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P와 정의당 - '범진보 연대'의 허구성에 대하여>
'비례연합정당'인지, '진보선거연합'인지 하는 민주당과 일부 시민사회 인사들의 헛짓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 자체를 뒤흔들어 무효화시켜 버리고자 하는 극악한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대놓고 선거제도 자체를 부정 및 악용하고자 하는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과 달리, '사회 개혁을 위해 시민사회 및 군소정당들과 함께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걸고 있으면서도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악랄하다 평하고 싶은 심정이다. 심지어 선거제도 개혁과 사회진보를 위해 오랫동안 함께해 온 하승수 씨마저 이러한 꼼수에 함께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가장 통탄스러운 것은 일부(과연 일부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정의당원 및 정의당 지지자들 역시 이 일견 그럴듯한 '대의'에 공감하여 민주당과의 연합공천 논의를 시작하라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주로 이런 식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향점에서 큰 차이가 없는(불행하게도 지도부 및 일부 당원들의 행태가 이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정당인데 서로 힘을 합쳐 극우 보수를 몰아낼 생각을 하기는커녕 싸우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혹은 조금 낫지만 근본적으로 차이 없는 이야기인 "민주당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미래통합당을 밀어내는 것이 우선이니 '진보개혁연대'에 힘을 보태야만 한다" 같은 것. 그러나 우리는 이미 2016년에 일어난 일련의 항쟁과 그 이후의 신정부 수립에 있어 이 논리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격한 바 있다. 촛불의 뜻으로 집권한 정권임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직접 약속한 바 있는 '노동존중 사회'와 '공정한 사회' 같은 이야기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제 진보정당들은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이 쳐 놓은 '범진보 개혁'이라는 프레임에 휘말려 이미 스스로의 길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총선을 앞두고 더욱 격화되어 가는 이 논쟁을 보며 떠오른 그림이 하나 있었다. 본인은 해외 좌파정치와 국제연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국외의 진보정당들을 페이스북에서 팔로우하고 있는데, 지난 11월에 치러진 캐나다 총선을 앞두고 페이스북 어딘가에서 마주친 적 있는 일련의 블랙코미디 같은 댓글 타래들이 그것이다.
캐나다의 정치구도는 한국과 꽤 유사하다. 우익 성향의 보수당과 리버럴 성향의 자유당이 양당으로서 정권을 주고받고, 제3세력으로 좌파 사민주의 정당인 신민주당(NDP)이 일정한 지지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한국보다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소선거구제로 인해 양당구조의 혁파가 아직도 요원하다는 점 역시도 한국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NDP가 리버럴 정권의 반노동 및 친자본주의적 정책을 비판할 때마다 자유당 지지자들과 일부 NDP에 표를 던지는 이들이 NDP에 하는 이야기들이다. (의역 주의)
- NDP 지지자 분들! 전략적 투표로 우리를 파괴하려 하는 보수당 쉬어 대표를 막아냅시다. 좌파는 하나의 당이 되어야만 해요. (답글: 자유당은 좌파가 아닙니다.)
- (쥐스탱 트뤼도의 주거정책을 비판하는 NDP 게시물에 달린 댓글) 왜 그런 소리를 합니까? 트뤼도 총리는 사상 처음으로 연방 단위의 제대로 된 주거계획을 수립했어요. 그는 첫 번째로 주거가 권리임을 선언한 총리라고요. 변화가 충분히 빠르지 못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진행되고 있어요. 그와 정치적으로 함께하여 믿을 수 있는 주거정책을 만드세요.
- 모든 포스트에서 트뤼도를 공격하는 짓을 멈추세요. 님들이 트뤼도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건 알겠는데 보수당은 더 큰 악임.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
정말 놀랍도록 익숙하지 않은가?
2019년 11월 치러진 캐나다 연방총선의 결과, 자유당과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과반에 미달했으나 아슬아슬하게 집권 연장에 성공했고 NDP는 의석을 잃었다. 현지 평론가들은 NDP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를 '자유당과의 차별화 실패'로 꼽는다. 심지어 자유당 지지자들(혹은 그에 매우 가까운 NDP 투표자들)이 댓글로 달았던 내용이 무색하게 트뤼도 총리는 재집권 이후 무역정책 등에서 보수당과 연합하고 있으며, 거주지 파괴적인 개발정책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원주민 단체의 시위를 강제진압하는 등 전혀 이들이 기대했던 '진보적 개혁정책'들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착각과 달리 '범진보' 같은 건 없다. 존재하는 것은 거대 극우 정당, 그것과 실제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친자본주의 리버럴 정당과 진보정당이다. 뒤쪽의 두 개 정당이 '범진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것은 진보라는 단어에 대한 모독이며 좌파들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만 할 지점이다. 그렇기에 '범진보 개혁연대'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다. 철저히 정치공학적으로 계산된 그 연대관계가 선거가 끝나고 파기되는 순간 거대 리버럴 정당은 그나마 뒤집어쓰고 있던 진보라는 탈을 내팽개치고 자본주의 체제와 신기득권의 유지에 급급한 본모습을 바로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이 자유주의 정당과의 연합으로 인해 얻는 것은 스스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덜하며, 잃는 것은 너무도 많다는 사실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의 수많은 사례로 입증된 바 있다. 소위 '더 큰 악'을 막아내기 위해 자유주의 정당과의 연합을 요구하는 일부 유권자들의 표를 포기하고 어려운 길을 개척해 나간다면 언젠가 길은 열릴지도 모른다. 가 보지 않은 길은 알 수 없기에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그게 무엇이라도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보다는 낫지 않을까.
모멘텀에서 나왔다는 썰이 있는데 확실치는 않음여
모멘텀 사람이 쓴 거 맞고 근데 이미 그거 누가 올렸던걸로 기억함..
이거 이갤에도 올라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