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에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본서기'의 역주서가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사용되는 고대 일본어 표기법에는 신기한 점이 있는데, 바로 ゐ wi와 ゑ we를 모두 '웨'로 표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ゑ we가 '웨'로 표기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위'로 적어야 할 ゐ wi를 왜 '웨'로 적었는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1권 15쪽 (제2권과 제3권에는 7쪽)에 적혀 있는 표기법에 대한 언급을 보면 이러한 표기법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음을 표기할 때는 岩波書店의 『日本書紀』에 표기된 음가대로 표기하였고, 이중 모음 살려서 'ゐ'는 '웨'로 표기하였다. 'つ'의 경우는 '츠'로 표기하였으나, 対馬島(つしま)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쓰시마'로 표기하였고, 天皇(てんわう)의 경우도 '텐노'로 표기하였다."


이 내용을 보면, 현대 일본어에서 쓰이지 않는 ゐ wi와 ゑ we 두 발음 중 ゑ we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고, ゐ wi에 대해서만 이것을 '웨'로 표기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놀랍게도 정황상 이들은 ゐ wi와 ゑ we가 서로 다른 글자라는 사실을 아예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ゐ wi와 ゑ we를 같은 글자라고 착각하고, ゑ we에 해당하는 '웨'의 표기로 둘을 통합해 버리고 만 것입니다.


혹시 몰라서 언급해 두지만 '일러두기'의 표기법 설명만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1권부터 3권까지 모든 권의 본문에서 猪, 井 등 고대 일본어에서 ゐ wi의 발음을 가진 단어들을 모두 '웨'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서문에 따르면 7분의 전공자들이 때로는 합숙까지 해가면서 6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완성시켰다고 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아무도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는지는 아마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각 권 마지막의 역자 소개를 보면, 공역자 7분 중 4분은 일본의 명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셨으며, 나머지 3분도 일본으로 유학하시거나 일본에서 연구하신 경력이 있는 분들이십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황당한 오류를 보면서도 시대적 한계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든지, 옛 표기에서는 ゐ wi를 '웨'로 썼을 수도 있다든지 하면서 주류 학계 때리기를 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어떤 변명도 고대 일본사나 고대 한일 관계를 전공한 사람들이 히라가나조차 읽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는 퇴색하지 않을까 합니다.


여담


박재용 박사님께서 수학하셨다는 대학교의 이름은 조에쓰교육대학(上越教育大学)으로, 절대 "조에치교육대학"이 아닌데 어쩌다가 이 책의 역자 소개에는 "조에치교육대학"이라고 찍혀 나오게 되었을까요? 실제로 한자 越의 일본어 발음은 '에쓰(えつ)'와 '에치(えち)'가 모두 있으므로, 편집자의 단순한 오식으로 이런 실수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주 공교로운 점이 있습니다. 하필이면 또 고대 일본사의 맥락에서는 越이라는 한자를 '에치(えち)'로 읽는 경우가 많으므로, 박재용 박사님께서 본인이 수학하신 대학교의 이름을 헷갈리셨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진실은 관계자들만이 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