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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헬스장.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선수들이 찾는 곳이라, 같이 KBO 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도 몸을 만들기 위해서 운동을 하러온 영표는, 익숙하면서도 달라진듯한 얼굴을 발견했다.

“대전 사람이 여기까진 왜 왔어?”
“내년에 더 잘해야 하니까 왔죠.“
“오~ 그래서 포르쉐 타고 왔어?”
“그거 파나메라 처분한지가 언젠데..”

대전에 사는 상백이 오기에는 거리가 꽤 있었지만, 그런 건 상백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못했다.
상백은 그저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독기를 품고 미친듯이 운동에만 집중했다.
영표는 그런 상백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졌지만 금새 잊고 자신도 운동에 집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늘의 할당량을 채운 영표는 운동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운동을 끝내고 간만에 수원에 온 주원과 만날 준비를 하는 형준,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로 시그니쳐 초콜릿을 시키고 찾으러 갈 준비를 하는 원석과는 다르게, 한번의 휴식도 없었지만 아직도 지치지 않고 운동에 몰두하는 상백이 눈에 들어왔다.
영표는 그런 상백의 상태가 걱정되어서, 조심히 상백에게 다가갔다.

”너 이따 집은 어떻게 가려고?“
”글쎄요? 그런거 생각안했는데“
”쉬엄쉬엄해, 당장만 보고 그렇게 했다간 더 좋은 성적 못낸다.“

영표가 툭 던진 말이, 상백의 가슴을 후벼팠다.
상백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영표를 째려보며 말했다.

“...형이 제 마음이 어떤지 아세요..?”
“어..?무슨 소리야, 상백아..?”
“형은! 형은 모르죠...맨날 잘했으니까...나처럼 이렇게 개같이 해본 적이 없으니까!”

4년 78억이라는 거액의 계약, 이어진 부진, 팬들의 질타, 결국 등을 돌린 감독.
지금 상백에겐 이 세상 전부가 자신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것 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영표는 물 한잔을 상백에게 건네주며, 옆에 앉았다.

“...나도 아는데? 그 마음?”
“형이 어떻게 알아요, 형은 맨날 잘했으면서...”
“...나도 5107이라고 맨날 조롱 받던 때가 있었으니까.”

상백의 눈이 강하게 흔들렸다.
작년이 영표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상백 자신이, 가장 친한 형인 영표에게 이렇게 행동한 것이 후회되는지, 상백은 경기때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미안해요 형“
”...뭘, 나도 콱붕이들이 날 음해할 때 그렇게 속상했는데, 실력으로 보여주니 다들 입 닫더라.“
”...저도 그럴게요.“

잠깐의 갈등은 작은 불씨였기에 금새 사그라들었고, 상백은 어느새 운동을 마무리했다.
상백이 마무리하기를 기다렸던 영표는 또 다시 다가갔다.

“그래서, 이제 뭐할거야?“
”집 가야죠, 잘못하면 기차 시간 늦겠어요.“

운동기구를 정리하고, 샤워를 위해 샤워실로 들어가려던 상백을, 영표가 잡았다.
당황한 상백이 바라본 영표는, 좋아하는 사람을 보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집...좀만 늦게 가면 안돼..?”
“...그럴까요..”

마치 두 사람의 마음처럼, 작은 불씨는 피어올라, 이내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되었다.
경기때보다도 얼굴이 더 빨개진 상백은, 영표와 함께하던 KT 시절을 추억하며 지금 이 순간의 불꽃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