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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수원 KT 위즈파크 실내 타격장.


안현민은 배팅티 앞에서 땀에 젖은 채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타격 코치도, 트레이너도 다 나간 시간.

공은 튕겨 나갔고, 다시 세팅되고, 또 튕겨 나갔다.


뭐라도 부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늘도 3타수 무안타.

타구는 잘 맞았지만, 모두 수비 앞.

기록지는 냉정했고, 현민의 가슴도 얼어붙었다.


그때—

조용히 열리는 문.

익숙한 발소리.


황재균.


“열심이네.”


현민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잘 안 맞네요. 요즘.”


“그래도 팀은 이기고 있잖아.”


“근데 저는 못 치잖아요.”


공이 바닥에서 튀었다.

현민은 멈추지 않고 다시 방망이를 들었다.


황재균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 옆에 서서 말했다.


“감독이 너한테 관심 많더라.”


“알아요.”


“기자들도 신인왕 얘기만 하고.”


“그것도 알아요.”


그리고,

조용히, 낮게.


“형은요?”


현민이 방망이를 멈췄다.


“형은, 왜 아무 말 안 해요.”


“…….”


“요즘 저한테 아예 말 안 걸시잖아요.”


황재균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네가 다른 선배 얘기 할 때마다.”


“…….”


“형, 요즘 제 이름 부르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현민은 방망이를 내려놓고

황재균 쪽으로 걸어갔다.


“제가… 다른 선배 존경한다고 해서 그래요?”


“현민아—”


“형도 예전에 그랬잖아요.

‘닮고 싶은 선배 있으니까 미쳐볼 수 있었다’고.”


“그건…”


“그건 형 말고 다른 사람이면 안 되는 건가요?”


황재균은 입술을 다물었다.

숨소리만, 묵직하게 섞여 들렸다.


“근데 왜 자꾸 밀어내요.”


현민은 서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뱉는다.


“왜 저입니까.”


“왜 하필, 저한테 그런 눈빛을 줬어요.”


황재균은 그제야 한 걸음 다가섰다.

둘 사이엔 한 뼘 남짓한 거리.


“처음엔 그냥 어린애인 줄 알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