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오바마케어의 도입,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란 점 등으로 인해 진보주의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연방대법원에서의 동성혼 합법화 등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진보주의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을 오바마 정권은 저질렀다.
이 책은 스노든의 내부고발 과정에서 동반자로 함께한 기자이자 이 책의 저자 글렌 그린월드가 훗날 스노든으로 밝혀지는 모종의 인물로부터 연락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노든은 미국 방위산업체 부즈앨런해밀턴의 직원으로, 고졸 학력으로 국가기관에 들어가 핵심 인력의 자리까지 오른, 어찌보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 스노든이 내부고발을 선택했다. 사랑하는 가족들, 여자친구, 풍요로운 삶을 모두 포기하는 결정이었다. 스노든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정보기관의 추악한 실태를 눈감고 산다면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릴 수 있었을 테고, 내부고발 후 신변이 밝혀지는 순간 본인의 모든 것을 빼앗김이 거의 확실한데도 말이다. 게다가 그는 내부고발 이후 8년째가 되는 올해도 아직 30대다.
스노든은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 미군의 일원으로 중동 파병을 다녀온 적이 있다. 분명 부시 행정부의 온갖 미사여구에 혹해서였을 것이다. 자유를 수호하니 어쩌니. 하지만 그렇게 도착한 중동에서, 그는 엄청난 환멸을 느꼈다. 스노든의 눈에 비친 미군은 자유와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탐욕과 지배욕으로 가득 찬 악랄한 침략자들이었다. 미군은 중동에서 심심찮게 민간인 살해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 와중에, 스노든은 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쳐 의병 제대한다. 이후 스노든은 NSA, CIA 등의 정보기관을 옮겨 다니며 커리어를 쌓아간다. 스노든의 능력은 출중했고 신임을 얻었으며, 마침내 프리즘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이때가 2007년으로, 부시 행정부가 임기를 1년 남겼을 때다.
내부고발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2013년, 스노든은 휴가를 낸다. 휴가를 내기 전 스노든은 미국의 대규모 민간인 감시 프로그램의 정보를, USB와 노트북에 나눠 저장한다. 이후 미리 연락해 두었던 그린월드, 그리고 그의 동료 기자 로라와 홍콩에서 접선하여 모든 걸 폭로한다. 가디언발 기사에 미국의 모든 언론은 불바다가 되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예상대로, 미국의 소위 높으신 분들은 스노든을 깎아내린다. 미국의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왔다고, 감시 프로그램은 허구라고, 그렇게 스노든을 비난한다. 일부는 스노든의 다른 행적을 가져와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신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추악한 변명에도, 이미 모든 정체가 드러난 NSA의 권위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미국이 자유의 나라가 아니라는 점만 여실히 했다.
스노든은 책에서, 자신이 진정 두려워하는 건 폭로로 인해 받게 될 불이익이 아닌, 이 폭로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히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스노든은 중동 파병과 정보기관에서의 근무를 거치며 미국이 생각보다 매우 더럽고 악한 나라임을 분명이 깨닫고 있었고, 그걸 바로잡기 위해 용기있는 행동에 나선 것이다. 스노든은 이 시대의 진정한 의인이자 자유의 수호자이다.
스노든이 2007년에 프리즘 프로젝트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6년씩이나 폭로를 미룬 건, 오바마 정부가 이런 감시를 끝내 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런 스노든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내 스노든은 행동에 나선다. 오바마는 집권 기간 동안 본인의 쾌활한 성격과 유머 감각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나 또한 인간 버락 오바마에게는 그닥 거부감이 없으며, 그가 도입한 오바마케어가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었음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대통령으로서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커다란 과오를 저질렀다. 전 국민의 통신과 인터넷을 감시하고 도청하는 건, 스스로 자유의 나라라고 주장하는 나라에서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의 자유는 그 어떤 이유로도 침해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다. 하물며 그게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일 때는 더욱 그렇다.
진정으로 자유를 지키는 건, 미국이 아닌 스노든과 같은 용기있는 자들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자유라는 가치를 위해 희생했다. 오늘날, 시민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사람들은 스노든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스노든은 현재 아내와 러시아에서 얻은 아들과 함께 러시아에서 살고 있다. 하루빨리 그가 죄인의 굴레를 벗고 조국에서 용기있는 행동에 걸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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