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드니키, 파시즘, 스탈린주의, 아시아식 민주주의, 주체사상 등등은 그 내용은 천차만별이나 모두 '외래'의 노선과는 구별되는 특수한 노선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상에는 특수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다. 그들은 단지 의식적 보편성에 맞서 싸우는 무의식적 보편성일 뿐이다.
한때 나로드니키는 러시아가 자본주의로 돌이킬 수 없이 이행하고 있다는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에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그렇다면 술집이라도 차려서 자본주의가 도래하게 돕는 것이 어떠느냐며 비웃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다. 자본주의는 단 한 세대만에 러시아를 지배하게 되었고 나로드니키들은 즉각 다른 나라의 평범한 부르주아 사상가들과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보편성은 보편성에 대한 '주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지키려 애쓰는 '특수한'(전혀 특수하지 않은) 민족, 국가의 사회구성체 그 자체에서 이미 자라나고 있다. 국제적 보편성은 단지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보편성에 대한 거부는 특수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에 대해 무지한 채로 피할 수 없는 보편성에 휩쓸리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민족의 현실에 맞는 이념이라는 말은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