야기하던 때의 상태를.
"재단사요, 어디든지 주일 날마다 쉬는 데를 좀 알아봐 주세요."
"글쎄. 보세공장 같은 데 말고는 어디 그런 곳이 드물거요. 요행이 믿는 사람이 공장을 차리고 있으면 되겠지만 어디 그런 집엔 자리가 잘 비지 않으니까 하여튼 빨리 알아보도록 힘써보지요."
이렇게 무성의하게 대답하는 그에게 5번 미싱사는 그 자리에서 표시할 수 있었던 가장 순박한 감사를 표하지 않았던가. 그는 막상 어디에 알아보겠노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막상 희망을 걸고 알아볼 것은 없다. 평화시장의 여러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부탁하여 놓는 게 보통이다.
바람이 기운을 낸다. 코스모스 나약한 허리를 꺾으려고 덤빈다. 키다리 해바라기 머리가 무거워서 오만하게 큰 키를 굽히면서 사정을 한다. 바람님 화를 거두시고 잠잠 하시라고 난쟁이 채송하는 허리를 굽히면서 사정하는 해바라기 모습이 우스워서 조그맣게 방긋이 웃는다. 해바라기 밑에선 맨드라미 웃지 않으려고 빨간 볼을 숙인다. 철망 옆에선 코스모스 허리가 휠까봐 그 날씬한 허리를 심술쟁이 가시철망 울타리에다 살며시 기댄다. 심술쟁이 철망은 오래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그 가냘픈 허리를 정말 휘어지게 끌어 안는다. 누가 볼까봐 수줍어서, 허리가 아파서 얼굴이 창백하다. 키다리 해바라기 목이 아파서 노란 눈물을 한 방울 두 잎 날린다.
선생님, 이런 현실 있습니다. 한 아버지가 30명의 자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집에는 의복을 만들어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데, 몇 년이 지나는 동안에 집안 사정이 좋아지고 나아져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되는 사람은 자녀들을 예전과 같이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아버지 되는 사람은 호의호식하고 자녀 되는 사람들을 혹사합니다. 아버지는 한 끼 점심값에 200원을 쓰면서 자녀들 하루 세 끼 밥값을 50원. 이건 인간으로서는 행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아버지는 아무리 강자고 자녀는 약자지만 자녀도 같은 인간입니다. 여기에서 자녀들은 반발합니다. 아버지에게 쉴 시간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양의 빵을 요구합니다. 먹고 배부를 수 있는 양의 빵 말입니다.그러면은 아버지는 많은 빵을 주는 대신에 하루에 16시간의 노동을 강요합니다. 나이 어린 자녀들은 하루에 16시간의 고된 육체노동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나이가 어리고 배운 것은 없지만은 그도 사람, 즉 인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생각할 줄 알고, 좋은 것을 보면 좋아할 줄 알고, 즐거운 것을 보면 웃을 줄 아는,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의 영장, 즉 인간입니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빈한 자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안식일응ㄹ 지킬 권리가 없습니까?
종교는 만인이 다 평등합니다.
법률도 만인이 다 평등합니다.
왜 하물며 가장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연소자들이 때묻고 더러운 부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의 법칙입니까? 인간의 생명은 고귀한 것입니다. 부한 자의 생명처럼 약한 자의 생명도 고귀합니다. 천지만물 살아 움직이는 생명은 더 고귀합니다. 죽기 싫어하는 것은 생명체의 본능입니다. 선생님, 여기 본능을 모르는 인간이 있습니다. 그저 빨리 고통을 느끼지 않고 죽기를 기다리는 생명체가 있습니다. 인간, 부한 환경에서 거부당하고 사회라는 기구는 그를, 연소자를 사회의 거름으로 쓰고 있습니다. 부한 자의 더 비대해지기 위한 기름으로.
선생님, 인간인 고로 빵과 시간, 자유를 갈망합니다. 어느 한 쪽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많은 양의 빵이라도 아무리 많은 시간적 자유라도 양자의 규합이 없이는 인간은 항상 불만입니다. 적당한 양의 빵과 적당한 휴식을 요구합니다. 선생님 우리 고용주 되시는 사람에게 저희들의 뜻을 전하게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갈망합니다. 적당한 빵과 적당한 휴식을 말ㅇ립니다. 방종이 아닌 자유 말입니다. 쾌락과 희열이 아닌 육체적인 휴식 말입니다. 진수성찬이 아닌 육체를 지탱할만한 검은 빵과 한 컵의 물.
이 글은 전태일 열사가
1970년 4월경에 쓴 소설초안으로
이 소설은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고
죽음에 대한 결단을 예고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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