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한국어의 북방 방언 연구는 여럿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으나, 그것은 대부분 언제까지나— 우리 고유어에 한정된 것이었다. 곽충구 선생님의 경우와 같이 아예 차용어를 연구하여 그러한 예시를 든 논문도 없는 것은 아니나, 현재 고유어 조사에 비하여 확실한 음운변화 획득이 가능한 외래어에 있어서는 조사가 이루어진 바가 적은 것이다. 고로 본론에서는 이러한 한국어 북방 방언에서 있어서의 유독 특이함을 보이는 러시아어~일본어~중국어 차용어와 그 음운변화에 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본론
1) <오빠시>
어떠한 차용어에 있어서— 특히 표준 일본어에 있어서 그것이 표준 한국어로 성립하는 과정에, 장음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사라진다는 사실은 절대적으로 성립한다. 요컨대 오함마(<ōhaNma, 망치), 요이(<yōi(用意), 준비)의 경우가 그런 부류에 속하는 것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장음의 상실' 이라는 현상을 보여주며 표준 한국어(Standard Korean)에 차용되었다. 그리고 이는 아마 한국어의 북방 방언에서 또한 적용되는 듯 하다.

오빠시 [성진]
옥바쉬 [경원, 종성]
올빠시 [온성]

위의 예시는 모두 함북방언사전(1986)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부 '땅말벌' 을 의미하는 단어로 수록되어 있다. 이에 관하여 연구된 바는 없으나, 필자가 예상컨대 이는 아마 일본어 大蜂 [ōbatsi]의 차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大蜂가 단순히 '말벌'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임을 감안하더라도— 함북방언사전(1986)의 '오빠시' 와 같은 예는 이러한 예상에 힘을 싣는다.

그러므로 옥바쉬, 올빠시와 같이 차용된 어형은 조금 더 후대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것은 hypercorrection의 일종이 아니한가 생각된다. 大蜂가 고유어화되는 과정에서 들어온 일련의 어음 장치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오빠시'의 2음절이 경음화 된 것으로부터 1음절의 받침이 착안된 것일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연구는 더욱 진행하여 볼 필요가 있다.

더욱 특이한 사실은 大蜂의 마지막 음절인 [tsi]가 공통적으로 [si]로의 음 변화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예시로 보이며, 함북 방언에서 구쭈/구주/구두로 차용된 일본어의 靴 [kutsu]와는 또 다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는 小倉進平 박사가 주장한 것과 같이 북방 방언에서 파찰음의 음가 사이에 표준어와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 오구래
북방 방언에서 팥떡 정도의 의미로 통하는 '오구래'는 '오구랑죽'의 재료로도 통하며 중앙아시아 한국어부터 서북 방언에 이르기까지 널리 통용되는 단어이다.
허나 '오구래' 에 관하여 이루어진 연구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인데, 그 이유는 본 단어가 차용어라는 사실이 딱히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허나 필자가 예상컨대, 이는 일본어 小倉あん [ogura:N] 으로부터 차용된 어형임이 분명하다. 이는 '오구래'를 이용하여 만드는 '오구랑죽' 에서도 잘 드러나 있으며, 오구랑 > 오구래 로의 음운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봐야 하겠다. 허나 음운 변화에 있어서, 이는 매우 특이한 사례이다. 말음 /ㅇ/이 말음 /ㅣ/ 로 변화하여 접속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못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는 말음 /ㅇ/이 모음 /ㅣ/로 변하였다는 과정을 상정하기 보다는 애초에 일본어로부터 차용된 '오구랑'에 접사 /ㅣ/가 붙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오구랑+ㅣ > 오구라ⁿ이 > 오구래

실제로 러시아어 карман(karman)으로부터 차용된 '거르마이' 와 같은 용례가 존재하며— 이는 모음 사이에서의 비음이 그 성질을 잃고 탈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3) 노데기, 톄보재
이들은 아마도 어떠한 차용어에 의문의 접사가 붙은 듯한 단어들의 한 용례이다. 이 두 단어는 각각 노파(할마니), 지갑 정도를 의미하며 필자의 예상으로는 중국어 老太(lao tai), 钱包(qian bao)에서 차용되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중국어 老頭兒(lao tour)이 함북 방언에서 '노틀, 노토리' 로 차용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꽤나 믿음직한 역추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노클아마이(증조할머니), 노아매(할머니)와 같이 노- 자체 가 아예 [+늙음] 을 나타내는 접두사로 쓰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의문을 품게 만든다. 허나 이것이 만약 老太에서 차용된 것이 맞다면 3음절의 /-기/ 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깊은 의문이 남는 것이다.
후자인 톄보재의 경우 함북방언사전(1986)에 따르면 '체보재' 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확인 가능하므로 아마도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중간음 /n/이 아예 탈락하였다는 점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접사 -재 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4) 추미
'고명' 정도를 의미하는 추미의 경우 중앙아시아 고려말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로 추정된다. 이는 필자의 조사(김남용, 2022)에서 확인되었으며, 곽충구(2007)에서 또한 '국씨 추미' 라는 내용으로 실려 잘 알려진 바 있는 단어이다.
허나 이는 조금 이상한 점이 있는데, 바로 표준어 '꾸미' 의 존재이다. 이는 아마도 일본어 薬味 [yakumi]에서 ya를 소거하고 차용된 단어이므로 한국어 방언에서 흔히 보이는 /ㄲ/ > /ㅊ/ 으로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허나 차용어에서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상당히 특이할 뿐더러 어두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는 것 또한 북방 방언에서는 굉장히 희귀한 일이다. 물론 제주어에는 끍~츩(칡) 과 같은 어두에서의 /ㄲ/ > /ㅊ/ 교체가 보여진다고는 하지만, 이는 제주어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상황에 속하므로 상당히 특이하다.



3. 결론
본론에서는 한국어의 북방 방언에서 있어서의 유독 특이함을 보이는 러시아어~일본어~중국어 차용어와 그 음운변화에 관하여 고찰해 보았는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외래어 및 차용어들이 다수 잠들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차용어 연구에 힘을 쏟아 여러 음운 변화들을 끄집어내는 이른바 '도출형' 음운 변화 재구 방식이 잘 연결되고 있지는 않은데, 이러한 방식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앞서 방언 조사자들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그 일에 본인이 누구보다 앞장서고자 하는 생각은 언제까지나 변함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