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기' 권9에 등장하는 '파사매금(波沙寐錦)'은, 그 이름을 보면 '삼국사기'의 왕계에서 신라의 제5대 국왕으로 실려 있는 파사 이사금(婆娑尼師今)과 동일 인물을 기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고구려나 백제의 예에서 알 수 있다시피, 새로운 왕이 예전 왕과 같은 이름을 가지는 경우는 고대에 흔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2–3음절 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왕의 이름으로서 적합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옛 왕과 같은 이름이 붙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동천왕의 경우처럼 모종의 이유를 가지고 옛 왕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서기'에는 파사매금과 함께 그가 일본에 파견한 인물로 '미질기지파진간기(微叱己知波珍干岐)'가 등장하는데, 이는 미사흔(未斯欣)의 이름을 표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보면 파사매금은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미사흔을 일본에 보낸 왕, 즉 실성 마립간(實聖麻立干, 정확히 말하면 '삼국사기'에서는 이사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실성 이사금이 '파사매금'일까요?
'삼국유사'의 왕력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第十八實聖麻立干 一作實主王又宝金
"제18대 실성 마립간, 실주왕(實主王)이나 보금(宝金)이라고도 함."
즉 '실성(實聖)'이라는 이름의 다른 표기로 '보금(宝金)'이 존재했다는 것인데, '성(聖)'과 '금(金)'은 유사한 대응으로 신라 성량현(省良縣)이 고려 시대에 금량부곡(金良部曲)이 되었다는 사실이 '삼국사기' 권34에 보이므로 발음상 납득할 수 있지만, '실(實)'과 '보(宝)'는 의미로 보나 발음으로 보나 뚜렷한 연관성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宝)'라는 한자는 '보(寶)'로도 쓰고, 이 글자의 모양이 '실(實)'과 유사하므로, 실성 마립간의 이름이 원래 '보성(寶聖)'이었던 것이 어느 시점부터 '실성(實聖)'으로 와전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측은 실성 마립간이 고구려에 보낸 왕족 복호(卜好)의 이름이 '보해(寶海)', '파호(巴胡)' 등으로도 표기된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복', '보', '파'는 발음상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잘못 기록되었을 가능성이 비교적 적어서, 이를 통해 당시 신라 왕족의 이름 표기에 '보(寶)'라는 글자가 사용될 수 있었음이 증명될 뿐 아니라, '보(寶)'로 표기되는 발음이 다른 표기법에서는 '파(巴)'로도 기록될 수 있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합니다. 즉, 만약 실성 마립간의 이름이 실제로는 '보성(寶聖)'이었다면, 이 '보(寶)'가 '파사매금'에서 '파(波)'라는 글자로 표기된 것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글자가 잘못 표기되는 예는 고대 기록에서 흔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화(華)'라는 한자는 '신(辛)', '신(莘)', '모(芼)' 등과 같이 획이 탈락되어 와전될 수 있었으며, 위에 인용된 '삼국유사' 왕력에서도 '실성(實聖)'과 '실주(實主)' 두 표기의 관계에 대해 '성(聖)'을 흘려쓴 것을 '주(主)'로 잘못 읽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신라의 왕명 중에는 제12대 첨해 이사금(沾解尼師今)의 이름이 '고해(沽解)'로부터 와전되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삼국지'에서 판본에 따라 신분활(臣濆活), 신책첨(臣幘沾) 등으로 나타나는 마한의 소국 이름이 사실 신분고(臣濆沽)였음이 근래의 문헌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첨해(沾解)'라는 이름의 '첨(沾)' 역시 실제로는 '고(沽)'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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