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가 떨어졌다 그랬더니 누가 소재를 던져줬어
통사론에서의 '상승(rising)'에 대해 다뤄달라는 내용이었어
1. 상승이란?
'상승'이라는 건
심층구조상에서 어떤 요소가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는 거야.
(표면구조상으로는 문두로 이동하는 것)
가령 평서문에서 의문문으로 바꿀 때 조동사가 이동하는 것,
동사의 목적어가 수동태에서 주어 자리로 이동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지.
[의문문에서 시제가 상승]
[목적어가 수동태에서 주어 자리로 상승]
여기까지는 형식언어학의 문법론, 정확히는 '생성문법'에서의 설명이라고 볼 수 있어.
이걸 인지언어학의 문법론에선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게 본론이야.
사실 이 부분은 인지언어학에서 애초에 성립이 안되는 이야기야.
'상승'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위/아래 계층의 구분이 있을 때나 쓸 수 있잖아?
하지만 인지언어학에서는 위 그림과 같은 '심층구조'를 상정하지 않아. 표면구조만 있을 뿐.
결국 '상승'을 논하려면 먼저 문법, 문장구조를 논할 수 밖에 없어.
상승이란 건 문법적 현상이니까.
2. 문법, 문장구조에 대한 관점(1): 형식언어학 (생성문법)
위에서 말했듯이 형식언어학과 인지언어학에서 말하는 '문장 구조'는 기본적으로 많이 다른 편이야.
형식언어학에서는 통사론으로 다뤄지고 크게 두가지 요소가 있지.
핵어(head)와 보어(complement)로 구성되는 계층, 그리고
요소들의 이동, 즉 변형 규칙
[기본 뼈대와 규칙에 의한 변형]
통사론자들은 일렬로 나열된 문장은 표면구조일 뿐이고, 그 안에는 위의 왼쪽과 같은 심층구조가 있다고 얘기해.
그리고 이 심층구조는 모든 언어가 갖는 보편적인 구조라고 주장하기도 해서, '보편문법'이라는 유명한 말이 나왔지.
보편적인 구조라는 건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어 [동사 목적어]] 혹은 [주어 [목적어 동사]] 같은 계층 구조를 말하는 거야.
[주어][동사][목적어] 이렇게 직렬이 아니라는 거지.
물론 누군가는 "엇 영어는 SVO고 한국어는 SOV인데? 보편적이지 않은데?" 라고 할 수 있지만
방금 말했다시피 '계층'이 보편적이라는 거야. 즉 같은 계층 내에서 순서가 앞뒤로 바뀌는 건 상관없어. 그건 걍 언어마다 다른 변수지.
수학에서 A(B+C)와 A(C+B)가 다르지 않잖아? 같은 논리지.
통사론은 굉장히 수학적이야.
또한 이 심층구조는 다양한 변형이 가능해. 바로 '이동'이야.
위 그림의 오른쪽처럼 요소들이 이동할 수 있어.
(물론 이 이동 자체는 언어마다 다름)
그리고 이러한 뼈대를 구성하는 것과 이동에는 온갖 제약, 즉 '규칙(rule)'이 따라.
그리고 이 '규칙(rule)'은 경험을 토대로 도출하거나 학습하는 게 아니라, 선행적으로 따르는 것이야.
즉 규칙들로 인한 제약이 먼저 존재하고, 그 속에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지,
여러 문장들을 귀납적으로 처리해서 규칙을 얻어내는 게 아니야.
한마디로 통사론자들에게 문장 구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심층구조'를 가리키고,
'규칙에 따라 심층구조를 변형하여 생성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어.
이런 점에서 '상승'은 그저 '이동'이고, '규칙'이야.
문장을 변형하게 하는 장치지.
하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심층구조가 없다고 말하는 인지언어학에선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3. 문법, 문장구조에 대한 관점(2): 인지언어학 (인지문법)
일단 인지언어학에선 위와 같은 계층을 인정하지 않아.
먼저 인지언어학에선 모든 요소(units)들이 의미를 갖는다고 여겨.
apple, break에 의미가 있는 건 당연하고, -ed도 의미가 있고, -s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 (-s 조차도 도식이 있음)
그리고 심지어 문장 구조 자체도 의미를 지녀
가령 "X verb Y Z" 이라고 하면, (X, Y, Z는 모두 명사)
우리가 흔히 4형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X give, so Y get to have Z" 를 의미하게 되지.
