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주한미군 주둔 조건을 다시 협상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전략적 유연성이란 결국 주한미군을 한반도 방위에만 묶어두지 않고, 아시아 태평양 전역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1930년대 일제가 조선을 병참기지로 만든 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 지역에 투입된다면, 곧 한반도 전체가 미군의 병참기지화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주권국가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주일미군은 미군 결정에 따라 아태지역 어디든 투입될 수 있도록 합의가 되어 있으며, 일본은 '미국과 영원히 함께 간다'는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큰 보상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미일 동맹을 아태 최고의 동맹으로 격상시키고, 한국을 하위 동맹으로 만들어 미국 대신 자신이 한국에게 지시하는 용꿈을 꾸었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관세 협상도 한국보다 불리하게 진행되었고, 핵잠수함도 얻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핵잠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얻었고, 이는 한국을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가 아닌 군사적 독자성을 지닌 국가로 만들 것입니다.

이러니 일본은 속이 뒤집힐 수밖에 없습니다. 

충성을 다했음에도 실질적 보상은 없고,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미국의 직접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자신들이 어느새 미국의 하위 파트너가 된 현실을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핵잠을 얻기 위해 대중국 견제쇼를 벌이는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지만, 미국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 개선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주한미군 평택 이전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법적 성격을 ‘한반도 방위’로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이는 계약 위반이 되어, 한국은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예컨대 거액의 주둔비를 받는 식의 협상 카드가 생기는 것이죠.

그러면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 카드를 꺼낼 수 없게 됩니다.

결국 한국은 주권국가로서 살아남을 길을 열어놓았지만, 일본은 스스로 식민지적 위치를 자처하며 병참기지 국가로 전락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