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이나 젠더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체로 근대 서구제국주의의 침략 이전 아시아, 아프리카의 문명권들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우는 상당히 관용적이었다는 언급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관용적이었다기보다 동성애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즉 서구제국주의의 침략 이전에는 제3세계 문명권에서 동성애에 대한 심각한 적의가 팽배해 있던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럽에서 기독교 문명을 근간으로 한 근대성의 발현 이후 동성애가 노골적으로 범죄화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영국에서는 남성 간 동성애로 적발된 경우에는 거세 이후 징역을 살게 한 경우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이에 비해 소비에트에서는 동성애가 비록 범죄였다고는 하지만 게오르기 치체린같이 아무 일 없이 넘어갔던 사례도 있었다. 소비에트 법률상으로도 동성애 행위에 대해 선고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5년으로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사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이었다.


즉 소비에트의 동성애에 대한 일부 퇴행적인 태도는 공산주의의 문제였다기보다 소비에트 문화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기독교 문명의 영향력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관해 스탈린을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스탈린 그 자신도 당시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일반적 통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수준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온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스탈린이 모든 측면에서 도덕적인 완벽성을 지녀야 할 필요도 없으며 당시 주변 국가들의 상황을 보았을 때 스탈린이 서구 지도자들보다 특별히 뒤떨어지는 인식을 가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소도미법의 적용으로 늦게는 1990~2000년까지도 합의한 동성애 관계에 대한 처벌이 있었고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우도 1970년대 이전까지는 처벌 사례들이 빈발했다. 


종합하자면 스탈린은 성평등과 동성애 문제 같은 일부 이슈들에서 결함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견지에서는 소련을 발전시킨 영웅으로 평가받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본다. 사회주의는 결코 결함 없는 지도자를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초인적인 사상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고 그것을 생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맑시즘적인 태도라고 생각하며, 실제 대다수의 스탈린주의자들도 결코 스탈린을 초인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의 사상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스탈린의 개인적 결함을 지적한다면 나는 거기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스탈린과 소위 공산주의 진영의 퇴행성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면 나는 그 점에 대해서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서구 제국주의자들은 동성애 문제를 운운하고 싶다면 기독교 문명이 전세계에 가져온 퇴행과 소수자 박해에 대해 우선 통절하게 반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인들이 선교사를 앞세워 전세계에 동성애 혐오와 정신착란적 약자혐오를 수출해 놓고서 이제 와 무슬림 국가들과 제3세계의 동성애 인권 문제를 운운한다는 건 그 자체로 위선적 레토릭이기 때문이다. 제국주의로 쌓아올린 물적 토대 위에서 비겁하게 과거 역사와의 단절을 주장하며 인권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