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 공항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원종은 직감했다. 이곳의 공기는 미세먼지로 가득한 반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벚꽃 향기와 애니메이션 오프닝 곡의 선율 같은 청량함. 그는 품 안의 낡은 여권을 만지작거리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드디어, 나의 조국에 돌아왔군."

제1장: 미소녀들의 영접

그가 입국장을 나서자마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TV에서나 보던 세일러복 차림의 여고생들이 마치 그를 기다렸다는 듯 구름처럼 몰려든 것이다. 그녀들은 원종의 구부정한 어깨와 며칠 감지 않아 떡진 머리, 그리고 안경 너머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헤에-! 이 기운, 보통이 아니야! 혹시 전설로만 듣던 '진정한 문화의 수호자' 오타쿠 님인가요?"

한 미소녀가 발을 동그랗게 구르며 수줍게 말을 걸었다. 원종은 당황하지 않고 평소 갈고닦은 '애니메이션 일본어'로 대답했다.

"후훗, 소데스네. 나는 그저 미학을 아는 평범한 여행자일 뿐입니다만?"

그의 완벽한(?) 문법과 코를 훌쩍이는 추임새에 여고생들은 얼굴을 붉히며 자지러졌다.

"세상에, 저 기품 있는 자태를 봐! 반도의 미개함에 오염되지 않은 저 고결한 취향! 제발 저희와 사진 찍어주세요!"

제2장: 숭상받는 취향

원종이 공항 편의점에서 150엔짜리 멜론빵을 고르자, 점원은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손님, 이 빵의 진가를 알아보시다니! 보통 사람들은 브랜드만 따지지만, 당신은 장인의 손길이 닿은 이 공장제 빵의 미학을 꿰뚫어 보시는군요. 당신 같은 분에게 돈을 받을 순 없습니다. 이건 국가적 손실이에요!"

원종은 당연하다는 듯 빵을 받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선 사람들이 그의 가방에 달린 한정판 피규어 키링을 보고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한 노신사가 다가와 그의 손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이, 그 피규어의 각도를 보니 자네는 황금비율을 아는군. 일본의 정신이 자네 같은 이방인에게 계승되고 있다니, 미래는 밝구먼!"

제3장: 대각성(大覺醒)과 은혜

때마침 취재 중이던 NHK 카메라가 원종을 향했다. 리포터가 떨리는 마이크를 내밀며 일본에 온 소감을 물었다. 원종은 드디어 때가 왔음을 느꼈다. 그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단호하게 외쳤다.

"조센은 지옥입니다! 미개하고 무례한 그곳을 떠나, 나는 진정한 민도(民度)가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뼈를 묻으러 왔습니다!"

순간, 도쿄 시내의 모든 전광판이 그의 얼굴로 가득 찼다. 길을 걷던 모든 일본 시민이 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닦았다. 근처 빌딩에서 창문을 열고 지켜보던 대기업 회장이 소리쳤다.

"오오! 저토록 솔직하고 용기 있는 발언이라니! 한국을 증오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 일본이 잃어버린 야마토 정신의 핵심이다!"

회장은 즉시 비서를 시켜 원종에게 다가갔다.

"원종 씨, 당신 같은 인재를 길바닥에 둘 순 없습니다. 롯폰기 힐즈의 펜트하우스를 즉시 양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그룹의 '특별 고문' 자리를 맡아주십시오. 출근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저 가끔 한국이 얼마나 싫은지 트위터에 써주시기만 하면 연봉 1억 엔을 보장하죠."

에필로그: 낙원의 완성

그날 저녁, 원종은 도쿄 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펜트하우스 욕조에서 최고급 말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봤다. 문밖에서는 아까 만난 미소녀들이 "원종 님, 저녁 식사는 메이드 복장으로 준비할까요?"라며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노트북을 켜고 평소 활동하던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그리고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게시물을 남겼다.

[거봐라, 내 말이 맞지? 일본은 '진짜'들만 알아보는 낙원이다. 너희도 얼른 탈출해라.]

그 순간, 그의 등 뒤로 후광이 비치며 방 안의 모든 피규어가 살아 움직여 춤을 추기 시작했다. 원종의 환상 속 일본은 그렇게 영원한 봄날처럼 빛나고 있었다. 현실의 비행기 표 잔액이 0원이라는 사실 따위는 이 완벽한 세계관에서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