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조라는 단어를 현대 표준중국어, 월어, 민어 등에 있는 성조(tone)랑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보고 "그런 성조가 중세국어에 있었을리가 없다...!"라고 주장해버리면 곤란함.
국어학계에서 "성조"라는 단어를 쓰는 건 조선 초기에 국어의 높낮이 체계를 중국어의 성조와 엄밀히 구분할 정도로 언어학이 발달하진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 "성조"라는 단어를 썼던 걸 그대로 받아들인 것 뿐이지, 실제로는 한 단어에 하나의 악센트 핵을 가지고 있는 "고저 악센트"에 가까움.
다시 말해서, 중세국어의 "성조"라는 것은 단어 앞이나 중간이나 뒤에 악센트 핵이 놓여있고, 그 악센트 핵의 앞과 뒤의 높낮이가 일정한 규칙대로 정렬되는 거지, 중국어처럼 각 음절마다 고유한 높낮이 변화를 가진 게 아님. 그 규칙은 http://www.tufs.ac.jp/ts/personal/choes/korean/middle/Saccent.html 여기 참고하셈.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이걸 중국어 성조랑 구분해 낼 정도의 지식에 달하지는 못했으니까 각 음절마다 그 높낮이를 따로 표시한 거지, 절대로 그 음절들이 모두 별개의 고유한 높낮이를 가진 게 아니고, 단어 안에 있는 악센트 핵을 기준으로 그 앞뒤의 높낮이가 일관되게 정해진 거임.
"성조"라는 단어때문에 이걸 중국어 성조처럼 생각하고 국어에 이런게 있을리가 없다고 부정하는 경우가 꽤 보이는데, 그 둘의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라는 걸 알면 될 거 같음.
근데 그 액센트핵 개념으로 중세국어에서 그 낮았다가 올라가는 성조도 설명이 가능함? - dc App
일본어처럼 중세국어 악센트도 모라 단위로 적용돼서, 두 모라로 이루어진 한 음절 안에 처음 모라는 낮은 음, 나중 모라는 높은 음이라는 식으로 설명됨. 자연스럽게 상승조가 장음으로 이어진 것도 두 모라로 이루어진 음절이라 그런거라는 거고.
그럼 중국어를 그 액센트핵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러니까 그 개념에 의하면 중국어의 3성 같은 경우 차례대로 중간, 낮은, 높은 액센트를 가진 3모라의 음절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 - dc App
다 같은 모라라서?
중국어에서 러시아어의 강세를 3성으로 표기한다는 얘기를 어디서 본 적이 있어서 성조에 따라 모라 갯수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 dc App
표준중국어, 월어와 같은 경우는 음절 하나 자체가 고유한 높낮이를 가지는데, 중세국어는 "한 단어"에서 특정 기점(모라)을 기준으로 그 앞과 뒤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높낮이가 "정해진다"는 게 둘의 가장 큰 차이임. 중세국어의 단어 안의 그 특정 기점을 "악센트 핵"이라고 해서 설명하는 거고, 대다수의 중국어 방언은 단어 안에서 어떤 기점을 기준으로 앞뒤의 높낮이가 정해지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각 음절이 고유한 높낮이를 이미 갖고 있는 거니까 악센트 핵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음.
흠.. 1성, 3성이 좀 길게 느껴지기도 하던데
내 생각인데, 그 액센트와 성조의 구분이 딱 떨어지지 않고 그냥 둘 중 뭐에 더 가까운 경향이 있는지나 둘 중 뭐라고 규정하는 게 더 설명하기 편한지에 달린 것일 수는 없음? - dc App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중세 국어는 악센트 핵에 따라 주위 모라의 높낮이가 일정하게 정해지는 규칙을 발견할 수 있는 반면, 대부분의 중국어 방언은 그런 규칙이 나타나지 않는다/발견하지 못 했다. 정도로 될 듯. 학자에 따라 고저 악센트를 성조의 하위 분류로 넣는 사람도 있긴 함.
그리고 세종은 시대상의 한계로 그 액센트핵에 따른 높낮이 패턴을 발견 못 한 거고? - dc App
발견을 못 했거나, 했어도 중국어 성조와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중세 국어에서 별도의 성조가 아닌 종성의 폐쇄음 여부에 불과했던 입성(入聲)을 훈민정음에 다른 성조와 같이 둔 거 보면 국어 음운을 중국어 음운에 일부러 맞춰 설명하려 한 걸수도 있고.
고저 액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