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멀지 않은 곳에 국방군 전우 두 명이 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향에 돌아가면 뭘 할 생각인가? 당원이 될 건가?"
질문을 받은 전우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난 예전부터 항상 사민당원이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제국이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 나치당 이외에 다른 무엇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일방적인 정치 교육을 받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민당원', '나치당원', '공산당원','아무 데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예전부터 항상 나치 체제에 저항했던 많은 사람. 그들은 아직 자기들의 생각를 조심스럽게 발언했지만, 정치적 대격변의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지는 예측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그들은 우선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의 당원이 될 테고, 필요한 경우에만 독일인이 될 갓이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제국..." 그다음은 뭐였더라?
"하나의 지도자"였다.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자기 민족의 숱한 희생과 파괴된 재산을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고, 전력이 월등하게 우세한 적군을 물리치지 못했다고 자기 군인의 명예를 빼앗은 지도자. 우리는 다시 옛날처럼, 내 어린 시절처럼 '적색파', '흑색파', '갈색파'로 나뉘어 치고받고 싸우게 될까?
- <폭풍 속의 씨앗> 474쪽, 헤르베르트 브루네거
당시 혼란했던 시대를 느낄 수 있는 저자의 경험담이 다 들아가있고, 동시에 결국 이 사람도 무장친위대 소속이었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는 인상깊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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