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트로츠키주의 조직 국제마르크스주의경향(IMT)이 운영하는 사이트 In Defense of Marxism에 한 유고슬라비아의 마르크스주의자가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시대를 회상하며 쓴 글을 번역하여 올립니다.


이것이 나의 유고슬라비아였다


블라디미르 운코프스키
2006년 1월 24일, Marxism


(편집자: 이 글은 유고슬라비아의 한 젊은 마르크스주의자 블라디미르 운코프스키가 8-90년대 유고가 붕괴하기 이전에 어떻게 돌아갔는지에 대해 쓴 것입니다.)
1943년 전쟁의 광풍을 배경삼아, 발칸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자 공화국이 선포되었다. 이는 곧 전쟁 전에 있었던 옛 유고슬라비아 왕국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완전한 변혁을 이룬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동안 발칸반도 산중의 민족들을 초월하여 민족 해방과 사회주의 혁명을 이끈 것은 노동자 농민의 군대였다. 이는 필연적으로 당연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전쟁 이후, 이 위대한 혁명은 이 부활한 조국의 구조에 깊고도 지대한 변화를 촉발하였다. 이것이 바로 나의 유고슬라비아의 시작인 것이다.
처음에는 모스크바의 독재권력을 따라 스탈린주의적 사회주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다양한 국가별 이해와 이념 논쟁으로 인해 유고슬라비아는 동구권으로부터 역사적 결별을 겪는다. 고립된 유고슬라비아는 홀로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독자적인 길은 오직 유고슬라비아만이 붉은 군대를 등에 업지 않고 혁명을 해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그 덕에 받은 대중적 지지는 모든 스탈린에 대한 저항에 도움이 되었다. 이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국제 노동계급에게 있어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만일 이러한 혁명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사회주의로의 길 또한 동유럽과 그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강제된 것처럼 스탈린주의적인 관료제일 필요 또한 없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유고슬라비아 혁명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 중 하나이다.
1948년의 역사적 결별 이후, 사회주의를 건설하기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시작되었다. 이 사회주의는 스탈린주의식과는 전혀 다른 정치경제체제를 갖춰야 하고, 티토와 그의 동료들이 두 거대한 진영 사이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국가를 존속하기 위해 동구권과 서구권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며, 이전까지 관료제 하에서 국가적 단결을 위해 주로 사용해왔던 주민들의 민족적 욕망들을 조정해야 했다.
그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나타났다. 우리 윗세대, 그리고 그 윗세대는 발칸반도 역사상 존재하던 나라들과는 전혀 다른 국가에서 자라고 일했다. 1970년대까지 몇십년에 걸쳐, 유고슬라비아의 경제는 '노동자 자주관리'하에서 기록적인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 사실은 1960년에서 1975년까지 1인당 GNP가 두배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은 단지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서 유고슬라비아가 전국민 무상의료, 무상교육, 그리고 완전고용을 달성함으로서 서구권을 따라잡을 것처럼 보였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그외에도 많은 편의를 누렸다. 아드리아해안의 아름다운 해변을 갈 수 있었고, 지리적, 문화적으로 다채로운 지역들을 여행할 수 있었으며,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었다. 오랬동안 그들을 무비자로 자유롭게 해외 여행을 할 수 있었고, 사회는 동구권보다 자유롭고 서구권보다 평등했다. 우리와 같은 젊은이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예기치 못한 공포라는 것을 느낄 필요 없이 자유롭게 거리에서 놀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다른 세상과 밝은 미래를 꿈꾸고 소망하며 갈망할 수 있었다. 민족, 특성, 재능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일하고 휴식할 수 있었고, 사람이 사회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사회가 사람에 맞춰 변화했다. 유고슬라비아는 유고슬라비아의 국민과 민족 정체성을 넘어 전세계에서 더 인간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자들(예를 들어 비동맹국가의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고,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이러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공화국은 1943년의 탄생기부터 뿌리깊은 문제점 역시 안고 있었다. 유고슬라비아 혁명의 전위대는 초기 스탈린의 숙청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와 무한한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인해 유고슬라비아식 사회주의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스탈린주의의 파생물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고슬라비아의 자주관리와 민주주의는 완전하게는 허락되지 않았고, 최상위의 권력에는 항상 국가가 존재했다. 유고를 지배한 관료제의 성장과 그 권능은 종종 전술적으로 치명적인 오류를 저질렀으며, 이는 아마 전문가와 노동자가 의사결정에서 협동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르비아의 스메데로보 철강소는 20억 달러를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밖으로 효율적이지 못했다.(이곳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았다.) 당연하지만, 그곳 노동자들 사이에는 관료주의가 팽배했다.
