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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스프링캠프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불펜 포수의 미트가 연달아 울렸다.
퍽, 퍽, 퍽.

원석의 마지막 공이 스트라이크 존 낮은 코너에 꽂히자, 포수 승택과 제춘모 코치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

“볼이 절제가 되니까 더 잘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원석은 당당히 말했다

“볼끝이 좋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원석이 돌아봤다. 감독 강철이었다.
강철은 천천히 걸어와 원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8kg 늘렸다더니, 티가 난다. 하체가 훨씬 단단해졌어. 초코우유도 끊었다면서? ”

강철은 가볍게 엉덩이 쪽을 툭 치며 말했다.
“와..원석아.. 엉덩이 촉감이 다르네. 이제 아래에서부터 제대로 힘이 실려 볼끝까지 전달되는것 같다.”

원석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 내내 하체만 팠습니다. 스쿼트와 케겔운동의 효과가 이제 피칭에서도 나오는 것 같아요.”

강철은 불펜을 둘러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근데 오늘은 타자가 없잖아. 타자가 없는데 그렇게 못던지면 안되지”

원석의 눈빛이 곧장 올라갔다.
“타자 있으면 더 잘 던집니다.”

짧고 단단한 대답.


강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잠시 침묵.
불펜에 묘한 긴장이 맴돌았다.

“그럼 내가 타석에 서볼까?”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원석은 물러서지 않았다.
“감독님은 규정상 타석에 못 들어오십니다.”

“왜?”

“감독님의 방망이는 너무 거대해서 규정위반이니까요. 심지어 강직도는 알루미늄 배트급이시잖아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강철이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많이 늘었네. 이제 나를 이겨먹는구나. 허허”

원석은 모자를 고쳐 썼다.
“이겨야 10승투수 아닙니까? 전 낮에도 밤에도 지지않습니다.”

강철은 그를 한 번 더 위아래로 훑어봤다.
전보다 단단해진 몸, 흔들림 없는 눈.

“좋다. 그 자신감, 마운드에서 그대로 보여줘.”

강철이 돌아섰다.

원석은 다시 공을 쥐었다.
이번에는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강철을 상상하며 던졌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드레날린이 과하게 치솟았다.

와인드업, 릴리스.

공은 손끝을 떠나는 순간 미묘하게 미끄러졌고, 포수 미트를 한참 벗어나 뒤쪽 펜스를 때렸다.
폭투였다.

강철은 그저 “힘이 좀 들어갔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돌아섰다.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성우는 아니었다.

오랫동안 배터리를 맞춰온 그는, 그 한 공에 실린 미묘한 떨림과 설렘을 알아봤다.
원석의 시선이 어디를 향했는지도…

성우의 턱이 굳게 다물렸다.
이를 꽉 깨물었다.
분노에 가득차 당장 원석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턱을 치고싶은 욕구까지 들었다.

그러나 결국 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질투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처럼, 분노를 삼킨 채 조용히 원석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