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인공지능과 빠르게 발전하면서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이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자,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고 실업자를 지원하는 방안 중 하나로 ‘로봇세’가 거론되고 있다. 로봇세란 인간과 같은 일을 하는 로봇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로봇세를 둘러싼 논쟁은 무엇이고, 왜 이러한 논의가 필요한 것일까.
◇‘로봇세’를 걷는다면 어디에 쓸까=로봇세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를 완화하고, 이를 통한 기금을 실업자들을 위한 직업 훈련과 취업 지원에 사용하자는 개념이다. 즉 로봇세는 고도의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로봇세로 확보한 재원은 실업자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에 필요한 기금이나 기본소득, 연금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앞으로는 산업 곳곳에 로봇이 점점 많이 도입될 전망인데, 이에 따라 해킹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이를 대비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자금으로 쓸 수도 있다.
◇국가·기업·노동자 공생하기 위해=사실 로봇의 도입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정말 줄어드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인간의 일자리는 끊임없이 사라지고 새롭게 생겨나기를 반복했다. 기술과 로봇의 발달로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로봇과 AI로 인한 변화의 폭이 크고, 변화의 속도 역시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코딩이나 문서작업만 하더라도 AI가 사람보다 훨씬 더 빠르게 처리하는데다, 무인공장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더라도, 기존에 다른 일을 해 왔던 노동자는 재교육을 통해 다시 구직에 나서야 한다. 로봇과 AI가 일으키는 변화가 큰 만큼, 사회 곳곳에서 실업자 또는 업종을 바꾸려 하는 노동자들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이제는 평생 직장이 없는 것을 넘어 평생 직업조차 사라진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가 찾아오면 끊임없이 적응하고 발전해 나가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과 부담을 오롯이 개인만이 짊어지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따져보면 물음이 든다. 즉, 로봇세에 관한 논의는 사회에서도 최소한의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 셈이다.
국가와 기업, 노동자 모두가 공생하기 위해 로봇세가 필요할 수도 있다. 기업에서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기업은 월급을 지급해야 하고 4대 보험도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것도 있다. 반면 로봇을 도입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자칫하면 기업은 로봇 도입을 선호하고 인간을 고용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 그런데 로봇은 소비를 할 수 없으며 세금도 내지 않는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면 국가는 세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노동자들이 소비 여력이 없으면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불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즉, 경제공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만약 로봇세를 도입한다면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며, 로봇 도입을 통한 생산성 증대 혜택을 기업과 노동자, 국가가 함께 누리도록 의도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2017년 로봇세에 찬성한 바 있다. 게이츠는 미래에 로봇이 인간과 동일한 일을 한다면 비슷한 수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지원하고, 아동이나 노인을 돌보는 직업에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바라볼 경우,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득이하게 로봇세를 도입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생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으로, 향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세수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반해 고령층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점점 증가할 것이다. 줄어든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이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다. 이에 필요한 세수를 충당할 방법으로 로봇세가 대안이 될 수 있다.
<img src='https://www.junggi.co.kr/data/article/20230626/6499522164abb.jpg' width='100%' title='' style='vertical-align: top; border-style: initial;'>
로봇세에 대한 찬반 의견은 각각 일리가 있다. 그래서 이 주제에 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미래기술 사회에서 점점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자칫하면 부작용 발생, 신중해야=다만 로봇세 도입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로봇세를 도입하면 로봇과 관련한 기술혁신과 산업육성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과 AI 산업이 기틀을 다지고 성장궤도에 올라야 하는 초기 단계에 로봇세를 도입한다면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도 로봇세를 도입하지 않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발전이 늦춰질 우려가 있다. 또한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새롭게 생겨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로봇세를 부과한다면 새로운 고용창출이 더딜 수도 있다.
또한 기업들이 로봇세를 걷지 않는 국가로 공장시설을 옮길 가능성도 있으며, 그렇다면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오히려 더 줄어들 수 있다. 로봇세를 내는 기업들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비싸게 책정해, 로봇세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을 높인 기업들은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로봇세를 낸다면 이중과세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세금을 부여할 ‘로봇’이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로봇과 기계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데에도 논쟁이 따른다. 예를 들면 AI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용 로봇으로 국한해야 할지, 간단한 음식이나 음료를 만드는 로봇 팔은 포함할 것인지 아닌지 기준이 모호하다. 모바일뱅킹 앱으로 금융 업무를 보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은행 점포가 줄고 은행원들의 규모 역시 줄고 있는데,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로봇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닌지 등 논쟁의 여지가 있다.
또한 로봇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노동가치를 측정해야 하는데, 합당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운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노동자의 소득에 비례해 세금을 달리 책정하는 것처럼, 로봇 역시 어느 정도의 노동가치가 있으니 얼마만큼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는 각 산업 분야, 그리고 각각의 로봇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고려할 점이 상당히 많다.
로봇에 세금을 걷으려면 로봇을 인간으로 보고 소득을 부과해야 하는데, 로봇의 법적 지위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 역시 관건이다. 2017년 유럽연합(EU) 의회에서는 AI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로봇세 도입 안건은 부결됐다. 이 외에도 로봇세를 도입하는 대신 로봇의 소유에 재산세를 징수하는 등 다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로봇세는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주제다. 우리나라도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대선 후보들이 이에 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로봇세 도입을 통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찬성했으며,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로봇세에 대한 찬반 의견은 각각 일리가 있으며, 양측 모두에 귀 기울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로봇세를 도입하든 그렇지 않든, 이 주제에 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급격한 변화를 몰고 있는 미래기술 사회에서 점점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로봇세를 도입한다면 이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하고, 로봇세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부작용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로봇세뿐만 아니라 데이터세, 탄소세, 인공지능세 등 다양한 세금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금이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운영하는 자원 중 하나다. 즉 세금의 변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미래 시대에 발맞춰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시스템 역시 돌아보고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이제는 날이 갈수록 퇴색되는 인간 노동의 가치에 대해 논의하고, 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소와 상호 공존의 방안을 모색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ㅣ 생성형AI 기술 발달에 앞서 윤리적 고민 필요관련기사 ㅣ 통제되지 않는 AI가 세상에 나왔을 때 그 피해는관련기사 ㅣ 이미 우리 주변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AI’관련기사 ㅣ ‘쉬놀돌 시대’…기본소득 있는 ‘주3일 휴식사회’로관련기사 ㅣ 워드 파워포인트 디자인 엑셀…대신 해준다고관련기사 ㅣ 챗GPT, AI의 시대…‘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관련기사 ㅣ 로봇이 늘어나면 노동자 임금이 줄어들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