유고의 동구권과 서구권 사이의 균형은 둘 중 한쪽이 더 강성해지지 않을때에만 유지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유고슬라비아는 만국 노동자의 단결을 선전하는 급진적인 국제주의 노선 대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노련하게 이어가야 했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노동자 국가를 통합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었고, 특히 타락하고 민중과 단절된 관료제하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8개의 관료조직(주 -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공화국 + 보이보디나, 코소보 자치주)이 중앙집중화된 한 관료체제보단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조직이 민주화되지 않는 한 순진한 발상이었다. 이들 관료조직들이 지역간 경제적 격차를 자신들의 이익에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 또한 매한가지였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발상이었다.
티토의 사망 이후, 지리멸렬하고 부패한 중앙정부의 실패한 투자로 인해 요구된 경제 개혁을 비롯한 여러 정책 과정에서 유고슬라비아의 많은 관료 조직과 각 지역은 다른곳에서 자신들의 사욕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역사의 갈림길에 도달한 것이다. 민중은 어느쪽을 향할 것인가?
록 밴드 '비옐로 두그메'가 이 선택을 잘 표현하였다. "소리 지르고 노래하라, 나의 유고슬라비아여...너의 노래를 듣지 않는 자 천둥 소리를 들을지니..." 민중은 유고슬라비아가 부당함을 무릅쓰고 지향했던 사회주의, 국제주의, 자유를 선택하거나, 자본주의로의 복귀,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지방정부와 공안, 그리고 전쟁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역사가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주었듯이, 오직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민중은 후자를 선택해야 했다. 국제금융자본과 지방 관료의 이해관게가 서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자본은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비록 타락했지만) 상대적으로 강력하고, 국제적인 '사회주의' 국가의 해체를 원하였다. 관료들은 이를 위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지속적으로 권력을 누리기 위해 이러한 선택을 해야 했다. 민중은 위협받고 있었다.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1987년에서 2002년까지 있었던 일들(주 - 유고 내전)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형제끼리, 노동자끼리, 인간끼리 총구를 들이대었다. 폭풍이 지나가자 시대의 성취, 행복, 희망은 파괴되어 사라졌다. 파멸과 종말만이 남았다. 관료조직과 피에 굶주린 국제금융자본의 이해관계와 존재가 변형되었지만 남아있다. 유고슬라비아는 두 번 죽었다. 첫번째로, 1990년대 초반에 유고슬라비아의 노동대중이 지방의 민족주의자 정치 관료와 제국주의자들의 선택에 떠밀려 이전까지의 유고슬라비아를 저버렸을 때 실질적으로 죽었다. 두번째는 2002년에 국제자본이 지방 관료들에게 그 이름을 더이상 쓰지 않기로 명령했을 때이다...유고슬라비아란 이름을. 그 이름, 전세계의 민중에게 희망과 행복, 선행을 나누어주었던, 기생충같은 관료체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취를 이루어낸, 나와 우리 세대의 요람이었던...그 이름, 그 국가, 국제자본가, 지방 관료, 그리고 민족주의자 군부에 의해 자비없이 그리고 냉정하게 파괴된, 세계 언론에 의해 더러운 이름이자 존재로 남은, 무의미한 내부 논쟁과 문제와 함께 못박힌...그것이 나의 유고슬라비아다.
그 유고슬라비아는 이제 죽었다. 하지만, 이 노동자 청년들의 가슴에, 비록 실재하진 못했지만 이를 향해 작지만 우리에겐 큰 실현을 이룬, 유고슬라비아가 지향한 이상을 믿었던 이들의 마음에, 하나가 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유고슬라비아여, 그 땅의 아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놀 수 있고, 그 땅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를 갖고, 그 땅의 민중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며 발칸반도와 세계에 사회주의 연방을 건설하게 하여라! 만민족이 진정으로 평등해지고, 사회가 진정으로 민주화되며, 인류가 번영하여라! 푸른 아드리아해와 높은 트리글라브 산맥이 모두의 휴양지가 되며, 유고슬라비아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것이 그 땅의 민중의 자부심이 되어라! 관료들이 유고슬라비아를 배반하지 않고, 국제자본이 파괴하지 않으리라! 유고슬라비아여, 우리 아이들의 세상이 되어라!


출처: This Was My Yugoslavia, http://www.marxist.com/this-was-my-yugoslavia.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