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은 고대 일본어 (8세기)로는 安治佐爲 aⁿdisawi라고 했다 (万葉集 20.4448).

뜻으로 적은 味狹藍 (味 aⁿdi + 狹 sa + 藍 awi = aⁿdisawi) 표기도 두 차례 확인되므로,

이 시대에 이 단어의 뒷부분은 awi "쪽 (식물)"이라는 뜻으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전기 중세 일본어 (9–12세기)로 올라오면 和名類聚抄에 安豆佐爲 aⁿdusawi 표기가 나타나는데 (위 사진),

경우에 따라서는 전기 중세 일본어 형태가 고대 일본어 형태보다 더 어원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 aⁿdusawi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선 고대 일본어에서는 w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aⁿd{i, u}sawi의 뒷부분에 w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단어의 뒷부분이 실제로 푸른 염색에 사용되는 식물인 "쪽"을 뜻하는 awi임을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aⁿdisawi를 올바른 형태로 볼 경우 awi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인 aⁿdis(a)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지만,

和名類聚抄의 aⁿdusawi를 정확한 형태로 본다면 awi를 떼어낸 aⁿdusa의 의미는 나무 이름이 되기 때문이다.


aⁿdusa는 오늘날은 梓 (あずさ)라고 해서 가래나무를 뜻하는데,

고대 일본어에서는 자작나무속에 속하는 나무인 Betula grossa (Japanese cherry birch)를 의미했다.

고대에는 중국에서 동식물을 뜻하는 한자를 받아들일 때 정확히 어떤 동식물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려웠으므로,

서적 등을 통해 전해진 묘사를 바탕으로 대충 비슷한 동식물에 가져다 붙였는데,

이 때문에 같은 한자로 나타내더라도 중국과 고대 일본에서 가리키는 대상이 다른 경우가 많다.

당장 수국도 한자로 紫陽花라고 쓰지만 원래 한문에서는 수수꽃다리 (정향, 라일락)를 의미한다.


특히 후대에 일본인들이 중국에서 얻은 더 자세한 정보를 통해 이러한 오류를 '교정'하면서,

고대 일본에서 특정한 한자가 가리키던 대상이 후대에는 달라지는 현상도 많이 일어난다.


아무튼, 전기 중세 일본어 aⁿdusawi를 기준으로 생각할 경우 수국은 aⁿdusa + awi가 되고,

이는 수국의 꽃이 푸른빛이면서 Betula grossa와 모종의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국과 Betula grossa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Betula grossa는 고대 일본에서는 정화의 주술적인 힘을 가진다고 믿어져 활 (梓弓 아즈사유미)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또한 아즈사유미는 전통적으로 죽은 사람의 영을 불러내는 의식 (口寄せ 쿠치요세)에도 사용되었는데,

16세기 말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펴낸 일본어 해설서인 Cotobano yauarague에도 이 뜻이 실려 있다.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자료라서 사진을 올려 봄)


"Azzusayumi. Xininno cuchiuo yosuruni, micono tataqu yumi: sarinagara fitono yru yuminimo toru."

아즈사유미. 죽은 사람의 영을 불러낼 때 무녀가 두드리는 활. 또한 사람이 쏘는 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Cono Feiqe Monogatarito, Esopono Fabulasno vchino funbet xinicuqi cotobano yauarague", p. 557)


따라서 수국 역시 무언가 사후 세계와의 연결과 관련된 주술적인 용도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Betula grossa와 수국은 외관상으로 톱니가 난 잎의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단순히 잎의 모양의 유사성을 가지고 이름이 붙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