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요새 어린 사람들이 맞춤법을 더 모르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뭐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는 나이와 꼭 관계는 없는 듯하지만 상대적으로 최근들어 젊은 사람들일수록 인쇄매체의 정리된 글보다는 입에서 바로 나오는 대로 쓴 듯한 인터넷의 글을 더 많이 접하기에 틀린 맞춤법에 무감각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글들이 또 많이 눈에 띄다 보니 요즘 사람들이 맞춤법을 더 틀리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사람들이 맞춤법을 틀리는 가장 큰 까닭은 입에서 나오는 소리와 글자를 그대로 맞춰야 할지 말지 잘 모르고 때에 따라서는 소리와 글자 자체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않더라도 말을 하고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언어 규범의 질서와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언어의 역동적이면서도 다소 혼란스런 상태는 대개 어느 정도 평형을 유지하니까요. 물론 인간이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행위이긴 하지만 언어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기능도 있으므로 소통을 위한 인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룰 '대'와 '데'의 문제는 한국어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서울 발음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사실상 'ㅐ'와 'ㅔ'의 구별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ㅚ'도 이중모음으로 주로 발음하다 보니 'ㅚ', 'ㅙ', 'ㅞ'이 세 가지 발음도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어휘에서 의미변별의 중요한 대립쌍인 'ㅐ'와 'ㅔ'가 이제는 글자(맞춤법)로서만 남게 되는 다소 안타까울 수도 있는 상태로 진행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령 개를 먹었다와 게를 먹었다의 발음이 구별되지 않다 보니 가이냐 거이냐 하고 묻는 좀 기형적인 언어상황도 보이곤 합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유사한 영역에서 충돌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세계와 세 개, 사내와 산에 등과 같이 분포가 전혀 다른 말들은 설사 발음이 똑같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안 되겠지만 언어경제적 관점에서 그리 바람직한 상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런 구별을 점점 안 하다 보니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모른 채와 모른 체, 가는 대로와 가는 데로, 갈 데와 갈 때, 갔대와 갔데 등 유사 영역에서 전혀 뜻이 다른 말들을 마구잡이로 섞어쓰고들 있습니다. 어미 '대'와 '데'의 구별이 잘 안 되는 것은 글말(문어)보다는 입말(구어)에서 주로 쓰이는 관계로 사람들이 막상 글로 쓸 땐 별다른 신경을 안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그 뜻의 경계까지 애매해진 상태가 아니라면 철자를 통한 뜻의 구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발음이 똑같아졌다고 해서 적어도 문자소로서의 기능을 하는 'ㅐ'나 'ㅔ' 가운데 굳이 하나를 없애는 것도 불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맞춤법만 지키자는 게 아니라 좀 더 매끄러운 말글살이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는 맞춤법의 값어치를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짚고넘아가야 할 점은 어미 '는/ㄴ데'는 여기서 다룰 '대', '데'와는 분포가 다르기 때문에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결 어미로 써서 뒷말과 대립 시킬 때 쓸 수도 있고 종결 어미로는 동의를 구하는 느낌을 나타낼 때 씁니다. 가. 나가 놀자. 나 1. 비도 오는데 뭘 나가냐. 나 2. 어, 비 오는데 ('비 오네'도 비슷한 뜻). '~대'로 써야 할 곳에 '~데'로 쓰는 사람들이 많데요 (요건 예시를 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쓴 겁니다). 이것은 가장 많이 틀리는 맞춤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 남의 말을 옮길 때 (다더라, 다더군) ~데: 자기 경험을 말할 때 (더라, 더군) 이 둘은 약간 억양이 다르고, '~데'의 경우 구어체 의문문에서는 '~디'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따가 비 온대. (온다더라, 온다더군) 철수는 집이 크대. (크다더라, 크다더군) 철수는 돈이 많대? (많다더냐) 아까 집을 나가자마자 비가 오데 (오더라, 오더군) 철수는 집이 크데. (크더라, 크더군) 철수는 돈이 많데? (많더냐): 구어체에서는 '많디'로 발음하기도 함. 우리말에서 'ㅐ'와 'ㅔ'의 구별이 없어지다 보니 아직 표준어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내'와 헷갈릴까봐 '네'를 '니'로 하듯이 입말이나 사투리에서는 'ㅔ'가 'ㅣ'로 바뀌는 경우가 이따금 있습니다 (보기: 매다 - 메다->미다, 배다 - 베다->비다, 새대 - 세다->시다 등. 물론 이와 달리 베개가 비개로 되어 비계와 부딪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는 일부 방언에서 '댜'로 실현되기도 하는데 일종의 소리자리바꿈(metathesis)으로 볼 수 있습니다 (ㅏ+ㅣ -> ㅣ +ㅏ). 그래서 그런지 '데'는 이와 달리 '댜'로 나타나지는 않죠. 우리말에서는 이런 계통의 어미들이 네 가지 있습니다. 평서: 대 (다고 해) 간대, 갔대, 가겠대 청유: 재 (자고 해) 가재 명령: 래 (라고 해) 가래 의문: 냬 (냐고 해) 가냬, 갔냬, 가겠냬 '데'와 달리 위의 말들에는 모두 과거를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었'이 붙을 수 있습니다. 간댔습니다, 갔댔어, 가겠댔어요, 가쟀니, 가랬다 등. 물론, 이미 한 말을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선어말 어미가 안 붙어도 둘 사이의 큰 의미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간댔어 같은 식으로 말할 경우 사건이 과거와 연결되어 한정된 듯한 느낌이 좀 더 강합니다. (o) 1. 집에 간댔는데 안 갔어.      2. 집에 간댔거든. 근데 안 갔어. (??)1. 집에 간대는데 안 갔어.      2. 집에 간대(다)거든. 근데 안 갔어. 자기 말을 다시 옮기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누가 뭘 먹으라고 하는데 먹기 싫다는 것을 다시 확언할 때 '먹기 싫대두'라고 합니다. 가. 이것좀 먹어 봐. 나. 먹기 싫어. 가. 먹어 보래두 좀 (또는 먹어 보라니까). 나. 먹기 싫대두 (싫댔잖아). 먼저 '싫대두'의 '두'는 양보를 뜻하는 조사 '도'의 구어체 형태이기 때문에 용인하도록 하고 여기서 언급하는 맞춤법 문제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의미는 '먹기 싫다고 해도 (왜 자꾸 먹으라고 그러느냐)'입니다. 여기서는 비록 남의 말을 옮긴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객체화하여 다시 옮긴 것이므로 결국 '대'로 쓰는 게 맞습니다. 어원적으로도 '대'가 '다고 해'의 준말로 판단되므로 합당합니다. 응용문으로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 수 있습니다. 1. 철수: 빨리 가자 2. 영이: 지금 간대두/도 3. 철수: 빨리 가재두/도 되게 말 안듣네 4. 엄마: 니들 빨리 가래두/도 왜 그렇게 안 가냐 2, 3, 4 번 모두 자기의 말을 다시 옮기는 식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모두 홀소리 'ㅐ'로 써야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