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음운론(전상범 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ipa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ipa는 대괄호 []으로, 음소는 슬래시 //으로 작성합니다.







말을 하거나 들을 때, 우리는 하나의 연속적인 음을 내거나 듣는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연속적인 음성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분절된(segmented) 음들의 나열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동일하게 발화하지 않는다.



영어 화자에게 can't는 대게 [kæ]로 실현되지만 그들은 c, a, n, t의 4개의 음을 내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어 화자도 마찬가지인데, /반박/은 실제로 [ˈpa(ː)nbak]으로 실현되지만 우리는 p와 b를 모두 ㅂ이라 인식한다.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음성 그대로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심리적 실체(위의 예시에선 c a n t ㅂ ㅏ ㄴ ㅂ ㅏ ㄱ)가 존재하여, 물리적 음성(위의 예시에선 [kæ], [ˈpanbak])을 그 심리적 실체에 matching 시키는 것 같다. 이 심리적 실체를 음소(Phoneme)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언어의 음소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



첫번째로 제시된 방법은 바로 최소대립쌍(Minimal pair)를 찾는 것이다. 딱 하나의 음만 차이나는 두 말소리를 들었을 때, 의미가 다르다면 둘은 다른 음소를 가진 것이고 여기서 다른 것은 딱 하나의 음밖에 없으므로 바로 그 차이를 발생시키는 음이 음소가 된다. 반대로 의미가 동일하다면 둘은 같은 음소로 취급할 수 있다.



한국어로 예를 들어보자. [ˈmiɾo]와 [ˈmisʰo]는 하나의 음에서만 차이를 보이므로 최소대립쌍이다. 그런데 둘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maze, 하나는 smile이다. 따라서 둘의 차이를 보이는 음인 ɾ과 sʰ는 서로 다른 음소에 속한다. 반면, [ˈmiɾo]와 [ˈmiɹo]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될지언정, 의미가 다르다고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ɾ와 ɹ는 하나의 음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은 문제점이 있다. 모든 음소에 대하여 최소대립쌍을 찾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ʒ/와 /dʒ/는 구분되는 음소라고 인식되지만 둘을 다른 음으로 갖는 최소대립쌍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방법으로 제기된 것이 바로 상보적 분포(Complementary distribution)이다. 음소는 기본적으로 음운 환경에 따라 다른 음이 실현되기 때문에, 음운 환경을 조사하여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완전한 분포(이를 상보적이라 한다)를 보이는 음들의 총체를 하나의 음소로 지정하기로 한 것이다.



영어의 예를 들어보자.

(출처 : 전상범, <음운론>, 2004, 38p)

3개의 행은 서로 다른 음을 나타내었고, 6개의 열은 서로 다른 음운 환경을 나타낸 것이다. 이 세 음들은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음운환경을 채우고 있으므로 상보적 분포를 이룬다. 따라서 이들은 하나의 음소 /p/로 묶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바로 중복(overlapping)의 문제이다. 위와 같이 음소를 정의하게 되면, 하나의 음은 무조건 하나의 음소에만 귀속된다. 그러나 덴마크어에서는 음소 /t/와 /d/가 다음과 같은 표면형을 가진다.



음절 초 : /tag/ → [tag], /dag/ → [dag]

음절 말 : /hat/ → [had], /had/ → [hað]



이들 분포는 다음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는 음운 환경을, 밑줄은 음의 자리를, .은 음절 경계를 의미한다)



이렇게 하나의 음인 [d]가 어떨 때는 /t/에, 어떨 때는 /d/에 속하게 된다. 지금처럼 음운 환경이 달라지면 다른 음소에 속하게 되는 것을 부분중복(partial overlapping), 음운 환경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음소에 동시에 속하게 되는 것을 완전중복(complete overlapping)이라 한다.



또한 상보적 분포를 이용하면 영어에서 [h]는 음절 앞에서만, [ŋ]는 음절 뒤에서만 나타나므로 둘은 하나의 음소로 취급받게 된다.



이런 문제점들과 함께, 음소론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것은 Halle, The Sound Pattern of Russian, 1959이다. Halle은 다음과 같은 러시아어의 특성을 들어 음소 단계 자체가 언어 기술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출처 : 전상범, <음운론>, 2004, 50p. 주의 : 본 사진에서 z, j, c는 각각 ʒ, dʒ, tʃ을 나타낸다. 영어학계는 이런 식의 표기를 쓰는 건지.... IPA와는 조금 다른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어에서 /ts/, /tʃ/, /x/는 각각에 대응되는 유성음 음소가 존재하지 않고, 나머지 Obstruent에서는 유무성이 변별적이다.



여기서 형태소 단계에서 음소 단계로 진행할 때, 우리는
{k} → /g/ /____ [+voiced, +obstruent]

음소단계에서 음성단계로 진행할 때
/tʃ/ → [dʒ] /____ [+voiced, +obstruent]

라는 두 개의 규칙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두 규칙은 분명 같은 목적을 보이는 것 같다. 바로 유성 저해음 앞에선 음소가 유성음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음소단계를 설정하게 되면 하나의 목적을 위한 과정을 어쩔 수 없이 두 개의 개별 규칙으로 나누어 기술하게 된다. 즉 음소 단계의 설정은 문법 기술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며 동시에 하나의 목적성을 보이는 현상(공모, Conspiracy)을 포착하기 힘들게 해놓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음소 설정의 난점과 음소 단계 자체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현재 생성음운론에서는 음소 개념을 폐지하고, 기저형(형태소)으로부터 바로 표면형을 도출한다. 그러나 최근에 제안된 자연생성음운론(Natrual Generative Phonology)에서는 음소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곤 한다.







참고로 현재 생성음운론의 주류인 최적성 이론(Optimality theory)에서는 기저형은 무한히 많으며, 제약들의 적용으로 인하여 하나의 표면형을 도출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sænd/와 /sænd/ 중 어떤 것이 기저형이 될지라도 제약들의 적용으로 인해 표면형은 [sænd]로 산출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풍요기저론(Richness of the Base)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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