万葉集 15권 3714번
- 원문, 고대 일본어 발음 및 형태소 표기
安伎佐礼婆
akîsareba /akʲisar-enpa/
故非之美伊母乎
kôpïsimî imo wo /kopi-simʲ-i imo=wo/
伊米尔太尔
imë ni dani /ime=ni=ntani/
比左之久見牟乎
pîsasiku mîmu wo /pʲisa-siku mʲi-m-u=wo/
安氣尔家流香聞
akënikêru kamo /ake-n-ikʲ-er-u=kamo/
- 번역
가을이 되어
더 그리운 사람을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었거늘
새벽이 밝아오네
- 해설
이 시를 포함해 万葉集 15권의 시는 대부분 736년에 신라에 파견된 외교 사절 (견신라사) 일행이 여행 중에 쓴 것이다.
이때 신라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산요(山陽) 지방 연안을 따라 세토 내해를 거쳐서 큐슈까지 가는데,
그래서 万葉集 15권에는 오늘날의 히로시마 현이나 야마구치 현 등 산요 지방에 위치한 지명도 많이 등장한다.
몇 달이 걸리는 위험한 뱃길인 데다가 (736년에 가면 737년에 돌아오는 일정),
8세기 일본은 신라와 적대적 관계였기 때문에 더더욱 목숨의 위협이 느껴지는 상황.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736년의 견신라사들의 여행은 사고와 전염병 등으로 특히 험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단어 및 문법 설명
akîsareba: "가을이 되어". 마찬가지로 parusareba "봄이 되어"도 흔히 쓰인다.
이 표현은 전통적으로 akî 뒤에 sareba "떠나서"가 붙은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가을이 떠나면 겨울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동사 sar- "떠나다"와는 무관할 것이다.
kôpïsimî imo wo: 고대 일본어 특유의 문법 구조인 명사=wo 형용사-mî 형태가 도치된 것이다.
명사=wo 형용사-mî는 "(명사)가 (형용사)해서"로 해석되는데, 여기서도 "아내가 그리워서"로 해석할 수 있다.
(고대 일본어 se와 imo의 본래 뜻은 "오빠", "여동생"이지만 남자 연인, 여자 연인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akîsareba kôpïsimî imo wo를 직역하면 "가을이 되니까 아내가 그리워서" 정도가 될 것인데,
위의 번역에서는 운율과 번역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의역하였다.
akënikêru kamo: kamo (전기 고대 일본어에서는 kamö)는 영탄법의 조사로, 명사, 또는 동사 수식형(連体形)과 함께 쓰인다.
이후 시기의 고전 일본어에서는 같은 역할로 kana가 쓰이게 된다.
万葉集 17권 3933번
- 원문, 고대 일본어 발음 및 형태소 표기
阿里佐利底
arisarite /arisar-it-e/
能知毛相牟等
nöti mo apamu tö /nəti=mo ap-am-u t-ə/
於母倍許曾
omopë kösö /əmop-e=kəsə/
都由能伊能知母
tuyu nö inöti mo /tuju=nə inəti=mo/
都藝都追和多礼
tugîtutu watare /tunkʲ-itutu watar-e/
- 번역
기다림 끝에
언젠가 만날 것을
그저 믿고서
이슬 같은 이 목숨
이어나가렵니다
- 해설
헤구리 이라츠메(平群女郎, pêguri nö udi iratumê)의 시이다.
헤구리 이라츠메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전하는 것이 없으나,
万葉集 17권에 오오토모 야카모치(大伴家持, opotömo nö sukune yakamoti)에게 보낸 시 12수가 실려 있다.
오오토모 야카모치는 万葉集의 편찬에 관여한 것으로 여겨지는 인물로,
万葉集에는 그의 시가 500여 수 가까이 실려 있어 나라 시대 (8세기)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746년 6월에 오늘날의 토야마 현에 해당하는 엣츄(越中) 국의 지방관(守, kami)으로 부임하게 되는데,
헤구리 이라츠메의 시 12수는 이때부터 그가 수도로 돌아오는 751년까지의 기간에 그를 그리워하며 쓴 것이라고 한다.
물론 헤구리 이라츠메는 야카모치의 정실 부인이 아니고, 야카모치는 엣츄에서 다른 여자들을 신나게 따먹고 있었다.
별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야카모치의 임지였던 토야마 현 타카오카 시에는 万葉集를 테마로 한 전시 시설인 万葉歴史館이 있다.
나라 시대 일본에 관심이 많고 호쿠리쿠 여행을 할 기회가 있다면 꼭 가보도록 하자.
- 단어 및 문법 설명
arisarite: 동사 arisar-는 유래가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뜻은 미상이지만 "그대로 쭉 있다" 정도의 의미로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뒷부분은 sar- "떠나다"로 간주되어 왔지만 의미를 생각하면 바람직하지 않다.
omopë kösö [...] watare: 문장의 앞선 부분에서 조사 kösö가 붙었기 때문에 watare와 같이 -e (已然形)로 끝난다.
이렇게 일부 조사에 의해서 동사의 특수한 활용형이 유발되는 현상을 전통 문법에서는 카카리무스비(係り結び)라고 하는데,
문장의 앞쪽 부분에서 '카카리(係り)'된 것을 문장의 끝에서 '무스비(結び)'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 카카리무스비를 일으키는 조사를 '카카리 조사(係助詞)'라고 부른다.
tuyu nö inöti: "이슬 같은 목숨".
고대 일본어 nö는 관형격 표지 ("-의"), 계사 ("-인"), 그리고 비교 ("같은")의 세 가지 쓰임이 있다.
ㅇ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