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칼럼                         외국어가 영어뿐인가                                                                                    조동일         작년 5월 프랑스, 6월 네덜란드, 9월 중국, 금년 6월 러시아, 10월 프랑스, 내년 8월 스웨덴. 한국문학을 알리는 강연을 하러 나다니는 일정이다. 우리 학문을 나라 안에서 하고 마는 시대는 지났다. 세계 도처에서 여비를 주어가면서까지 불러, 의문을 풀어주고, 토론하자고 한다. 내가 직접 겪고 있는 일을 예증으로 들어 공동의 관심사를 다루려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외국에 가면 그 나라 말을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어를 하니 제격이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에서는 영어를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네 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강연을 했다. 러시아에서는 우리말로 쓴 논문을 통역의 힘을 빌려 힘들게 전달해야 했다. 어디서든지 영어만 하면 통한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프랑스에서 영어를 하겠다는 것은 억지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청중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중국에서 중국어로 강연하면 청중을 확대하고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러시아에 가면 러시아어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각기 그 나라 말을 잘 하는 사람이 가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문학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데, 말할 줄 안다고 아무나 나설 수는 없다. 말하는 사람은 할 말이 없고,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말하지 못한다. 양쪽이 막혀, 우리 학문의 대외적인 진출이 잘 되지 않고, 깊이 있는 문화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어 교육의 실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영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도록 하면서, 제2외국어라는 것들은 고등학교 2ㆍ3학년 선택과목으로 삼아 주당 두 시간씩 배정하는 데 그친다. 선택한 인원수를 보면, 일본어가 7할, 중국어가 2할, 프랑스와 독일어를 합쳐서 1할 정도이고,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는 배우는 학생이 거의 없다. 2년 동안 주당 두 시간씩 배워 잘 알 수 있는 외국어는 없다. 먼 나라의 말은 입문도 하지 못하고 만다. 영어 교육을 소중하게 여기는 데 비례해 다른 외국어는 더욱 홀대해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교육의 수준 향상을 역행하고, 대외관계가 더욱 다변화하는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처사이다.불균형을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을 대학에서도 하지 않는다.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 필요한 영어는 누구나 거의 전력을 쏟아 공부하면서, 다른 외국어는 전공학과가 아니면 돌보지 않는다. 대학원 입시에서 영어만 요구하는 것이 예사이고, 다른 외국어 시험이 있어도 수준이 너무 낮다. 그 때문에 균형 잡힌 학문을 할 수 없고, 연구 결과를 널리 내놓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독어를 배우고, 가르쳐주지 않아 독습을 한 프랑 스어를 대학입시에서 선택했다. 불문과를 졸업하고 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꾼 덕분에, 영어 외에 프랑스어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어와 중국어는 너무 늦게 공부한 탓에 읽기만 한다. 내년이면 정년퇴임을 하게 되어 있어 뒤를 이을 후진이 대외적인 활동도 더 잘 하기를 바라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걱정이다.잘 아는 사이인 네덜란드의 한국학자는 고등학교 때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를 공부해 대학 입시 과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대학에서 전공으로 택한 한국어 외에 일본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다. 네덜란드는 강대국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이므로 외국어 공부를 다변화해서 학문 수준을 드높이고 경제의 번영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한 말이 내 전공 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외교나 통상은 물론, 어느 학문이나 문화활동도 다양한 외국어를 필요로 한다. 영어 만능주의의 그릇된 사고방식을 버리고,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국력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도 네덜란드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나라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이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영어 외에 동양 외국어 하나, 서양 외국어 하나 도합 세 가지 외국어를 대등한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을 이상으로 설정하자. 고등학교 시절에 그렇게 하면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도록 제도화할 것을 제안한다.        입시 공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이 제안에 반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학생을 그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공부 내용마저 평준화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특별히 원하면 향상의 기회를 열어주고 이룬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존경하는 조동일교수 길다고 짜증내지말고 한번씩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