단어가 채워지지 않았더라도 문장 구조 자체만으로,
동사 다음에 명사 두 개가 연달아 왔다는 것만으로 원어민은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어.
결국 단어부터 문장까지 모든 언어적 요소는 의미를 지녀
그리고 이 요소들에 대한 의미적 지식, 즉 개념, 이미지를 '도식(schema)'이라고 표현하는 거야. (내가 매우 많이 언급한 바로 그 용어)
즉 도식은 단어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문장 구조에도 적용이 되는 거야.
단어, 문장 구조 모두 각자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신호(signal)를 주는 거야.
그 단어, 그 구조를 보면 그에 맞는 의미를 떠올리게 되는 거지.
문법 얘기하면서 의미 얘기가 뜬금없이 왜 나오냐고?
인지언어학에선 이런 다양한 도식들이 그저 통합적으로(as a whole) 저장된다고 봐.
이게 뇌 속에 일종의 저장소(inventory)에 쌓여 있는 거고,
문장이란 이러한 도식들이 동원되어 모두 합성된 결과물에 불과해.
[인지언어학에서 본 문장의 구성]
즉, 인지언어학에서 문장 구성은 직렬적이고, 통합적이야.
아니 뭐 정확히 말하자면...
통사론에서 [주어 [동사 목적어]] 라고 2분법적으로 보는 걸
인지언어학에서도 [대상 [과정(process) 대상]] 으로 분류할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굳이 해부하자면' 그렇다는 거고 일단 기본적으로 계층이라던가 촘스키 학파가 말하는 문법 규칙(rule)은 상정하지 않아.
뭐 굳이 '규칙'을 '도식'으로 대응시켜볼 순 있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어.
통사론에서의 '규칙'이 선행하는 지식이라면, '도식'은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습득되는 원리라는 것.
둘은 언어라는 게 어떤 부분에서 선천적이고, 어떤 부분에서 후천적인가에 대한 생각 자체가 아예 달라.
4. 인지언어학에서의 '상승'? 상승은 없다 그저 모두 다른 패턴일 뿐.
결국 인지언어학에서 문장은 심층구조가 없으니, 그저 문장을 있는 그대로 보면 될 뿐임.
표면구조만 보고, 이것들을 단순히 단어, 연어(collocation) 등의 조합으로 본다는 점에서
사실 과거 구문문법(?)으로 회귀하는 면이 강하긴 함.
쨌든 결론을 말하자면, 애초에 "'상승'이라는 현상을 인지언어학에선 인정하지 않는다"가 결론임.
"It was broken" 이라는 수동태는 [break it]에서 it이 앞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다른 구조라고 봐야 하는 것이며,
의문문에서 나타나는 "be 주어", "조동사 주어"도 모두 그저 '의문을 나타내기 위한 패턴'으로 봐야 하는 것임.
즉, '본래 뼈대에서 요소가 이동한 파생 형태'로 볼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면 된다는 것.
[구조의 차이 = 의미의 차이]
뭐 대강 이정도야
자세한 건 덧글로 걍 물어봐줘 시간이 너무 늦었다
Syntax가 뭐더라..? 통사론인가 인지언어학은 어렵다
통사론, 통사구조를 가리키지. 즉 위에 나오는 ㅅ 모양이 반복되는 수형도가 syntax임. - dc App
통사론자는 '의미'를 철저히 배제함. 하지만 인지언어학은 이미지를 보다시피 문법을 논할 때도 의미를 뗄래야 뗄 수 없다고 봄. 이게 매우 큰 차이 - dc App
내가 보기에도 형식언어학이랑 인지언어학은 본질적으로 다른듯.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지만 컴퓨터언어 연구와 자연언어 연구의 차이같은 느낌.
말하자면 전자는 구조가 미리 정해져있고, 그걸 기반으로 언어가 생기는데, 후자는 언어가 생기면서 자연스레 나름의 구조가 생기고, 그걸 분석하는 느낌
딱 그런 느낌이야. 실제로 통사론자의 대표 인물인 촘스키도 공대 교수였고, 통사론은 실제로 computational 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으니까 - dc App
도식을 통합해서 문장을 만드는 거하고 ㄷ나 E처럼 생긴 수형도 조각들을 여러개 붙여서 문장구조를 만드는 거하고 비슷하게 느껴짐.
