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미지가 너무 악마화돼서, 북한의 형사사건 처리절차를 무슨 조선시대 규문주의(네 죄를 바른대로 고해라!) 원님재판을 연상케 하는 압제로 느낄 수 있는데 북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열거함으로서 오해불식을 기하고자 한다.

북한에서도 범죄는 발생하고 인간의 일탈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어디에나 존재한다. 탈북자들은 대개 '국가보위성 보위부가 잡아간다'식의 얘기로 북한 공안에 대해 설명하지만 실제 치안을 담당하는 건 같은 국무위 소속 산하 '사회안정성'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형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일군(수사관)'과 '예심원(예심재판 전 수사관)'이라는 형사를 동원하여 증거조사, 피의자('피심자'라고 부름)의 구속처분, 압수수색 등의 강제처분을 한다.

우리측 형사소송법과 달리 법관의 영장제도를 채택하진 않았고(북 형사소송법 제143조, 제176조) 다만 구속처분결정에 따라 피심자를 체포 내지 압수수색을 할 때 '검사'로부터 승인 받은 '구속처분결정서'나 '수색압수결정서'를 제시하도록 하여(동법 제180조, 제181조) 부당한 인권침해와 신체의 자유 침해를 방지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영장제도의 미비는 국내 형법학자들로부터 사법적 억제기능이 없지 않냐는 상당한 비판을 받는데, 영장제도의 대체로 언급된 상기 제도도 수사기관인 검사에 의한 통제를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고 형소법 자체가 인권보호기능보다는 수사효율의 완급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게 그것이다.

물론 위 비판에 대해 일정 부분 수긍할만한 데는 있다. 다만, 사법절차에서 국내법과 달리 국민참여적 형태의 북한 형사소송을 좀 더 들여다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일지, 가로저을지 선택을 유보해보자.

자, 범죄자가 체포되면 '피심자' 신분을 취득하고 검찰소에서 검사의 기소여부에 따라 피고인('피소자'라고 부름)이 될지, 아니면 대충 넘어갈지가 결정된다. 피소자가 되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국내법상 형사소송은 보통 판사, 검사, 피고인측이라는 세 요소가 주축이 돼 진행된다(국민참여형 재판 말고).
북한의 경우 특이하게도 사건과 아예 무관한 제3자'들', 즉 일반대중이 심리에 참여하게끔 형사소송법을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85조). 형소법 목적이 '형사사건을 취급할 때는 군중의 힘과 지혜에 의거해야 한다(제3조)'는 데 있다고 명문화한 걸 실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인즉 기업소나 집단농장 등 작업장의 대표가 피고인의 죄행을 폭로규탄함으로써 '재판'의 심리를 진행케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인데 차설, 일전에 필자가 적은 소련의 '동지재판'의 설명과 유사한 것 같지만 소련의 동지재판은 단순한 행정심판에, 대충 집단비판을 통해 반성하고 거기에 그치는, 행정제재가 가해지는 소송면제조건부 전심절차에 불과했다면 북한의 대중에 의한 심리는 재판상 기속력이 발생한다.

북한법학자들 말을 빌리자면 사회주의제도의 보위를 위한 인민에 대한 교양개조, 당의 사법정책의 확립 따위가 입법취지라고는 한다. 다만 행정심판과 형사소송은 법률적 효과 차이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심리를 제3자가 진행토록 하는 게 과연 합당한 제도인지는 의문스럽다.

이제 법정에 들어가보도록 하자. 북한은 법원을 재판소라고 부르는데, 재판소는 통상 판사 1인과 인민참심원 2인으로 구성된다(북 헌법 제157조, 재판소구성법 제9조, 형사소송법 제274조).

국내법은 재판장이랑 양옆에 좌배석, 우배석판사를 두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인민참신원'이라니.

인민참심원은 판사와 함께 양형과 판결문 작성에 관여하는 선출직 공무원을 말한다. 북한은 헌법 제110조 제13호, 제134조 제5호에서 판사, 인민참심원을 중앙재판소의 경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지방재판소의 경우 지방인민회의에서 선거, 또는 소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는데 피선거권자의 자격은 명문으로 두고 있지는 않으나 아무래도 판사는 소비에트 법학에 해박한 학자 내지 변호사법상 변호사 중에서, 인민참심원은 문자 그대로 인민 중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판이 시작되면 재판은 공개되고 피소자는 변호사를 통해 소송상 권리를 보장받게 되는데(북 헌법 제158조) 이 변호사들은 인민의 충실한 복무자로서 준공무원 신분의 조력자들이다.
변호사들은 상무기관인 조선변호사회가 설립한 각급 변호사위원회에 가입돼 개개인의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직접 수임하거나 보수를 받지 않고 변호사위원회의 '회원' 중 한 사람으로서 변호사활동을 수행한다. 보통 법률상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의 신청을 받아 접수하면 이를 위원회가 각 변호사에게 배당하고 보수를 약정해준다(북 변호사법 제8조, 제28조, 제29조, 제30조).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인 선임은 '형사책임추궁결정시'부터 따라붙는데, 이는 수사일군이나 예심원이 증거조사를 마치고 피심자를 확정하는데 충분한 자료를 얻었을 때를 말하며 예심원은 이 형사책임추궁결정을 48시간 이내에 피심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59조).

담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