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네이버 카페 '부흥'에 https://cafe.naver.com/booheong/219697 글을 썼다가 과도한 비난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나는 진짜 쓰고 싶은 말을 썼다가 지우고 엄청나게 절제해서 저 정도로 줄였다.


언갤에서는 별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해당 글에서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기로 한다.



이승재와 강인선의 고대 일본어 음운론에 대한 공저서의 출판사 서평을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상대 [= 고대] 일본어의 8모음설은 일본어학의 세계적 상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요 표기의 음가나로 한정하면 이 8모음설이 실증되지 않는다. 8모음설은 희귀 음가나뿐만 아니라 훈가나도 포함하고 모든 상대 일본어 자료를 한군데로 망라하여 분석할 때에만 성립하는 이론적 모음체계일 뿐이다. 저자들은 [...] 8모음설을 무너뜨렸다." (https://www.ilchokak.co.kr/new/books/books_view.html?idx=1344)


책 본문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확언할 수는 없지만 우선 이 저자들은 '8모음설'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데 한 표를 걸겠다. 적어도 출판사 서평에 나오는 문맥을 보면 '8모음설'이라는 말을 8개의 음소적 모음을 통해 갑을 구분(甲乙区別)을 설명하는 모음 체계 설정이 아니라 갑을 구분이라는 현상 자체에 대한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야만 8모음설이 "세계적 상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8모음설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8모음설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웃기는 일인데, 일본어의 오쿠리가나가 뭔지도 모르면서 엉터리 예시를 들며 (/hito/라는 단어를 人と로 쓴다는 것이 그의 오쿠리가나 예시였다) 오쿠리가나가 고대 한국어 표기법의 영향을 받아 성립했다는 등의 헛소리 연구 발표를 하다가 그 자리에서 일본 학자에게 지적을 받은 이승재는 그 일화에서 보듯 현대 일본어의 기본적인 음운이나 표기 현상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니 고대 일본어의 음운론이나 표기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놀랍지는 않다. 사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이 책에는 "/ɨ/는 전기 중고음의 중뉴대립에 그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외래적 모음"이라는 주장이 실려 있는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이런 헛소리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언어와 문자는 별개인데 어떻게 문자의 성질 (고대 일본어의 음차 표기에 사용되는 한자가 중국어에서 어떤 발음인지)을 가지고 어떤 모음이 고대 일본어에서 외래적 모음인지를 논한다는 말인가. 마치 알파벳 m이 n보다 복잡하게 생겼으니 [m]이 [n]보다 더 복잡한 발음이라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주장이다. 이런 책을 쓴 사람이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명예교수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의 수준을 알 만하다.


아무튼 이 저자들이 정말로 "일본어학의 세계적 상식"인 "8모음설"을 무너뜨렸다면, 그런 중요한 발견을 어서 영어나 일본어로 유명 학술지에 발표해야지 왜 한국어로 연구 서적이나 끄적였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그들은 그런 발견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발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거들먹거리는 책을 내서 주변에서 떠받들어 주면 모든 욕구가 충족되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학자인가. 이것이 학문인가. 어쩌다가 한국 학계는 늙은이들의 흰소리에 맞장구나 치는 노인정 경로 잔치로 전락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