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말 1달간의 미국여행을 마친 나는 로스엔젤레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올때 베트남계 미국인 가족이랑 같은 칸에 앉게 됐었다. 한 사람은 굉장히 연세가 많으신(대략 70대는되보이는) 어르신이었고, 다른 한분은 대충 40대 중반에서 50대 정도의 아저씨였다. 같이 앉게 되다보니 그 베트남 아저씨랑 얘기를 나누게 되었고, 뭐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얘기를 나눴다. 알고보니 그 보트피플 아저씨는 하버드 의대 교수였다. 그 분과 베트남 관련한 얘기도 나눴고, 난 그분에게 베트남 역사에 대해 조금 공부했다고 얘기한 뒤, 호치민 평전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니 그분은 어떤 저자가 쓴 책이었냐고 물었고, 난 윌리엄J듀이커라고 했다. 알고보니 그분도 그 책을 예전에 읽었었다. 그래서 난 그 분에게 호치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분은 "베트남인으로서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있다."고 대답하며, "현재로선 긍정적인 평가가 앞서지만 나중에는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재조명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난 그분에게 "어쨌든 호치민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싸우지 않았나요."라고 질문을 던져봤고, 그분은 "그 독립이라는 가치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좀 어이가 없었던 나는 그 아저씨에게 응오딘지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교수가 한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그는 분명 잔혹한 부분이 있었지만, 조국을 사랑했던 애국자이기도 합니다!?" 이걸 들으니 '보트피플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몇몇 얘기를 나누고 난 뒤, 그분은 내가 맘에 꽤나 들었는지,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또한 자신의 명함을 줬고, 베트남 호치민시에 놀러오면 자기집에 놀러오라고까지 했다. 아무래도 내가 베트남 역사에 대해 좀 아는 한국인이니 반가웠었나 보다.


여기서 한가지 얘기하자면, 해방전쟁 시기의 희생은 호치민이 만든 것이 아닌 그 나라를 침략한 프랑스와 미제침략자들이 원흉이고, 응오딘지엠은 애국심은 커녕 대불항전 당시 아무것도 안한 구시대 관료였다. 물론 그 얘기를 그 교수에게 했다간 싸움이 일어나거나 서로간에 감정이 아주 나빠지면 비행기에서 손해볼 사람은 내가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도발적인 내 주관을 밝히진 않았고, 되도록 들으려고 했다. 무튼 참 재미있는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