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혁신 이끄는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육성해야"
기자명 홍재화 기자
입력 2024.10.13 16:50
수정 2024.10.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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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전상의 주최의 대전경제포럼 세미나 강연에 나온
이용훈 KAIST 명예교수(전 UNIST 총장) "연구중심대학 육성
자율주행실험실 도입 등으로 혁신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
AI 시대의 연구·산업 혁신 위해 '자율주행실험실' 확산 필요
경쟁력있는 연구중심대학 육성하려면 세계적 석학유치 절실
이용훈 KAIST 명예교수(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가 10일 대전 호텔ICC에서 열린 '제243차 대전경제포럼'에서 혁신적인 미래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실험실, 연구중심대학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울산과학기술원]
"25억원을 들여 '자율주행실험실'을 구축하면 144명의 대학원생을 대체할 뿐 아니라 연구혁신을 이룰 수 있다."
이용훈 KAIST 명예교수(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는 10일 대전 호텔ICC에서 열린 '제243차 대전경제포럼'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연구 및 산업 혁신을 위해 자율주행실험실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나아가기 위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 명예교수가 말하는 자율주행실험실은 AI와 로봇공학을 활용해 실험 과정을 자동화한 시스템을 말한다. 그는 "자율주행실험실은 단순히 실험실 자동화를 넘어 AI와 로봇공학이 결합된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단순히 인력 대체의 의미를 넘어 연구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자율주행실험실의 가장 큰 강점은 24시간 연속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AI와 로봇은 쉬지 않고 실험을 진행해 연구 속도를 크게 높인다.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한 실험이나 대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연구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이 명예교수는 "자율주행 실험실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다. 독일의 제약회사 머크(Merck)는 2022년 화학 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자율주행 실험실을 도입했다. 영국의 오토마타(Automata)도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22년에 처음 도입했고, 이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운영하고 있다. UNIST는 반도체 공정 가스 개발을 위한 자율주행실험실을 추진 중이다. 관련 학계나 산업계에서는 2030년에는 자율주행실험실의 시장 규모가 약 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실험실 도입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재료비와 전문적 관리시스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는 "이 실험실에서는 24시간 연속 실험이 이뤄지고 고가의 장비가 가동되기 때문에 재료비의 충당이나 전문적인 관리시스템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개별 연구실 단위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고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구멍가게 수준"이라며 "GPU 클러스터 구축과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명예교수는 자율주행 실험실의 도입과 더불어 '연구중심대학'도 강조했다. [사진=대전상공회의소]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의 육성을 위한 관심도 촉구했다. 그는 "19세기까지 산업혁명을 이끈 이들이 주로 개인 발명가였다면 20세기 이후 산업혁명의 주역은 대학으로 옮겨갔다. 그 이후 인터넷과 AI 시대를 여는 혁신도 대학이 이끌고 있다"며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주요 백신 개발에 대학 교수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우수 연구중심대학 육성 움직임도 소개했다. 그는 "독일은 엘리트 대학 집중 지원 정책을 통해 세계 랭킹 100위권 대학을 9개로 늘렸으며, 프랑스는 파리과학인문학(PSL) 연합체를 운영해 노벨상 33명, 필즈상 10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0년 가까이 대학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중국은 '천인계획' 등을 통해 칭화대학 등 주요 대학의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며 "칭화대학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KAIST를 벤치마킹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한국의 경우 일부 대학들이 세계 대학 랭킹에서 상위권에 진입하긴 했지만 평가 지표나 평가 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다. 한국의 연구중심대학들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쪽으로는 노벨상, 필즈상, 튜링상 수상자와 고인용 연구자(HCR)를 배출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창업과 산업협력이 잘 이뤄지는 모델의 연구중심대학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세계적 석학 유치와 국제화 강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슈퍼스타' 교수 한명이 학과 전체의 생산성을 54%나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국제 학술 교류 증진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노벨상 수상자나 필즈상 메달리스트 같은 세계적 석학들을 적극 영입해 대학의 연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명예교수는 "특히 자율적 예산 부족이 좋은 연구를 막는 큰 제약"이라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학(MIT)의 경우 교수 1인당 예산이 32억원 정도인데 반해 KAIST는 15억원, 서울대는 8억원 수준이다. 우리는 자율적으로 사용 가능한 예산이 해외 유수 대학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 구축과 대학-연구소-기업 간 협업 강화도 필수적"이라며 "구멍가게 수준인 많은 한국 대학 연구실을 최첨단 장비와 충분한 연구 공간을 갖춘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대학의 기초연구, 국책연구원의 응용연구, 기업의 상용화 연구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 앞서 AI를 통한 사용자 예측과 개인화된 프로모션 제공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 기업인 하얀마인드가 이달의 스타트업으로 소개됐다. 대전경제포럼 세미나는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열리며 대전상공회의소가 주관하고 대전시와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에서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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