상하 계층 관계, 결합 순서의 유무가 큰 차이. 가령 svo 구문에 대해 통사론은 v+o가 먼저 이뤄지고 이후 s+(v+o)가 이뤄짐. 이 때문에 '계층'이 생김. 가령 s는 'v+o'보다 나중에 결합하므로 보다 상위 계층(즉 바깥 계층)으로 간주됨. 인지언어학은 이딴 거 다 인정 안함. 걍 s+v+o 임 - dc App
그리고 통사론자들은 문법 규칙(rule)이 문장을 엮어낸다고 보지만, 인지언어학에선 의미(meaning)가 문장을 엮는 원동력임. 의미를 배제하느냐 vs 의미를 중심으로 끌어들이느냐. 사실상 서로 완전 대척점에 놓일 만큼 매우 다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음 - dc App
앞쪽 얘기야 통사론에서도 S+(V+O)를 고집하지 않고 S+V+O를 도입하면 되잖아. 통사론자들이 Is this a wug?를 This + (is + (a wug))에 규칙을 적용한 걸로 본다고 했지만, rising을 설명하기 힘들면 수형도를 그냥 Is + this + (a wug)?로 그려도 되지 않느냐는 말임. 그리고 그럼 인지언어학에서는 a wug조차 저 문장에서의 하위 계층이 아닌 걸로 봄?
뒤쪽 얘기는 맞는 말이겠지만 내가 공부를 더 해봐야 잘 이해가 갈 거 같네. 어쨌든 좋은 이야기 고마움
아 아니면 통사론파와 인지언어학파가 있는 게 아니고, 현실 언어학자들은 스펙트럼 위의 어느 지점쯤의 생각을 가지고 있나? 그럼 좀 이해가 될 거 같음
? 최소주의가 통사론의 최신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단 통사론자들이 말하는 '통사(syntax)'는 위에서 보여준 수형도들임. 즉 계층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저 기본 뼈대는 고정임. [S [V O]] 를 고집하지 않는다?? 통사론에선 불가능한 소리임. 문장은 결국 둘 둘로 쪼개지는 이분법적 구조의 반복이라고 주장하니까 - dc App
그리고 인지언어학은... 일단 상위, 하위 계층이란 용어 자체를 안씀. 그저 진주알들을 목걸이로 꿰듯 요소 요소들을 뭉쳐놓은 것임. 즉 단어들은 진주알이고 문장은 진주목걸이인 셈 - dc App
이분법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통사론은 없냐는 말인데
최소주의가 뭔지는 방금 알았으니까 공부해보겠음
언어학자들이 바보가 아닌데 최소주의 같은 걸 주장하는데에도 아마 이유가 있겠지
ㅇㅇ 통사론은 현재로서는 binary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이분법적임. 수형도는 두갈래 두갈래 두갈래로만 구성되어 있음. 즉 위 구조가 통사론자들이 말하는 구조임. 저게 다임. 그리고 이런 통사론이 여러번 업데이트가 됐는데 그 최신판(?)이 현재 최소주의인 것임. 그 나름대로 논증이 탄탄하긴 함. 괜히 형식언어학이 여전히 주류인 게 아니긴 함. 다만 논증 과정은 나도 잘 모름... 애초에 형식언어학은 내 영역이 아니라서..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언어습득에 대해서 인지언어학에선 기본적으로 사용근거이론(Usage Based Theory)의 관점을 취해. 모국어도 예외는 아니고. 이쪽 인물들 중 하나인 발달심리학자 Tomasello는 "아기들은 매일 15~16시간씩 언어를 학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지. 후천적인 노력이 매우 강조된 관점이야. 생득주의(촘스키 포함)와 자주 싸우지 - dc App
사용근거이론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언어는 '사용(usage)'에 의거하여 학습된다는 관점이야. 즉 다른 이들의 언어 사용을 보고 들어서 배운다는 거지. 물론 행동주의하곤 달라. 수동적 암기 따위가 아닌 능동적 학습 및 활용을 주장하거든. - dc App
어린 아기가 능동적 학습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패턴 인식 능력과 사회적 능력(rf. 마음이론 Theory of Mind; ToM)이 있기 때문이야. 즉 인간은 어떤 정보가 주어지면 규칙성을 발견하려고 하는 , 그리고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혹은 파악하려고 시도하는) 본성이 있다고 보는 거야. - dc App
인지무새야 항상 잘 읽고 있어. 좋은 글 많이 올려줘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