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완벽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공산주의를 비롯해서, 대의를 주장하는 모든 이데올로기가 갖는 최악의 단점은 너무나 고결해서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의 희생까지도 정당하게 여기는 데 있다는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지적은 옳습니다. 또한 세상에 대해 서 절제된 기대감을 갖는 사람만이 끔찍한 해악을 자신과 타인에게 강요하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옮습니다. 그러나 저는 원대한 희망과 절대적인 열정이 없다면 인간이 본래의 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비록 그런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는 이 대담에서 자신이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임을 당당하게 밝혔다. 그리고 마르크스를 통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역사가 하나의 완전체로 파악될 수 있고 분석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역사에서 법칙을 찾으려는 마르크스의 시도는 낡은 실증주의의 잔재에 불과하며, 역사에서 '인간 사회의 변천사라 할 만한 구조와 패턴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마르크스의 입장을 더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강성호,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책세상, 2003, p.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